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ting Watch]한화오션 대규모 유상증자…계열 크레딧 여파 촉각연이은 자금 유출…한화에어로 EBITDA, 지탱 키워드
양정우 기자공개 2023-09-11 07:04:35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5일 16: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오션이 한화그룹에 피인수 된 후 조 단위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AA-)를 비롯한 계열사에 미칠 크레딧 여파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 계열은 인수합병(M&A) 당시 부담한 인수 대금에 이어 증자 참여에 따른 추가적 자금 지출이 예고돼 있다.가장 큰 자금 지출을 감내해야 하는 건 최대주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근래 들어 대규모 현금 확보(선수금 등)에 성공한 동시에 현금 창출력이 견조한 흐름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재무위험 차원에서는 연이은 순유출 기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에어로, 한화오션 인수 총대…2조대 유증도 최대 출자
한화오션은 지난달 말 총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는 일반 공모를 통해 발행되고 오는 11월 말 신주가 상장되는 일정이다. △방산부문 투자 9000억원 △친환경 선박 개발 6000억원 △해상풍력 2000억원 △스마트야드 투자 3000억원 등에 집행될 예정이다.
유증 대금이 빚 상환이 아니라 투자 재원으로 활용되는 건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한화그룹이 무리한 대형 M&A의 여파로 자금 부담이 생기기 시작한다는 신호가 아니라 업사이드 포텐셜에 주목해 과감한 투자 강수를 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다만 그룹 전반의 부채상환능력을 따져볼 때는 미래 사업성만 핵심 잣대로 여기지 않는다. 사업위험은 물론 재무위험까지 감안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미 한화오션 인수 자금으로 2조원 대 현금을 투입한 주요 계열이 다시 한번 출자 부담을 짊어지는 데 크레딧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오션 지분 24.7%를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인수 당시에도 가장 큰 금액(1조원)을 지출했다. 계열사인 한화시스템도 5000억원을 투입했다. 연결 기준으로 1조5000억원이 유출된 것이다. 여기에 한화임팩트 등 다른 계열도 총 5000억원을 사용했다.
한화오션의 인수 대금을 놓고 크레딧업계에서는 감내가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비즈니스에서 신규 해외 수주가 쏟아지면서 재무 부담이 크게 완화된 여건이었다. 총차입금은 매년 확대 기조(2018년 말 1조7341억원→지난해 말 3조4749억원)를 이어갔으나 선수금 등 현금이 쌓이면서 순차입금은 오히려 3000억원 대로 대폭 감소했다.
하지만 추가 유증이라는 이벤트가 발생하자 재무적 여력의 소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조원 규모의 유증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약 3900억원, 한화시스템 약 1900억원 등의 지출이 예고돼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입장에서는 연결 기준 5800억원이 출자에 투입된다.
방산 비즈니스의 현금 창출력은 여전히 견고하다. 수년 전 2000억원 대였던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6000억원 대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한화오션을 인수했을 당시와 비교해 재무적 기반은 이미 눈에 띄게 약화돼 있다. 한화오션 지분 인수와 미국 한화퓨처프루프 지분 투자 등에 따라 지난 상반기 말 기준 순차입금이 1조5000억원 수준으로 급증한 상태다.
◇자체 EBITDA, 재무개선 제한…방산 호황 고수, 민수 개선 필요
물론 한화오션 유증에 따른 계열사 자금 부담이 당장 레이팅 액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현금 지출의 주축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신용등급의 하향조정 요건으로 '현금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투자자금 소요 증가로 재무부담 확대'를 제시하고 있다.
수치상 구체적 기준은 '연결기준 EBITDA/매출액 7% 하회'와 '순차입금/EBITDA 배수 5배 이상' 등이다. 지난 상반기 말 기준 순차입금이 큰 폭으로 늘어났으나 여전히 순차입금/EBITDA 배수는 1.6배에 불과하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증자 이후를 감안해도 2배 안팎으로 집계하고 있다. 현금흐름 대비 재무구조가 유증 뒤에도 한동안 AA급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다만 방산 사업 호조로 크게 증가한 EBITDA만으로 차입 구조가 빠르게 개선될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 연간 이자 부담이 700억원 내외인 데다 설비투자(Capex) 규모도 3000억원 안팎이다.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금액도 4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부쩍 늘어난 종속회사마다 외형 확장과 신사업 추진, 기술 개발 등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잉여현금흐름(FCF)의 증가 폭은 제한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해외 수출에 따른 방산의 호황세가 위축되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힌다. 민수 비즈니스의 경우 아직 사업 안정성이 저조한 가운데 확대된 재무 레버리지를 지탱할 수 있는 현금 창출력이 후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 'K-9자주포', '천무' 수출과 관련해 대금 회수 과정에서 현지 불안 요인이 부각될 수 있는 것도 리스크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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