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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출발 한화오션, 아픈 손가락 SBM 매각 해양플랜트 수주 교두보로 시작…표류 끝 사업 마무리

임한솔 기자공개 2023-09-08 07:14:07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6일 14: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오션이 그동안 끌어안고 있던 해외 부실 법인의 지분을 정리하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 시절 투자한 'SBM Shipyad Ltd.(SBM십야드)'가 대상이다. 한화그룹 합류 후 각종 시설과 외부 채널의 간판을 '대우'에서 '한화'로 교체한 데 더해 사업구조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의 흔적을 지우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8월 공개되지 않은 상대와 SBM십야드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오션이 보유한 SBM십야드 지분 33.3%, SBM십야드에 빌려준 대여금 1760억원을 모두 포함하는 계약이다.

다만 애초 전액 대손 설정됐던 투자 및 대여금인 만큼 본전을 챙기기는 어렵다. 한화오션은 매각 완료 후 환입되는 약 433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장부에서 없앤다는 방침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번 매각에 대해 "과거 해양플랜트 수주 등을 위해 취득한 지분을 정리하는 것"이라며 "유동성과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BM십야드는 아프리카 앙골라에 있는 파이날(PAENAL) 조선소를 거느린 지주회사다. 파이날 조선소는 2008년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SONANGOL)과 네덜란드 해양설비 전문업체 SBM오프쇼어가 합작으로 설립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0년 10월 지분 인수 계약을 맺고 SBM십야드에 들어갔다. SBM십야드 지분은 SBM오프쇼어 33.34%, 대우조선해양과 소난골 각각 33.33%로 나뉘었다.

파이날 조선소 전경. <출처=SBM오프쇼어>

당시 대우조선해양 파이날 조선소를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등 해양플랜트 전문 조선소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앙골라를 비롯한 서아프리카지역 석유·가스산업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는 게 목적이었다.

2014년까지만 해도 계획은 순조롭게 진전되는 것처럼 보였다. 대우조선해양은 SBM십야드 지분 인수 직전인 2010년 8월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Total)로부터 앙골라 자원 채취를 위한 2조1400억원 규모 클로브 FPSO를 수주했다. 클로브 FPSO는 국내에서 건조된 뒤 2013년 말 파이날 조선소로 이동해 상부 구조물 탑재가 완료됐고 2014년 6월에는 앙골라 현지에서 원유 채굴에 성공했다. SBM십야드에 대한 지분법손익은 2012년 -32억원에서 2014년 108억원으로 개선됐다.

하지만 2015년 대우조선해양이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이면서 SBM십야드도 된서리를 맞았다. 지분법손익이 한 해만에 마이너스(-) 159억원으로 급감했고 투자잔액은 전액 손상차손으로 인식돼 '0'이 됐다. 대우조선해양이 SBM십야드에 빌려준 대여금도 이때 모두 대손 설정됐다.

설상가상으로 2016년 들어서는 SBM십야드 운영의 다른 축인 소난골이 대우조선해양과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 드릴십 2척의 인도를 경제위기를 이유로 거부한 것이다. 소난골과 대우조선해양의 갈등은 2019년 드릴십 인도가 완료되면서 봉합됐지만 SBM십야드의 경영은 이미 회복이 어려운 상태였다.

대우조선해양은 2019년부터 사업보고서를 통해 SBM십야드 재무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SBM십야드는 2019년 매출 600만원에 당기순손실 358억원을 낸 데다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재무상태는 2022년까지도 비슷하게 유지됐다.

이제 한화그룹에 속하게 된 한화오션으로서는 굳이 자금 부담을 감수하며 SBM십야드 경영 정상화에 힘쓸 요인이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대주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필두로 한 그룹 계열사들과 연계해 해상풍력, 방산 등 다른 분야에서도 얼마든지 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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