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는 지금]'메로나' 국내 넘어 해외로...신사업 전략은 글쎄②빙과사업 주축으로 거침없는 영토확장, 중동·인도 미진출 국가 개척 방침
김규희 기자공개 2023-09-19 07:44:01
[편집자주]
빙과업체 빙그레가 한동안 성장정체에 빠져 고민이 깊었던 시절이 있었다. 해외기업과의 제휴, 신제품 출시 등 노력에도 매출 8000억원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단행된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는 빙그레의 성장 트리거가 되며 연매출 1조원 기업으로 도약했다. 최근에는 해외시장으로 영토 확장을 계획하며 추가 도약을 꿈꾸고 있다. 빙그레의 경쟁력 등 현 상황을 진단하고 재무현황과 미래 성정전략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3일 09: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빙그레는 2010년대 성장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펼쳤다. 사업다각화를 위한 건강기능식품 등 신사업 진출과 해외시장 공략이 대표적이다.신사업 전략은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해외사업 성과는 놀라운 수준이다. 올 상반기 수출매출만 전년 동기대비 27% 증가한 776억원이었다. 주력 상품 ‘메로나’를 중심으로 꾸준히 글로벌 영토를 넓혀나간 성과다.
빙그레는 중동과 인도 등 아직 손길이 닿지 않은 국가 진출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 미국 교민에서 시작된 해외수출, 메로나 전세계 30여개 국가 진출
국내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빙그레는 내수시장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일찌감치 신사업 진출, 해외시장 공략 등 사업 확장을 준비해 왔다. 국내의 경우 2019년 건기식 브랜드 ‘TFT’를 출범시키고 이듬해 남성건기식 상품 ‘마노플랜’을 론칭하는 등 건기식을 중심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섰지만 의미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성장전략의 또 다른 한 축 해외사업에선 큰 성과를 거뒀다. 빙그레는 2014년 8월 중국(BC F&B Shanghai Co., Ltd.)을 시작으로 2016년 7월 미국(BC F&B USA Corp.), 2019년 9월 베트남(BC F&B Vietnam Co., Ltd.)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유통망 확대에 나섰다.
첫 현지 법인이 설립된 중국은 식품시장이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수입 식품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성장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됐다. 특히 소득수준 증가로 고품질 빙과류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해석됐다.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아이스크림 시장으로 글로벌 영토 확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나쳐야 할 관문이었다. 베트남은 한류 열풍으로 K-푸드 인기가 높아 한국 제품 소비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
해외사업을 본격화한 건 2014년부터지만 수출이 시작된 건 1995년부터였다. 해외시장 개척의 선봉장 ‘메로나’가 특유의 멜론맛 테이스트와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을 앞세워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처음에는 미국 하와이에 거주하는 교민들을 대상으로 판매가 이뤄졌다. 이후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현지인들도 메로나의 맛과 식감에 매료됐다. 특히 미국의 경우 샤베트 스타일의 아이스크림에 익숙한 상태여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현지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메로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수출량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나중에는 현지 메인스트림 유통 채널인 코스트코 입점에 성공하면서 판매지역을 교민 및 아시안 시장에서 미국 전역으로 확대했다.
미국 매출이 늘어나자 빙그레는 현지에 생산기지를 설립할 필요성을 느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생산공장을 설립하기엔 재정적으로 부담이 크다고 판단하고 2017년 미국 서부 워싱턴주 벨뷰에 위치한 ‘루체른푸드(Lucerne Foods)’와 OEM 계약을 맺었다. 빙그레가 현지에서 메로나를 생산하는 건 미국이 유일하다.
메로나의 인기는 미국을 넘어 캐나다, 필리핀, 브라질 등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최근에는 K-콘텐츠 영향력 확대에 따라 한국 제품에 대한 인지도와 이미지가 상승해 수출국 수가 지난해 20여개에서 올해 30여개로 확대됐다. 베트남에서는 붕어싸만코 판매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유음료 품목에서는 ‘바나나맛 우유’가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2004년 미국 수출을 시작으로 중국, 대만, 홍콩, 베트남 등 10여개 국가에 진출했다. 특히 중국에서 인기가 높아 2021년 중국에서만 26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 ‘빙과 중심’ 해외매출 매년 확대, 글로벌 공략 이어간다
메로나의 해외 수출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배경에는 국가별 맞춤 전략이 주효했다. 국내에서는 멜론 위주로 판매 정책을 이어가고 있지만 현지 입맛에 따라 딸기, 망고, 코코넛, 타로, 피스타치오 등 국가별로 주력 테이스트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또 할랄 인증, 식물성 아이스크림 등 출시를 통해 비관세 장벽을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국제 박람회에도 참가해 제품 인지도를 높였다.
빙그레의 해외시장 공략 노력은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빙그레의 수출 매출액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18년 493억원에서 2019년 632억원, 2020년 711억원, 2021년 823억원, 지난해 1043억원으로 증가했다.
올 상반기 수출액은 776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대비 27% 증가한 수치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매년 상승 추세다. 2018년 3.8%에서 점차 늘어나 2022년 6.3%로 상승하더니 올 상반기엔 역대 최대 8.7%를 찍었다.
해외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역시 아이스크림이다. 올 상반기 아이스크림 및 기타 수출 규모는 466억원으로 전체 수출의 60.1% 수준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아이스크림 수출 규모가 5900만달러(약 775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빙그레가 6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3년간 아이스크림 품목에서 보인 수출액 증가 추세 역시 매우 가파르다. 2020년 365억원에서 2021년 427억원으로, 2022년 594억원으로 증가했다. 증가율은 각각 17%, 39.1%였다.
그중에서도 메로나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올 상반기 전년 동기대비 15% 이상의 신장률을 기록하며 290억원의 해외 매출액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국내 매출액은 220억원 수준이었다.
특히 미국에서의 매출 증가율은 기록적이다. 메로나의 미국 매출액은 2014년 30억원에서 3년 만에 60억원으로 증가했고 2018년 70억원, 2019년 110억원, 2020년 160억원, 2021년 223억원, 2022년 27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다만 올 상반기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빙그레는 매년 초 미국 코스트코를 통해 메로나에 대한 프로모션을 진행해왔지만 올해는 프로모션 대상에서 빠졌다. 그리고 이는 바로 매출액 급감으로 나타났다. 미국 법인 실적 감소분을 감안하면 메로나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16.1%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빙그레는 계속해서 해외영토 확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중동과 인도 등은 빙그레의 손길이 아직 닿지 않은 곳이지만 기온이 높아 평소 아이스크림 소비량이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K-푸드 인기와 함께 새로운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K-콘텐츠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수출액이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 캐나다 등 북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실적 전반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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