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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승계 프로그램 점검]KB금융 사외이사 뽑는 '인선자문단' CEO 승계 활용 가능성은②공정성 핵심 '평가자·평가대상 분리...도입시 '참호 구축' 방지 가능

최필우 기자공개 2023-08-17 08:18:05

[편집자주]

윤종규 KB금융 회장 용퇴로 금융지주 CEO 장기 집권 시대가 막을 내렸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제동을 건 금융 당국의 시선은 이제 차기 회장 선임으로 향한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CEO 승계 프로그램을 금융권에 안착시킨다는 목표로 모범관행 수집에 한창이다. 더벨은 각 금융지주 승계 프로그램 모범 사례와 개선점을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1일 10: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지주 CEO 승계 프로그램은 사외이사와 분리할 수 없다. 승계 절차를 주도하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투명한 사외이사 선발 시스템이 CEO 승계 프로그램 발전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KB금융은 주요 금융지주 중 가장 선진적인 사외이사 선임 절차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핵심은 인선자문단이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인선자문위원을 추천하고, 인선자문위원이 사외이사를 선발한다. 평가 권한을 이사회 외부에 넘겨 객관성을 담보한 것이다.

CEO 승계 절차에서는 인선자문단을 두지 않는다. CEO가 회추위에 참여하지 않는 것 만으로 평가자와 평가 대상이 분리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다만 국내 금융권의 고질병으로 여겨지는 CEO와 사외이사의 '참호 구축' 의구심을 불식시키려면 인선자문단을 추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공정성 핵심 '평가자·평가 대상' 분리

KB금융은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평가자와 평가 대상을 철저히 분리하고 있다. 사추위가 꾸린 인선자문단이 외부 자문기관·주주 추천을 받은 사외이사 후보군을 평가한다. 사외이사가 서로 연임을 보장해 장기 재직이 가능하도록 하는 이른바 참호 구축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다.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 따라 국내 금융지주는 사외이사 선임에 필요할 경우 인선자문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인선자문위원을 선임해 권한을 위임하는 곳은 5대 금융지주 중 KB금융이 유일하다.


사외이사 선임이 완료되면 이사회 내 소위원회를 정하고 사외이사 전원은 회추위에 소속된다. 회추위는 CEO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내부 후보자를 추천한다. 여기에 외부 자문기관 추천을 받은 외부 후보가 추가돼 롱리스트(Long list)가 만들어진다. 회추위가 숏리스트(Short list)을 압축하고 최종 후보를 추천하는 권한을 갖는다.

KB금융 CEO 승계 절차와 사외이사 선임 과정의 가장 큰 차이는 인선자문위원의 존재 여부다. 사추위는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지 않고 평가 권한도 인선자문단에 넘긴다. 회추위는 내부 후보군을 추리는 것은 물론 롱리스트와 숏리스트 후보를 평가해 최종 후보를 낙점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차이는 평가자와 평가 대상을 분리한다는 원칙에서 발생한다. 사외이사가 동료 사외이사를 선임하면 한 집단에 평가자와 평가 대상이 속하게 된다. 반면 현직 CEO를 비롯한 CEO 후보군은 회추위에 소속되지 않는 만큼 평가자와 평가 대상이 분리된 것으로 판단해 인선자문단을 추가하지 않은 것이다.

◇ 국내에선 현직 CEO와 사외이사, 사실상 '운명 공동체'

금융권 일각에서는 현직 CEO가 회추위에서 배제되는 것 만으로 CEO 승계 프로그램에서 평가자와 평가 대상이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사외이사가 현직 CEO의 연임 여부나 후임 CEO를 정할 때 현 회장의 의중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금융권에선 사외이사가 경영진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드물다. 과거엔 암묵적으로 경영진의 추천을 받은 사외이사가 많았고 최근 들어서는 자문기관 추천을 받은 사외이사가 다수다. 주주 추천을 받는 경우가 많은 미국 금융기관과 차이가 있다. 국내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주주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입장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CEO와 사외이사가 협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사회 문화가 뿌리를 내렸다.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하기보다 조화를 이루는 데 초점을 맞춘다. 사실상 CEO와 사외이사가 운명 공동체인 셈이다. CEO와 사외이사가 함께 참호를 구축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CEO 승계 절차에서도 인선자문단을 두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회추위가 후보 육성과 평가 프로그램을 마련해 후보군을 조성하되 이 툴(tool)을 활용한 평가는 인선자문단에 맡기는 식이다. 인선자문단은 현직 CEO와 이해관계가 없는 만큼 승계 프로그램에 따른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 의지할 구석이 없는 사외이사는 이사회에서 합을 맞춘 CEO나 동료 사외이사와 한 배를 탄 몸"이라며 "회장이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빠진다 해도 형식적 분리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별도의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사외이사들이 차기 CEO를 선임할 때도 현직 CEO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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