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대유위니아그룹을 위한 슬픈 변명 [thebell desk]

박창현 M&A부장공개 2023-08-16 08:22:49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4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유위니아그룹과의 관계 때문에 자회사 매각 딜들을 봐야 할 거 같은데 고민이 많다. 솔직히 (투자에 대해) 나 스스로가 자신이 없다."

"굉장한 난이도의 딜이다. 단순한 에쿼티 딜이라면 쉽지 않을 거다. 확실한 투자 메리트를 줘야 거래가 성사될 거 같다."

대유위니아그룹의 자회사 위니아, 위니아전자 매각 추진은 웬만한 사이즈의 사모투자펀드(PEF)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시장에서 태핑 작업이 진행됐고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더벨의 매각 추진 보도 이후 위니아그룹 측은 공시를 통해 "사실무근" 입장을 밝혔다. 여타 기업이었다면 '아니 손으로 하늘을 가리나'라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을 텐데 대유위니아 측의 대응에 대해서는 괜한 미안함과 측은지심마저 든다. 깊은 고민이 고스란히 공시에 전해지기 때문이다.

위니아그룹 딜을 검토했던 적지 않은 투자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최고 난이도의 딜이라고. 위니아와 위니아전자 모두 과거 영광 시절을 뒤로한 채 현재는 탄탄했던 시장 입지를 잃어가고 있다.

위니아는 김치냉장고 '딤채'를 앞세워 시장을 호령했다. 가전 아이템 가운데 유일하게 삼성과 LG를 제치고 '프리미엄' 칭호를 얻었다. 김치냉장고 진열대의 맨 앞자리는 항상 딤채 차지였다. 하지만 자본과 마케팅의 힘 앞에 딤채도 과거의 위용을 잃고 있다. '김치냉장고=딤채'라는 공식이 깨진 지 오래다. 서글픈 현실이다.

위니아전자의 전신은 대우전자다. 탱크주의로 대변되는 글로벌 전성기를 떠올리기엔 시간이 너무 흘렀다. 가전 수요층으로 자란 3040 세대에겐 말 그대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일 뿐이다.

위니아그룹 휘하에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기도 했다. 확실한 대주주가 필요했던 위니아전자와 종합가전의 꿈을 키웠던 위니아그룹의 조합은 이론상 완벽했다. 다만 삼성과 LG라는 거대한 경쟁자 앞에 그 원대한 계획과 꿈은 한낱 일장춘몽에 불과했다. 아니 오히려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서로에게 부담이 됐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만남'이 되고 말았다.

위니아와 위니아전자 모두 내부 곳간이 축나면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구조조정이 일상이다. 두 거인이 버티고 있는 탓에 미래마저 불투명하다. 돌파구로 제시한 각종 가전 아이템들도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과연 그 누가 이들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PEF의 신이라면 모를까. 평범한 범인이라면 쉽게 투자하기 힘든 타깃이다.

이 같은 현실을 그 누구보다 위니아그룹 스스로 뼈저리게 직시하고 있을 터이다. 통상 M&A와 투자 유치 등 각종 투자활동 이벤트의 경우 사실무근 입장을 내고 6개월 내 변동 사항이 없다면 이후 해당 딜이 추진되더라도 페널티가 없다. 이를 고려할 때 위니아그룹 스스로 6개월 내 이 딜이 절대 성사될 리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처한 현실을 보자면 심증이 굳어진다.

결코 위니아그룹의 처지를 비웃는 것도, 아전인수격 대응을 비난하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절체절명의 위니아그룹이 이 위기를 타개할 묘수를 찾기를 바란다. 그 과정에서 PEF 등 많은 재무 주치의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해 줬으면 한다. 이를 통해 기업 정상화를 이루고 더욱 당당하게 시장과 소통하길 바란다. 종합가전 꿈을 향해 험난한 도전도 마다하지 않았던 위니아그룹의 그 자존심을 다시금 세우길 응원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