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박스 속 기업들]롯데케미칼, 수소경제 장기계획 수립…배경엔 롯데정밀 시너지정밀화학 연결편입 후 공동실증…공급·운전·설계·투자 역할 분담
김동현 기자공개 2023-07-19 07:28:32
[편집자주]
신사업 진출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아이들이 모래 놀이터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 듯 일정 조건 하에서 규제를 풀어 '혁신의 장'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다. 기업 입장에선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우회로가 생긴 셈이다. 더벨은 최근 실증을 승인받아 샌드박스 안에서 신나게 뛰어놀 수 있게 된 기업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7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1년 7월 롯데케미칼은 '2030 수소 성장 로드맵'을 세우며 2030년까지 120만톤 규모의 수소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친환경을 중심으로 한 사업 전환을 미룰 수 없었던 롯데케미칼의 그린사업에 대한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시점이다.이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롯데케미칼은 한걸음 더 나아가 2035년을 겨냥한 장기 계획도 수립했다. 정부의 청정수소 계획에 맞춰 2035년까지 수소 공급량을 180만톤까지 늘리고 여기에서 파생되는 사업으로 매출 9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롯데케미칼이 보다 과감한 목표치를 수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화학HQ(헤드쿼터)의 시너지가 자리하고 있다. 수소의 운반도구 역할을 하는 암모니아 사업을 담당하는 롯데정밀화학이 지난해 화학HQ의 핵심인 롯데케미칼에 연결편입되며 두 회사의 시너지가 강화됐다. 과거 롯데정밀화학이 단독으로 진행하던 수소 실증사업에 롯데케미칼이 공동으로 이름을 올리며 협력을 가시화하고 있다.
◇그룹 편입 6년만에 케미칼 자회사로
롯데정밀화학(당시 삼성정밀화학)은 2016년 롯데그룹의 삼성 화학계열사 인수로 삼성SDI 케미칼부문(롯데첨단소재→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부문), 삼성BP화학(롯데이네오스화학)과 함께 롯데그룹에 편입됐다. 당시 인수에 주도적으로 나섰던 롯데케미칼의 롯데정밀화학 보유 지분은 31.1%였다.
삼성에서 롯데로 간판을 바꿔달며 새롭게 그룹에 편입된 가족을 맞이한 롯데그룹 화학부문은 핵심인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사업별 교통정리 작업에 나섰다. 롯데케미칼은 가장 먼저 2020년에 롯데첨단소재를 흡수합병하며 회사 내 사업부문을 기초소재와 첨단소재로 재편했다. 이를 통해 업스트림 중심의 기존 기초소재 사업의 수익성 악화를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군으로 보완할 수 있게 됐다.
석유화학 업계 불황기에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효과를 톡톡히 본 롯데케미칼은 수소, 이차전지 등 그린소재로 또한번의 사업전환을 추진한다. 2021년 수소 사업 로드맵 수립에 이어 이듬해 4월 수소에너지사업단과 전지소재사업단을 신설해 사업별 신성장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롯데케미칼이 롯데정밀화학의 지분을 쌓기 시작한 시점도 이 시기와 맞물린다. 롯데정밀화학 케미칼 사업의 한축을 담당하는 상품이 암모니아 계열로, 회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암모니아 저장용량(9만톤)을 자랑한다. 암모니아가 수소의 운반도구이자 원료 역할을 하는 만큼 자연스레 롯데정밀화학의 주목도도 올라갔다.
약 5년 동안 변동이 일어나지 않던 롯데케미칼의 롯데정밀화학 지분율이 2021년 11월을 기점으로 점차 상승하기 시작했고 지속적인 지분 확보 끝에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8월 롯데정밀화학을 연결자회사로 편입했다. 올해 1분기 기준 롯데케미칼의 롯데정밀화학 보유 지분율은 43.5%다.
◇공동실증, 케미칼·정밀화학의 시너지
롯데정밀화학이 롯데케미칼의 종속기업으로 편입되면서 두 회사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투자·사업 범위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공동으로 실증 사업에 뛰어들면서 각사의 특장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역할 분담도 눈에 띈다.
롯데정밀화학은 롯데케미칼에 연결편입되기 전부터 이미 암모니아 분해수소 기술 확보를 위한 국책과제 수행기업으로 선정돼 실증 플랜트 기술 개발 및 평가를 완료했다. 이어 지난해 9월 설비구축에 대한 실증특례도 승인받으며 울산사업장에 실증 플랜트를 구축 중이다.
연결편입 이후부터는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이 공동으로 이름을 올려 이러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와 시스템 설계·구축 등은 롯데케미칼이 맡고 암모니아 공급 및 실제 시스템 운전 등은 롯데정밀화학이 담당하는 등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그 대표 사례로 암모니아 기반 광분해 수소추출 설비 실증을 꼽을 수 있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은 지난해 8월 광분해 수소추출 설비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 기업 시지지 플라스모닉스와 관련 실증을 진행하기 위한 사업개발협약을 맺었다. 이후 롯데케미칼은 시지지의 시리즈C 라운드에 참여하며 42억원을 출자했다.
현재 해당 설비 구축은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해 구체화하고 있는데 여기서 롯데케미칼은 생산설비 시스템 설계 및 설비 구매를 맡고 롯데정밀화학이 암모니아 공급 및 설비 운전을 담당하기로 했다. 울산사업장에 구축 예정인 파일럿라인에서 일 200㎏ 규모의 수소생산을 목표로 한다.
광분해 설비를 통한 수소생산의 첫 사례로 기록될 이번 실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두 회사는 대규모 공급처와 중소 규모의 공급처를 구분해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대규모 공급처의 경우 기존 암모니아 열분해 방식이 적용되고 속도 면에서 강점이 있는 광분해 방식은 중소 규모의 양을 필요로 하는 곳에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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