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는 지금]금융기관이 사정 봐주는 롯데케미칼, 재무 안정책은레버리지·이자보상비율 미충족에 '웨이버' 취득…수익성 개선 관건
박기수 기자공개 2023-08-23 07:18:27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지금' 그들은 무슨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THE CFO가 현재 CFO들이 맞닥뜨린 이슈와 과제, 그리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7일 15:5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의 재무 리스크가 올해 상반기가 지난 현재 시점에도 지속하고 있다. 금융기관과 차입 계약을 맺으면서 약속했던 재무지표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금융기관이 롯데케미칼의 사정을 봐주는 상황이 연출됐다. 근본적으로 재무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정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레버리지·이자보상비율 '미충족'…사정 봐준 대주단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미국 자회사 롯데케미칼 USA(LOTTE Chemical USA, LC USA)와 인도네시아 자회사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PT LOTTE Chemical Indonesia, LCI)가 맺은 국내 금융기관과의 차입계약에서 보증인 신분이다.
LC USA는 2016년 10월 말 한국수출입은행 외 8개사로 이뤄진 대주단으로부터 15억9400만달러(한화 약 2조1000억원)을 빌렸다. LCI는 올해 3월 한국수출입은행 외 12개 금융기관으로 이뤄진 대주단으로부터 24억달러(한화 약 3조2000억원)를 차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각 계약에서 롯데케미칼 본사는 보증인으로 나섰다.
차입 계약 당시 금융기관과 롯데케미칼 연결 실체는 차입기간 중 유지해야 하는 주요 재무 약정을 맺었다. △원리금상환비율(DSR) △순부채비율 △레버리지비율 △이자보상비율 △순유형자산 등이다.
차입 계약에 따르면 LC USA와 LCI는 DSCR로 1.0 이상을 기록해야 한다. 롯데케미칼은 연결 기준 순부채비율 120% 이하를 유지해야 하고, 순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과 EBITDA/이자비용은 각각 4배 이하, 5배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순유형자산은 4조5000억원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이중 최근 문제가 된 조항은 △DSCR △순차입금/EBITDA △EBITDA/이자비용이다. 작년 말 기준 LC USA는 DSCR 1.0 이상을 기록하지 못했다. 또 롯데케미칼은 연결 기준 순차입금/EBITDA와 EBITDA/이자비용 모두 대주단과 약속한 수치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대주단으로부터 올해 말까지 해당 조항을 면제할 수 있는 '웨이버(Waiver)'를 취득했다. 올해 말까지는 해당 조항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금융기관이 롯데케미칼의 사정을 봐준 셈이다.
실제 수치로 본 현 재무 상황은 어떨까.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와 업황 악화 등으로 업계의 우려가 증폭됐던 작년 말보다는 올해 상반기 상황이 일부 개선됐다. 다만 여전히 대주단이 요구한 재무지표를 만족하기까지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말 롯데케미칼의 연결 순부채비율은 36.2%로 120% 이하다. 다만 문제가 된 순차입금/EBITDA(EBITDA=연 환산 기준)와 EBITDA/이자비용은 각각 4.8배, 2.4배로 약정 내용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순차입금/EBITDA로 14배 이상을 기록하고 EBITDA/이자비용은 1.2배에 그쳤던 작년 말 보다는 지표가 일부 개선됐지만 여전히 리스크가 해소되지 못한 모습이다.
물론 돈을 빌려준 대주단에서도 실익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 '콜'을 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롯데케미칼 역시 올해 말까지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다시 한번 웨이버를 요청하거나 재무약정 내용을 완화하는 쪽으로 금융기관과 협상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증자·자산 매각…수익성 개선 관건
다만 롯데케미칼에서 마냥 묻고 갈 수도 없는 문제다. 문제가 되는 지표들의 개선을 위해서는 EBITDA를 늘리거나 순차입금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강종원 상무 입장에서 관리가 가능한 영역은 영업과 시황에 관련이 짙은 전자보다 후자다.
순차입금 감소를 위해서는 차입금 총량을 줄이거나 보유 현금을 늘려야 한다. 증자 카드를 생각해볼 수 있겠으나 롯데케미칼은 이미 작년 말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해 1조원이 넘는 유상증자를 단행했던 바 있다.
EBITDA 개선이 눈에 띄게 이뤄지지 않는 이상 자산 매각을 통한 순차입금 감소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실제 올해 초 파키스탄 자회사 매각으로 약 2000억원을 확보했던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영국과 파키스탄 등 비핵심 자회사 매각을 통해 현금을 유입시키고 있지만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충분한 딜이었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라면서 "업황 개선으로 EBITDA를 이전처럼 원활하게 창출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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