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글로벌 파이낸스 2023]폴란드 1등 은행에 남아 있는 LG의 유산①LG페트로은행 손바뀜 뒤 현지 1위 PKO은행로 성장…현지 진출 바이블 역할

바르샤바(폴란드)=김서영 기자공개 2023-10-17 07:11:13

[편집자주]

국내 금융사의 해외사업 전략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경영 트랜드도 크게 변화하는 모습이다. 은행과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해외시장에 이식해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각 지역별로 책임자를 세워 권한을 부여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더벨은 전략의 진화를 모색하고 있는 우리 금융사들의 해외사업을 집중 조명한다. 글로벌 확장을 시도하는 금융사들의 해외 사업장을 둘러보고 글로벌 전략과 경영 노하우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5일 14: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PKO은행(Bank Polski)은 폴란드에서 가장 큰 상업은행이다. 작은 지방은행에서 시작해 수차례 손바뀜을 거쳐 폴란드 1위 은행으로 우뚝 섰다. PKO은행은 LG그룹의 동유럽 진출의 토대가 됐으며 현지화 전략을 통해 예금액을 10배 불렸다. PKO은행의 성장 신화가 폴란드 금융시장을 노리는 국내 은행들의 바이블이 될지 주목된다.

폴란드 최대 상업은행의 전신은 놀랍게도 'LG페트로은행(LG Petro Bank)'이다. 사명에서 알 수 있듯 LG그룹은 1996년 페트로은행을 매입해 LG페트로은행으로 재탄생시켰다. 이후 LG페트로은행은 스칸디나비아반도의 노르디아은행(Nordea Bank), PKO은행 등 수차례 손바뀜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LG의 폴란드 은행 진출기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동유럽 시장이 개방되면서 가장 먼저 움직인 기업은 대우그룹이다. 헝가리에 진출해 '대우헝가리은행'을 설립하고 성공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자동차, 조선 등의 동유럽 생산기지 진출 전략과 맞물려 해외금융 사업투자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에 자극받은 건 LG그룹이었다.

1990년대 말 당시 창립 50주년을 맞은 LG그룹은 대대적인 혁신과 글로벌화 전략을 꾀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유럽 시장 진출의 발판과 생산기지로써 폴란드를 높이 평가했다. LG그룹은 동유럽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에 앞서 금융업 진출을 꾀했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금산분리가 되어 있지 않아 LG그룹이 아무런 규제 없이 폴란드 현지은행을 매입할 수 있었다.

LG그룹이 낙점한 페트로은행은 폴란드 바르샤바 증권시장에 상장된 중소 규모의 지방은행이었다. 1990년에 설립된 페트로은행은 자본금 3300만달러, 자산 규모가 1억달러가 조금 넘었다. LG그룹은 1년 넘게 폴란드 내 대상 은행을 선정하고 실사, 매입하는 과정을 거쳤다. 1996년 6월 페트로은행에 자본금 약 5000만달러를 넣는 조건으로 매입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LG그룹은 서유럽의 판매 시장과 동유럽의 생산 기지화를 위한 플랫폼을 필요로 했다. 당시 LG그룹의 주력 산업은 LCD 사업과 TV 전자 사업이었다. 한편 페트로은행은 LG그룹을 대주주로 맞아 외국 자본을 도입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만들고, 선진금융기법과 노하우를 배우고자 했다. LG그룹과 페트로은행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며 폴란드 금융시장 진출에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페트로은행 인수 1년 만에 IMF 금융 위기라는 악재가 찾아왔다. 상황이 어려워진 LG그룹은 인수 1년 안에 LG페트로은행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내부적으로도 경영 갈등이 깊어졌다. LG그룹은 경영권을 확보한 뒤 현지 경영진을 한국 사람으로 선임했는데 이들과 폴란드 이사회 멤버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LG페트로은행은 매각에 앞서 경영 실적 성장에 매달렸다. 지분 가치가 너무 떨어져 당장 매각하기엔 손해가 컸던 탓이다. LG페트로은행이 추구했던 모델은 '통합 하이브리드 은행(Integrated Hybrid Bank)'였다. 한 마디로 오프라인과 온라인 영업을 통합적으로 운영한다는 의미다. 독창적인 금융상품을 생산하고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상의 가상은행을 구축했다. 인구 20만명 이상의 도시에는 지점을 설치하고 나머지 지역엔 인터넷 뱅킹을 통해 부족한 지역뱅킹체제를 보완했다.

당시 LG페트로은행의 금융 신상품은 대표적으로 5가지가 있다. 모두 폴란드 현지에 적합한 금융상품들로 질적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프로그레시브 당좌예금(1997): 예금액에 따라 8~12% 차등금리 지급 △환경예금(1997): 대규모 환경기금 유치 △템포플러스 예금(1998): 매월 점진적으로 한 단계 높은 이자율 지급 △LG 해비타트(Habitat): 신축적 마진 가산형 부동산자금 대출 상품 △교육예금: 장학기금 마련 등이다.

이렇게 LG페트로은행은 금융 신상품 개발을 바탕으로 한 현지화 전략에 성공하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1997년 7400만달러였던 예금보유액이 2002년 5년 만에 10배 증가한 7억1700만달러에 이르렀다. 결국 지방 소재 작은 은행에서 2001년 지점 31개를 보유해 전국 영업망을 갖춘 폴란드 톱5 은행으로 성장했다.

김영완 PKO은행 아시아기업금융 담당 이사는 부행장으로 있었던 당시를 회상하며 "2기 경영진으로 진용을 새로 꾸린 이후 은행 경영이 정상화되기 시작했다"며 "온라인뱅킹, 신규 상품 도입 등으로 은행이 폴란드 시장에서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몸값 올리기에 성공한 LG페트로은행은 예정된 매각 절차를 밟았다. LG그룹은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최대 은행인 노르디아은행을 2001년 10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당시 노르디아은행은 폴란드 시장에서 활동기지를 구축하고자 했다.

이로부터 13년이 지난 2014년 노르디아은행은 폴란드에서 철수하기로 하면서 다시 은행을 PKO은행에 매각했다. PKO은행이 된 현재 정부가 최대주주인 국영은행일 뿐만 아니라 전국에 1192개의 점포망을 보유하고 있는 자산 규모나 시장 점유율 면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LG페트로은행은 LG그룹의 품에 있었던 기간은 짧았으나 폴란드에 진출해 기업가정신과 특화된 영업 전략으로 국내 은행의 동유럽 진출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데 의의가 있다. 국내 은행의 폴란드 사무소 개소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LG페트로은행이 이들에게 성공 교과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pkobp,bank,wyniki, akcje,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