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 정조준 KCGI운용, 표대결시 밑그림은 분리선출직 선점…내년 3월 임기 만료 '약점'
조영진 기자공개 2023-08-29 07:30:03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4일 10: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CGI자산운용이 현대엘리베이터에 주주서한을 발송한 가운데 향후 표 대결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향후 주주총회에서 맞붙게 된다면 감사위원 선임안이 화두에 오를 전망이다.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자산운용은 최근 현대엘리베이터 측에 기업 정상화를 위한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의 사내이사직 사임을 중심으로 전방위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제안한 상황이다.
세부적으로는 현 회장의 과다 연봉 수령, 이해관계 상충, 과도한 겸직 등의 문제가 거론됐다. 아울러 현재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와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의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변경하고, 이사회로부터 독립적인 감사를 선임할 것도 함께 요구됐다.
KCGI자산운용은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가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파생상품계약 체결에 대해 견제와 감시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3월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지난 2006년과 2014년 사이 체결한 파생상품계약을 통해 최고경영진이 회사에 배상해야 하는 금액은 1700억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통상 주주행동주의의 승패는 주주측 감사위원의 선임여부로 결정된다. 감사위원회에 합류해 기업경영을 감시할 수 있는 만큼 트러스톤자산운용,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등 여러 행동주의 펀드들도 정기주주총회 당시 감사위원 선임에 주력한 바 있다.
◇사측 인사로 분리선출직 선점...소액주주 위한 제도 맹점 여전
지난 6월 말 기준 현대엘리베이터의 감사위원회 위원은 정영기, 박민, 김정호, 서창진 등 4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올해 초 신규 선임된 김정호 이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3명은 내년 3월 말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이 중 서창진 사외이사는 현대엘리베이터 측이 분리선출 제도를 활용해 선임한 인물이다. 분리선출이란 감사위원 중 한 명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하는 제도로 소수주주의 제안을 존중하고 감사위원회 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정됐다.
분리선출 방식으로 기타비상무이사를 선임할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의 의결권이 최대 3%로 제한돼 소수주주들도 표결에서 승리할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할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이 행사 가능한 의결권은 각 주체마다 3%로 제한된다.
하지만 소수주주의 제안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입법 취지와는 달리, 정기 주주총회에서 별도의 주주제안이 없을 경우 이사회도 분리선출 방식을 통해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3월 현대엘리베이터 측이 이 같은 맹점을 활용해 서창진 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면서, 한 명으로 제한되는 분리선출직 자리를 일찍이 선점한 상황이다.
◇내년 3월 임기 만료 약점...분리선출 표 대결시 이사회 의결권 12%
KCGI자산운용은 이번 주주서한에 대해 의미있는 답변을 받지 못할 경우 추가적인 활동 전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KCGI 측이 현대엘리베이터 감사위원회의 견제 및 감시업무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만큼, 내년 초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측 감사위원 선임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분리선출 제도로 뽑힌 사외이사가 감사위원회 위원직을 수행하고 있지만, KCGI자산운용 또한 향후 정기주주총회에서 분리선출 제도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창진 이사의 임기가 내년 초 만료를 앞두고 있는터라 분리선출직 이사 선임안을 새롭게 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KCGI자산운용이 분리선출 제도를 활용해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할 경우 현대엘리베이터의 최대주주 측은 최대 11.9%의 반대표 행사가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현대엘리베이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7.8%로 현대홀딩스(11.1%), 현정은(8.2%), 김문희(5.7%), 임당장학문화재단(1.5%) 등이 각각 보유하고 있다.
분리선출 사외이사에 대한 의결권이 각 주체마다 최대 3%로 제한되기 때문에 현대홀딩스와 현정은 회장, 현 회장의 어머니인 김문희 씨는 보유지분만큼의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해진다.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 이상을 확보한 KCGI자산운용이 내년 주주총회에서 다른 주주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경우 치열한 표 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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