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하나투어 vs 모두투어]경영스타일 차이가 불러온 지분구조 변화②[지분구조]경영권 매각 불사한 하나투어, ‘집단경영’ 모두투어
김규희 기자공개 2023-09-01 08:10:15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30일 08:0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초기 하나투어의 지분구조는 모두투어와 닮아있었다. 두 회사 모두 기존 회사에서 함께 근무하던 동료와 새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창립 멤버와 지분을 나눠 갖는 일종의 ‘집단경영’ 체제를 구축했다.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둘은 서로 다른 양상을 띠었다. 공격적으로 경영 활동을 펼쳤던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은 사업 확장을 위해 경영권 매각도 서슴지 않았던 반면 안정적인 경영을 추구한 우종웅 모두투어 회장은 초기 지분율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 ‘안정 지향’ 우종웅 모두투어 회장, 설립 초기 지분율 유지
모두투어는 1980년대 국내 최대 여행사 고려여행사에서 파생됐다. 당시 고려여행사 영업팀장이었던 우 회장은 동료직원들과 함께 회사를 나와 국일여행사(현 모두투어네트워크)를 설립했다. 창립멤버에는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도 포함됐다.
투자자 없이 새회사를 차리다 보니 자본금이 부족했다. 우 회장 등 창립멤버는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모두투어를 출범시켰다. 총대를 멘 우 회장이 가장 많은 3000만원을 냈고 박 회장과 홍기정 전 모두투어 부회장이 각 1000만원, 최현석 전 하나투어 부회장, 한옥민 전 모두투어 부회장 등 11인이 5000만원을 출자했다.
모두투어 지분은 설립 멤버들의 출자 금액에 맞춰 분배됐다. 국내 최초 홀세일(도매) 전문 여행사였던 모두투어는 이후 매년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며 단숨에 전국구 여행사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사업 확장을 두고 경영진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났다. 안정적인 경영을 추구하는 우 회장과 공격적인 투자를 주장한 박 회장이 부딪쳤다. 키를 쥐고 있던 우 회장은 박 회장의 요구를 거절했고 그 길로 박 회장은 모두투어에서 나와 1993년 국진여행사(현 하나투어)를 설립했다.
이를 계기로 모두투어의 주주구성은 과거보다 단순화됐다. 우 회장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갖고 있던 박 회장과 최현석 전 부회장 등이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지분은 남은 창립멤버들이 나눠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모두투어는 그 이후에도 집단경영 체제를 이어갔다. 하나투어에 이어 2005년 코스닥에 입성한 모두투어는 상장 당시에도 고른 지분율 분포를 보였다.
당시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우 회장이 15.59%로 최대주주에 올랐고 홍성근 전 사장이 9.71%, 홍기정 전 부회장 5.6%, 김종식 전 전무 3.39%, 한옥민 전 부회장 3.16% 등이 주요주주로 등록됐다. 집단경영 체제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창립멤버 뿐 아니라 당시 재직 중이던 임원에게도 지분을 배분했다.
모두투어의 주주구성은 초기엔 다소 복잡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정리됐다. 2008년 홍성근 전 사장이 퇴임과 함께 보유 지분을 전량 장내매도했고 홍기정 전 부회장도 2017년 퇴임하면서 지분을 정리했다. 한옥민 전 부회장 역시 2021년 자리를 내려놓으면서 주주명단에서 빠졌다.
올해 6월 모두투어 주요주주에는 우 회장 등 8명이 올라있다. 다만 최대주주인 우 회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미미한 지분을 갖고 있다. 특수관계인 중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가진 건 장남 우준열 전무(0.11%)다. 5%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도 없다.
◇ ‘사업 확장’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 IMM에 지분 매각해 투자금 확보
모두투어에서 독립한 하나투어는 출범 8년째인 2000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당시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모두투어와 상당히 닮아있다. 우 회장이 모두투어 창립멤버들과 지분을 나눠 가졌듯이 박 회장도 하나투어 창립멤버와 지분을 골고루 분배했다.
2000년 당시 주식 분포는 박 회장 10.91%, 권희석 수석 부회장 8.36%, 최현석 전 부회장 7.17%, 신현용 전 감사 4.72% 등이었다. 최 전 부회장은 모두투어 시절부터 함께하던 동료였고 권 수석 부회장은 박 회장의 중학교 동창으로 광고대행사에서 재무와 광고 분야에서 경력을 쌓다 하나투어에 합류했다. 신 전 감사는 일본 제2도쿄관광전문학교 졸업 후 하나투어에 입사한 직원이었다.
상장을 통해 자금을 마련한 하나투어는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대리점 판매 방식의 사업구조를 확장하기 위해 소비자 직판 여행사인 하나투어리스트를 설립했다. 영업채널을 B2B(기업 간 거래)에서 B2C(기업과 소비자 거래)로 넓혀 고객층 확대와 함께 수익성을 개선하고자 했다.
또 해외여행 수요가 동북아, 동남아에서 미국, 유럽 등 서구권으로 넘어가는 흐름을 파악하고 세계 각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동시에 국내 여행을 즐기려는 외국인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하나투어인터내셔널과 제주여행 전문 하나투어제주 등도 조직했다.
2018년 사상 최대 매출액 8583억원을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2019년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탓에 경영환경 악화와 신사업 부진 등 악재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외여행 트렌드가 자유여행으로 넘어가 전통적인 패키지 여행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고 한일관계 악화로 인해 일본 여행객이 줄어 실적 악화에 직면했다. 게다가 새롭게 진출한 면세사업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2019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5.8%, 69.88% 감소한 6146억원, 75억원으로 떨어졌다.
경영난은 하나투어 지분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을 갖고 있는 박 회장은 투자금 확보를 위해 경영권 매각도 불사했다. 하나투어는 2020년 2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토종 사모펀드(PE) IMM PE가 1347억원을 들여 지분 16.67%를 확보했다.
IMM은 최대주주에 올랐지만 박 회장과의 공동 경영을 결정하고 박 회장에게 회장 직위를 계속 맡기고 경영을 총괄하도록 했다. 다만 대표이사에는 박 회장 대신 경영권 매각 당시 하나투어 컨설팅을 담당했던 송미선 BCG 매니징디렉터파트너를 앉혔다. 기존 김진국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 체제를 통해 공동 경영 체제를 갖췄다.
하지만 IMM PE와 하나투어 경영진은 이후 지속적으로 마찰을 겪었고 지금은 송 대표 단독대표 체제로 정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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