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Story]제이알글로벌리츠와 '의리' 지킨 KB증권상장 주관 인연, 유증 조력…미매각 가능성에도 회사채 발행 맡아
손현지 기자공개 2023-09-08 07:59:54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7일 10: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증권이 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인 제이알글로벌리츠와의 상장 파트너십을 유지했다. 최근 부동산 PF 부실 우려로 리츠업종에 대한 투심이 위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회사채 발행 주관사로 나섰다. 다른 하우스들은 미매각을 우려해 물량 배정을 꺼려한 상황에서 나홀로 구원투수를 자처한 것이다.KB증권은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유가증권 상장때부터 증자 등 다양한 주관 업무를 맡아온 하우스다. 조금은 손해를 볼 지라도 파트너십 관계를 우선시하는 KB증권 IB관행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매각, 예견된 결과"…파트너가 어려울때 외면하지 않는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4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1.5년물 800억원 모집에 20억원 매수주문을 확인했다. 전체 모집 계획에서 무려 97.5%(780억원) 가량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오는 11일 회사채 발행 때 미매각된 물량은 KB증권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KB증권 내부적으론 어느 정도 예견한 결과였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저하되면서 오피스 공실률이 상승하고 있어 시장 상황은 비우호적이다. 여기에 금리 불확실성도 높아진 상태라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았다. 수요예측에 앞서 0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100bp의 넓은 금리밴드를 제시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주관사 선정때 부터 다수의 하우스들이 부담스러워했던 딜이기도 했다. 2년 전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회사채 초도 발행 때 주관업무를 맡았던 삼성증권도 이번에는 계약을 맺는 것을 꺼려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가운데 KB증권이 구원투수로 나선 건 '파트너십'을 굳건히 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2020년 유가증권 시장에 처음 입성할 때부터 KB증권이 공을 들였던 기업이다. 상장 때 주관사로서 조력 했으며, 그 뒤로도 자금사정이 어려워 유상증자가 필요할 때도 KB증권이 구원투수 역할을 해왔다.
IB 한 관계자는 "KB증권 내부적으로도 시장성이 큰 발행 딜은 아니었다고 보고 있었다"며 "다만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온 파트너사가 공모시장에서의 채권 조달을 원하자 손해를 감수하고 손을 잡아준 것"이라고 말했다.
남들이 안한다고 외면하기 보다 KB의 채권 역량을 발휘하기로 한 것이다. 그간 크고 작은 난이도 있는 딜들을 경험하면서 쌓은 노하우에 대한 자부심도 컸다.
단순히 파트너십만을 고려해 결정한 것도 아니었다. KB증권이 평가하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자산 가치는 높은 편이다. 해외 보유자산에 대한 우려가 큰 시장의 시각을 배제하고 기업의 펀더멘털만 놓고 보면 좋은 자산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JR글로벌리츠의 해외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삼는다. 자산 구성을 들여다보면 벨기에 브뤼셀 소재 오피스 지분은 80%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미국 맨하튼 소재 오피스 자산은 13% 정도에 달한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업무지구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에는 현재 벨기에 정부 주요 부처가 입주해있다. 2034년까지 중도 해지 옵션 없이 전체 면적에 대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공실 위험이 낮다.
벨기에 자산의 임대료는 매년 '벨기에 헬스 인덱스'(소비자물가지수에서 주류, 담배, 휘발유 등의 항목을 제외)와 연동되는 구조라 인플레이션 방어가 가능한 구조다.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도 "벨기에 오피스는 현재 공실이 없고 대부분 건물을 정부기관에게 임대하고 있다"며 "임차인이 법무부장관의 책임하에 벨기에 정부의 예 산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벨기에 정부 수준의 신용도가 인정된다"고 진단했다.
작년 편입한 미국 뉴욕시 맨해튼 소재의 498 7th Avenue 건물의 경우 미국 최대 의료 노동 조합인 SEIU(동부보건의료노동조합)와 전체 면적의 약 60.6%에 대해 2050년까지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단기간 내 공실률 상승, 수익구조 훼손 등이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로부터 신용등급 'A-'를 받았다. 배당률이 높고 시가총액도 8003억원으로 작은 규모의 리츠가 아니지만, 비우호적인 업황에 미매각 결과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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