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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승계 프로그램 점검]KB금융, 국내 유일 '부회장 보직 순환' 시스템 안착①씨티그룹 모델과 가장 유사…매년 '보험·개인고객·디지털' 부문장 교체

최필우 기자공개 2023-08-17 08:17:07

[편집자주]

윤종규 KB금융 회장 용퇴로 금융지주 CEO 장기 집권 시대가 막을 내렸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제동을 건 금융 당국의 시선은 이제 차기 회장 선임으로 향한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CEO 승계 프로그램을 금융권에 안착시킨다는 목표로 모범관행 수집에 한창이다. 더벨은 각 금융지주 승계 프로그램 모범 사례와 개선점을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0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지주는 국내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부회장 순환 보직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들에게 주요 부문을 번갈아 맡겨 전반적인 CEO 업무를 경험시키고 객관적인 경쟁과 평가가 가능토록 했다. 금융감독원 모범관행 TF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는 씨티그룹 승계 프로그램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이와 같은 방식은 대형 은행 뿐만 아니라 각 업계 최상위권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 가능했다. 은행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KB금융은 비슷한 위상을 가진 부문을 여러 개 만들 수 있다. 은행장이 사실상 차기 회장으로 여겨지는 국내 금융권 관행에서 한 단계 발전한 모델이라는 평이다.

◇3년간 공들인 '보직 순환' 시스템, '은행장=차기 회장' 관행 깼다

KB금융은 지난 8일 차기 회장 후보 숏리스트(Short list)를 6명으로 압축했다. 이중 4명이 내부 후보다.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이동철 KB금융지주 부회장,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 박정림 KB금융지주 총괄부문장이다.

4인의 숏리스트 합류는 예측 가능한 수순이었다. KB금융지주가 조직 개편을 통해 그룹 핵심 부문을 이들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특히 부회장 3인은 지난 3년간 크게 세 묶음으로 나뉜 부문을 번갈아 맡아 차기 CEO 육성 과정을 거치는 인물들로 여겨졌다.

*부회장 승진 순, 가나다 순

현 후계 구도가 만들어진 건 2021년이다. KB손해보험 대표를 지낸 양 부회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보험부문장·글로벌부문장을 맡았다. 이 부회장은 KB국민카드 대표와 지주 개인고객부문장을 허 부회장은 KB국민은행장과 지주 디지털혁신부문장을 겸하고 있었다.

이 때만 해도 세 임원의 보직에는 별다른 의도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다. 양 부회장은 손보사 대표를 지낸 만큼 보험부문장을 맡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개인고객부문장에는 카드 대표로 개인 고객 관련 전략을 세워본 이 부회장이, 주로 은행 업무와 연관된 디지털혁신부문에는 행장이었던 허 부회장이 적임자였다.

2022년 이 부회장과 허 부회장이 승진해 3인 부회장 체제가 되고 이들의 보직이 모두 바뀌면서 승계 프로그램이 본격화됐다. 양 부회장은 허 부회장이 맡았던 디지털부문장·IT부문장을, 이 부회장은 양 부회장이 맡았던 보험부문장·글로벌부문장을 허 부회장은 이 부회장이 맡았던 개인고객부문장을 담당하게 됐다.

올들어 부회장들의 보직은 한 차례 더 바뀌었다. 양 부회장은 개인고객부문장, 이 부회장은 디지털부문장·IT부문장, 허 부회장은 보험부문장·글로벌부문장이 됐다. 3명의 부회장이 세 갈래로 나뉜 부문을 모두 경험하게 된 셈이다.

여기에 박 부문장이 후보군에 추가됐다. 박 부문장은 순환 보직을 경험하진 않았고 2022년부터 총괄부문장과 KB증권 대표를 겸하고 있다.

KB금융지주의 승계 프로그램은 씨티그룹의 모델과 닮아 있다. 씨티그룹은 그룹의 핵심적인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EC(Excutive committee)멤버가 되면 CEO 상시 후보군으로 보고 주요 사업부문과 계열사를 번갈아 맡기고 있다. 이후 숏리스트에 포함된 후보들이 세계 각 지역의 CEO를 맡아 최종 평가를 받는 식이다.

KB금융은 부회장 3인방과 박 부문장이 EC(Excutive committee)멤버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기관인 씨티그룹과 달리 국내 의존도가 높아 숏리스트 후보에게 지역별 경영을 맡기고 있지는 않다. 이사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회장의 임기 만료 2개월 전 승계 절차를 시작해 역량과 성과를 평가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대형 보험·증권·카드사 있어 가능했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은행장이 가장 유력한 차기 회장으로 여겨진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회장 취임 직전 은행장으로 재직했다. 용퇴를 선언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취임 초반 KB국민은행장과 회장을 겸했다. 외부 출신인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제외하면 주요 금융지주 회장 자리는 은행장에게 돌아갔다.

이번 KB금융지주 회장 후보 숏리스트에서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제외됐다. KB국민은행장 출신인 허 부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3명의 부회장과 박 부문장이 각축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이와 같은 승계 구도는 보험, 증권, 카드 계열사의 높은 위상 덕에 가능했다. 올 상반기 KB금융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62%다. 여전히 은행 비중이 크지만 대형 보험사, 증권사, 카드사의 존재로 은행 의존도가 국내 금융권 최저 수준이다. 각 계열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부문을 부회장들에게 번갈아 맡겨도 영전 또는 좌천 해석이 나오지 않는 구조다.

한 금융지주 이사회사무국 관계자는 "은행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금융지주에선 은행장과 다른 계열사 대표들 사이에 극복하기 어려운 체급차가 존재한다"며 "KB금융 정도를 제외하면 대다수 금융지주에서 보험사나 증권사 대표가 회장으로 직행하는 건 아직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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