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부품 작은 거인들]영화테크, 전기차 찍고 수소차 시장 공략 '풀 액셀'①정션박스 주력 제조사, 2019년 컨버터 제품 양산공급 이력…관건은 시장 개화 시기
조영갑 기자공개 2023-09-13 08:07:27
[편집자주]
전기차(EV) 시대의 개막은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 적잖은 변화를 몰고 왔다.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은 앞장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겠다고 예고했고, 정부도 관련 부품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책을 내놓으며 발 맞추기에 나섰다. 변화의 기로 속에 자동차 부품사들도 덩달아 새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더벨에서 수혜가 기대되는 주요 EV부품사를 조명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1일 15: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동차 정션박스(junction box) 전문 제조사 영화테크가 전기차(EV) 시장을 넘어 현대차의 차세대 모빌리티 수소차 부품의 '히든 챔피언'을 노리고 있다. 국내외 주요 고객사의 EV 라인업에 적용되는 전력제어 부품 기술 고도화를 꾀하는 동시에 아직 시장이 여물지 않은 수소차 시장에서도 선제적으로 기술장벽을 친다는 포부다. 관건은 대량 PO(구매주문)의 물꼬가 언제 트이느냐다.11일 업계에 따르면 상용수소전기차용 컨버터(Converter) 및 전력변환 부품과 관련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후속 PO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영화테크는 2020년 상용수소전기차용 컨버터를 비롯해 전력제어 부품의 양산에 성공한 이래 주요 고객사인 현대차 넥쏘 모델 등을 중심으로 해당 제품의 용처를 확대하고 있다.
2000년 설립된 영화테크는 정션박스 제조 기술에 특화된 자동차 부품사다. 정션박스는 자동차 전체 부품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장부품의 전원과 전기적 신호를 공급 분배하고, 회로를 보호하는 필수 안전 시스템이다. 내연기관 차량 뿐만 아니라 전기차, 수소전기차량 등 친환경 차량의 시장이 커지면서 시장 수요가 커지고 있다.
영화테크는 설립 이래 PCB(인쇄회로기판) 타입의 정션박스부터 CAN 통신 기능을 포함한 스마트 정션박스 등 전력제어 분야에서 꾸준하게 기술을 고도화했다. 특히 컨버터를 비롯해 BDU(Battery Disconnection Unit), OBC(On Board Charger), PRA(Power Relay Assembly), DC-Filter, HV-SSR(Solid State Relay) 등 EV 전력변환 핵심 부품을 자체 개발하면서 글로벌 제조사들의 꾸준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해 기아차, 쌍용(KG모빌리티) 등 국내 자동차 5사와 글로벌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에 정션박스를 공급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업계 관계자는 "영화테크는 2010년대 이후 전기차 시장의 도래에 발맞춰 꾸준하게 전력변환, 제어 시스템 기술을 고도화해 왔다"면서 "현대차 내연기관차의 정션박스 공급을 시작으로 글로벌 브랜드의 전기차 전환 트렌드에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매출 포트폴리오를 해마다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영화테크는 타 부품사 대비 높은 비중의 경상연구개발비를 지출하면서 고객사군을 확대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사들이 고객사향 안정적인 PO를 기반으로 생산 캐파(capa)에 집중하는 데 반해 매년 총 매출 대비 10% 수준의 R&D 비용을 투입하면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2021년 51억원(12.45%), 지난해 41억원(8.46%), 올 상반기 17억원(10.6%) 등을 R&D에 투자했다.
제품 라인업에 전기차 및 친환경차 전력변환 부품 등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 제품군이 합류하면서 영업이익률 역시 눈에 띄게 올라가고 있다. 2020년 0.20%에 불과하던 이익률은 2021년 5.71%, 지난해 3.98% 등을 기록한 데 이어 올 2분기 11.41%로 치솟았다. 주요 고객사 브랜드들이 EV 출고를 늘리면서 이에 따른 수혜를 봤다는 분석이다.
영화테크는 최대 고객사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를 중심으로 EV 전용라인을 건설하고 있고, 수소차 및 수소전기트럭 양산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전기차+수소차' 식의 이원화 마케팅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수소차의 경우 현대차 및 독일의 보쉬(Bosch) 등 개발사가 손에 꼽을 정도이며, 기술장벽이 전기차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장기적인 호흡으로 R&D에 투자한다는 복안이다.
이미 영화테크는 2019년 현대차의 수소상용차용 LDC(Low Voltage DC-DC Convertor) 정식 공급계약을 체결(55억원 규모)한 데 이어 2021년 150억원 규모의 수소전기트럭 CON UNIT ASSY-AIR COMP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여느 부품사보다 신속하게 수소차 부품시장에 진입한 이력이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다만 아직 글로벌 수소차 시장의 저변이 넓지 않고, 부품시장 역시 규모가 크지 않아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현대차가 넥쏘 이후 수소차 후속 모델을 확장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근본적으로 수소충전 인프라가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 저변이 어느정도 충족되기까지 최소 5년 이상 소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수소차 충전기는 200여 곳에 불과하다. 현대차는 이른바 '수소경제'를 앞당기기 위해 부생수소를 활용, 전기차를 구동하는 수소연료전지발전 시범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영화테크 역시 5년 이상의 중장기 프로젝트로 분류하고, 장기적 호흡으로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영화테크 측은 "친환경자동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정션박스가 경량화, 직접화되고 전자회로가 복잡해지는 경향성이 있는데 향후 회사의 경쟁력을 정션박스 표준화와 모듈화로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제품개발에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면서 "동시에 현재 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수소전기차용 전력변환 부품을 개발, 수소차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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