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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LG디스플레이의 '적과의 동침' 선택

이상원 기자공개 2023-08-30 10:18:08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8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과 오랜 시간 기술력 우위를 두고 다퉈왔는데 이번 선택은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최근 만난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삼성이 최근 LG가 공급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탑재한 TV를 출시했다. 이를 두고 삼성이 LG의 기술력을 인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한 편에서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적과의 동침'으로도 본다. 이러한 가운데 디스플레이업계 내부에서 나온 부정적인 반응은 다소 의외였다.

LG와 삼성은 그동안 TV 패널을 두고 총성없는 전쟁을 치뤄왔다. 두 회사가 전 세계 TV 시장에서 절반이 넘는 점유율로 늘 1·2위를 다투며 트랜드를 주도해온 결과다. 기술력과 판매량, 매출 등 다양한 기준으로 서로 1위라고 주장하는 점에서 치열함을 엿볼 수 있다.

액정표시장치(LCD)와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 대결에 이어 2010년대 중반들어서는 시장의 미래를 놓고 OLED와 SUHD가 치열하게 경쟁했다. LG가 OLED의 명암비와 색재현율을 내세웠다면 삼성은 SUHD의 초고화질 등을 중심으로 마케팅했다. 하지만 TV를 비롯해 태블릿, 스마트폰 등도 OLED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이에 따라 삼성도 QD OLED를 선보이며 후발주자로 나섰다. 그럼에도 올해로 OLED TV 출시 10년을 맞은 LG와 비교하면 기술력과 생산능력면에서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삼성이 LG로부터 패널을 공급받아 83인치 4K OLED TV를 출시한 이유다.

LG에게 유리한 것 처럼 보이지만 LG의 이번 선택을 우려하는 이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삼성이 최상위 제품에 LG 패널을 탑재할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자칫 삼성 대비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이미지가 부각될 경우 LG TV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의 저가 공세에도 LCD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반복되는 적자에 재무구조는 빠르게 악화됐다. 그 사이 신용등급은 'AA0'에서 'A0'까지 강등됐다. 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없었다면 A등급 벼랑 끝으로 몰린 셈이다. 이제라도 LCD 관련 자산 매각 등 사업 축소에 나섰다.

이를 감안하면 삼성에 OLED 패널 공급량을 늘려 매출이 늘어나면 재무구조 개선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의 정호영 사장도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테다. 하지만 이번 선택은 업계에서 LG의 선도적 입지를 공고히할 수 있는 동시에 이미지 훼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미래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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