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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격차 좁힌 유한 렉라자, 타그리소 독주 막을 시나리오 1차 치료제 경쟁서 속도전…하반기 급여 일정 관심

정새임 기자공개 2023-09-04 13:06:31

이 기사는 2023년 08월 31일 14: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51개월 대 2개월.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와 '렉라자'가 1차 치료 적응증을 획득하고 급여 첫 관문을 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4년에 걸쳐 겨우 넘었던 문턱을 유한양행 렉라자는 2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통과했다.

허가 4년의 격차가 무색해진 두 약물은 이제 거의 동일선상에서 급여 경쟁을 펼친다.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두 개 약제가 같은 날 나란히 급여에 등재되거나, 한 쪽이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이다.

◇렉라자, 1차 치료 허가 2개월 만에 급여 첫 관문 통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30일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를 열고 렉라자의 'EGFR 변이 비소세소폐암 1차 치료'에 대해 급여 기준을 설정했다.

렉라자가 1차 치료 적응증을 획득한 지 2개월 만에 암질심을 통과했다. 암질심은 항암신약이 급여 등재나 확대를 위해 거쳐야 할 필수 코스다. 암질심 신청 후 바로 안건으로 상정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상정되더라도 통과율이 절반 수준이다. 내로라하는 항암 신약들도 암질심 앞에 쩔쩔 매는 경우가 허다해 '통곡의 벽'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렉라자는 국산 블록버스터 신약이라는 프리미엄을 안고 초고속으로 심의가 이뤄졌다. 3상 임상에서도 우수한 데이터를 낸 덕분에 단숨에 암질심을 통과할 수 있었다.

이게 시장의 관심은 타그리소와 렉라자의 급여 확대 시점에 쏠린다. 두 약제가 겨냥하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시장은 환자 수가 훨씬 많다. 업계는 3세대 약물인 두 약제가 1차 치료제 시장에 진입할 경우 빠른 속도로 성장해 2028년 54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추정한다. 이때 시장 점유율을 좌지우지 하는 요소가 약제의 급여 여부다. 먼저 급여를 획득한 약제가 빠르게 시장에 침투할 수 있다.

순서상으로는 타그리소가 먼저 등재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심평원과의 협상력·내부 의사결정에서 유한양행이 훨씬 유리한 면이 있다.

신약의 급여 등재·확대는 여러 요인에 따라 등재 기간에 큰 차이를 보인다. 같은 질환 내에서도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희귀질환인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최초의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와 유전자 신약 '졸겐스마'는 약 1년 3개월 만에 급여 등재된 반면, 두 번째로 허가된 '에브리스디'는 2021년 7월 급여를 신청한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심사가 진행 중이다.

타그리소가 렉라자보다 5개월 먼저 암질심을 통과했다고 먼저 급여 확대를 이루리라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타그리소-렉라자 급여경쟁, 심평원 일정에 관심

앞으로 예상되는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타그리소나 렉라자 둘 중에 하나가 먼저 등재되거나, 두 약제가 나란히 급여를 확대하는 경우다. 이는 어떤 급여 전략을 짜 심평원과 얼마나 빠르고 원활히 소통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암질심은 항암제 급여 등재의 첫 단계일 뿐, 이후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모두 거쳐야 한다. 이 중에서도 약평위가 까다로운 절차로 꼽힌다. 경제성평가 소위원회, 위험분담제 소위원회 등 각종 소위에서 검토를 마친 후에 약평위에 상정될 수 있다.

타그리소는 지난 3월 암질심을 통과한 후 약평위 소위를 모두 넘기까지 약 5개월이 걸렸다. 약가인하를 두고 긴 시간 논의가 이어진 것이 발목을 잡았다. 소위에서의 논의를 끝낸 타그리소는 현재 약평위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내달 9월 7일 상정이 예상된다.

렉라자가 타그리소와 동시에 약평위에 상정되기엔 물리적인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 당장 일주일 내 소위를 열고 서류 검토를 모두 끝마쳐야 한다. 만약 렉라자가 타그리소 약가에서 10%를 더 깎는 조건으로 경제성평가를 면제받는 전략을 택한다면 가능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미 아스트라제네카가 타그리소 1차 급여 확대를 위해 파격적인 약가 인하를 감수한 것으로 알려져 유한양행이 이 전략을 택할 지 미지수다.

2021년 렉라자 첫 급여 등재 타임라인을 돌이켜보면 렉라자는 1월 허가를 받고 2월 암질심에 통과한 후 경제성평가 등을 거쳐 4월 약평위를 통과했다. 당시에도 초고속 심사라는 평이 나왔다. 이를 감안하면 렉라자는 9월 내 소위를 거쳐 10월 약평위에 상정되는 수순이라 볼 수 있다. 이 경우 타그리소의 9월 약평위 상정이 불발되지 않는 이상 타그리소가 먼저 1차 치료 급여에 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업계에서는 타그리소가 렉라자보다 아주 조금 일찍 급여를 확대하거나 두 약제가 동시에 급여 확대가 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단 심평원은 타그리소의 9월 약평위 상정을 미룰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타그리소 급여 확대를 요구하는 국민 청원이 5만명이 넘은 데다 10월에는 국정감사도 예정돼 있다. 심평원 입장에서는 타그리소 심사가 길어지는 상황이 부담이 된다. 사안을 건강보험공단으로 넘길 공산이 크다.

만약 유한양행이 렉라자 약가를 일정부분 보전받기 위해 경제성평가를 진행한다면 급여 확대 시점이 조금 더 지연될 수 있다. 다만 이 기간도 그리 길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렉라자는 주목받는 블록버스터 국산 신약인 만큼 국산 프리미엄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국산 혁신신약 개발을 장려하는 정부 기조상 약가인하의 압박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렉라자가 얼마나 빨리 약평위를 통과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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