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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폐암학회 2023]타그리소로 높아진 열기, 폐암신약 '경쟁의 장' 열린다9일부터 나흘간 싱가포르서 개최…국내사 신약 홍보

정새임 기자공개 2023-09-07 09:19:25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5일 07: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에서 폐암 신약이 의미하는 바는 남다르다. EGFR로 대표되는 폐암 표적항암제들이 국내 우수한 임상기관 인프라를 거쳐 탄생했다. EGFR 변이가 유독 아시아에서 흔하게 발견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을 위해 아시아 국가를 두드렸고, 그 중에서도 임상 시스템이 잘 갖춰진 한국에 뿌리내릴 수 있었다.

연구 경험이 축적되며 촉망받는 국산 항암 신약 '렉라자'가 탄생하는 쾌거도 이뤘다. 렉라자는 얀센과 함께 글로벌 신약으로 도약할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차세대 폐암 신약에 도전하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이번주 열리는 세계폐암학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세계폐암학회는 국제폐암연구협회(IASLC)가 매년 개최하는 국제학술대회로 전 세계 100개국 이상에서 전문가 7000명 이상이 참여한다. 올해 학회는 오는 9일(현지시간)부터 12일까지 나흘간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세계폐암학회는 폐암의 블록버스터 항암제 '타그리소'의 첫 연구가 발표된 곳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는 1차 치료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타그리소 병용요법 연구가 발표될 예정이어서 업계 관심을 높였다.


◇타그리소 병용요법, 메인 발표로 베일 벗어

올해 세계폐암학회의 메인 발표(Plenary session)로 선정된 임상시험은 아스트라제네카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의 플라우라2(FLAURA2) 3상이다. 그간 단독요법으로만 쓰였던 타그리소를 세포독성항암제와 병용해 효과를 더 높이려는 목적으로 진행된 임상이다.

해당 임상은 전 세계 587명의 EGFR 변이 폐암 환자를 두 개 군으로 나눠 한쪽에는 타그리소만 투여하고 다른 한쪽에는 타그리소와 세포독성항암제(페메트렉시드+카보플라틴 또는 시스플라틴)를 함께 투여했다. 1차평가지표로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측정하고, 그 외 전체생존(OS), 반응률(ORR), 반응지속기간(DoR)을 주요 지표로 측정했다.

구체적인 데이터는 오는 11일 발표 전까지 비공개 설정됐다. 다만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5월 타그리소 병용요법은 단독요법 대비 무진행생존기간을 크게 개선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타그리소 병용요법을 혁신치료제로 지정했다. 혁신치료제는 기존 치료법보다 우월한 효과를 내는 의약품에 부여되는 자격이다. 혁신치료제 지정을 받으면 임상 개발과 약물 승인에 있어서 FDA의 자문을 받거나 심사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K-항암신약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유한양행 '렉라자'는 파트너사 얀센이 자사 치료제 '리브리반트'와 세포독성항암제 병용요법의 효능을 살펴보는 1/1b상 크리살리스-2(CHRYSALIS-2) 연구의 일부 데이터를 공개한다. 이 연구는 렉라자+리브리반트+세포독성항암제(페메트렉시드+카보플라틴)를 3차 이상 치료제로 썼을 때 가능성을 평가한 것이다.

공개된 초록에 따르면 적어도 20명의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이 3차 이상 치료제로 렉라자+리브리반트+세포독성항암제를 맞은 결과, 객관적 반응률(ORR) 50%를 보였다. 반응을 보인 10명 중 8명은 6개월 이상 반응이 지속됐다. 11명(55%)의 환자가 치료를 이어가고 있으며, 무진행생존기간은 14.0개월로 나타났다.

가장 흔히 나타난 부작용은 발진, 호중구감소증 등이다. 3등급 이상의 심각한 부작용으로는 호중구감소증, 혈소판감소증 등이 있었다. 기존 치료제를 써도 효과를 보지 못했던 말기 폐암 환자에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세포독성항암제 병용요법이 의미있고 지속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다.

◇루닛·브릿지바이오·에스티큐브 등 신약 가능성 제시

국내 바이오텍들의 새로운 연구 발표도 이어진다. 초기 단계이지만 차세대 신약과 바이오마커를 제시하는 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으로 면역항암제 치료 반응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 중인 루닛은 이번 학회에서 폐암에 대한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제시한다. 종양 검체 조직에 위치한 '3차 림프 구조(TLS)'를 AI로 분석해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TLS는 종양미세환경에서 면역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구성 요소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기관이다.

루닛이 개발한 자체 플랫폼 '루닛 스코프 TLS'로 환자들의 종양미세환경 내 TLS와 생존율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AI가 검출한 TLS가 관찰된 환자들은 전체 생존율이 유의미하게 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 TLS 존재 여부가 기존 비소세포폐암의 바이오마커로 알려진 PD-L1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독립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타그리소와 같은 3세대 EGFR 표적치료제는 언젠가 내성이 발생한다. 내성은 새로운 유전자 돌연변이에서 비롯되는데, 타그리소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흔한 변이가 C797S 변이다. 브릿지바이오는 이 변이를 타깃한 신약 'BBT-176'을 개발 중이다.

세계폐암학회에서 브릿지바이오는 BBT-176을 투여한 환자들의 사례를 발표한다. 총 참여 환자 44명 중 7명의 사례가 실렸다. 7명 중 2명은 부분관해(PR)를 보였다. 나머지 5명은 종양이 크게 줄어들거나 커지지 않고 병변이 유지되는 상태(SD)를 나타냈다. 주로 나타난 부작용은 메스꺼움, 설사, 구토 등이었다. 600mg 고용량을 투여한 한 명에게선 4등급 이상의 호중구금소증이 보고됐다. 또 다른 간질성 폐질환 4등급 사례도 보고됐는데, 약물과 관련된 것으로 평가됐다.

에스티큐브는 소세포폐암에서 개발 중인 '넬마스토바트'의 발현 특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한다. 넬마스토바트가 타깃하는 면역관문단백질은 BTN1A1이다. 에스티큐브는 소세포폐암 환자 샘플에서 BTN1A1과 PD-L1 발현을 매핑해 종양 면역 미세환경에서 BTN1A1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보로노이는 폐암 신약 'VTN11'의 첫 전임상 결과를 선보일 예정이다.

학회에 참가하는 바이오텍 관계자는 "학회에서 발표하는 내용을 토대로 글로벌 제약사들과 기술수출 가능성을 협의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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