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8월 30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시행사(디벨로퍼)들이 '한전(한국전력)' 출신 영입에 큰 돈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합니다."부동산 투자업계 한 임원과의 최근 식사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다. 고금리 한파와 천장을 모르고 치솟는 원자재값, 얼어붙은 집값 등으로 힘들다는 얘기 속에서 귀가 쫑긋해지는 내용이었다. 그 임원이 말한 한전 출신이란 국가 보안과도 밀접한 전국 전력계통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이다.
언뜻 관련이 없어보이는 한전 출신을 부동산 개발의 가장 앞단에 서 있는 시행사들이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엔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 속 온기가 흐르는 '데이터센터' 개발 사업에 답이 있다.
데이터센터는 과거 ICT산업이 활발하게 발전했던 초기엔 각 사들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거나 소규모 형태로 운영해도 충분했다. 그러나 일상생활 곳곳에서 사용하는 데이터의 양이 많아지고 클라우드와 AI, 빅데이터 등 복잡하고 다양한 처리 환경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이를 수집하고 저장 및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가 주목을 받았다.
특히 몇 년전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카카오톡'의 먹통 상태에서 경험했듯이 한 곳에 집중된 데이터센터가 불러온 각종 사회적 혼란은 이제 그 파장을 예상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데이터센터 붐이 일기 시작한 이유다.
문제는 데이터센터가 단순히 '땅'만 있어선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는 만큼 땅과 함께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수 있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동산 개발업계가 한전 출신을 통해 전국의 전력계통 정보를 확보하려는 이유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 위한 충분한 양의 전력을 공급받지 못할 지역에 땅만 샀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실제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부동산 개발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코람코자산운용과 퍼시픽자산운용, 이지스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도 데이터센터 개발에 뛰어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력 계통에 대한 정보는 금맥을 찾는 것과 같은 수준이란 평가다.
데이터센터는 작금의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서 확실한 수요를 등에 업은 것으로 풀이된다. 아파트나 지식산업센터 등과 달리 자금조달(PF)도 수월한 것으로 알려져 침체된 시장을 다시 뛰게 할 동력으로도 꼽힌다. 관건은 데이터센터가 침체한 부동산 업계에 얼마나 숨결을 불어넣느냐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냉동 물류창고와 지식산업센터 등이 비슷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공급 시기를 놓친 전국의 물류창고와 지식산업센터는 주인을 찾지 못한 채 거대한 몸을 건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앞서 물류창고와 지식산업센터에서 얻은 교훈이 채 씻기지 않은 상황인 만큼 다시 한번 계산기를 그리고 시장을 냉정하게 체크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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