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원장은 왜 해외 IR에 직접 나섰나 금융사 수장 대동 비난에도 강한 의지보여…해외투자자에 K-금융 높은 신뢰성 어필
런던(영국)=서은내 기자공개 2023-09-14 16:02:09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4일 12: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왜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IR을 직접 나서서 챙기기 시작했을까. 이복현 금감원장이 상반기 싱가포르에서의 금융 IR에 이어 영국 런던에서 두번째 IR에 나섰다. 싱가포르 행사 이후 이 원장이 또 한번 유럽 IR에 나설 채비를 꾸리자 일각에서는 당국의 수장이 금융사 CEO들을 몰고 다닌다는 부정적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그럼에도 이번 IR행사에는 이복현 원장의 진심어린 의도와 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앞으로도 이같은 형태의 해외 금융 IR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정부 당국 혹은 지자체 등 주관 기관이나 형태에 변화는 있겠으나 적극적인 해외 금융 IR은 지속될 전망이다.
런던에서 열린 이번 IR 행사는 금감원, 지자체, 주요 금융회사들이 공동으로 협업해 준비해 진행됐다. 지자체로는 서울시와 부산시가, 금융사로는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생명보험, 코리안리가 참여했다. 각 금융사 수장들도 IR 주요 세션들에 참석해 발표와 토론을 이어갔다.
참석한 글로벌 투자, 금융기관은 80여곳으로 블랙록(Blackrock), 블랙스톤(Blackstone), 비앤피파리바(BNP Paribas), HSBC, JP모건(JP Morgan),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로스차일드(Rothschild), 슈로더(Schroders), SG, UBS 등 해외 기관 임직원들이 북적이며 자리를 메웠다.
행사를 주도한 이복현 원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한국 금융산업의 비전과 가치를 '신뢰·혁신·개방성'의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했다. 이 원장은 글로벌 투자자의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성, 투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을 소개했으며 그 예로 외국인 투자자 등록의무와 투자내역 보고의무 폐지, 글로벌 투자자의 국채투자 비과세 조치 등을 들었다.
또 이 원장은 배당 여부와 배당액을 미리 알고 투자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배당제도 개선을 진행 중이란 점을 강조했으며 상장법인의 영문 공시 단계적 의무화 추진 사항을 밝혔다. 글로벌 금융사의 국내 영업환경 개선을 위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소득세 단일세율 특례의 적용기한을 추가로 연장하겠다는 계획도 설명했다.
공식적인 이번 행사의 목적은 K-파이낸스, 즉 한국 금융산업의 국제화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사의 해외진출, 자금조달 여건 등을 개선하고 투자유치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자리다. 비슷한 형태의 행사로 금감원은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첫번째 해외 IR 행사를 열었다.
런던 행사 계획이 알려지면서 이복현 원장의 행보는 금융업권에서 긍정적으로만 보여지지는 않았다. 금융당국의 수장이 해외 IR에 금융사 수장들을 대동해 참석함으로써 관치 금융의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다는 시각도 흘러나왔다. 올해 지주 회장에 오른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은행권 인사로 이번 행사에 동석했다.
금감원의 해외 IR은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후 처음 시작하는 행사다. 코로나 이전을 보더라도 금감원장이 직접 IR에 참석해 주도적으로 행사를 리드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번처럼 금감원장이 직접 해외 IR을 추진하는 자리가 일반적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장에서 본 글로벌 투자자들의 반응과 금융 수장들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이날 참석한 금융사 고위 관계자는 "우리 주요 주주사인 한 글로벌 투자기관은 금감원장의 IR 참석을 매우 긍정적인 시그널로 보면서 앞으로도 이같은 형태를 이어가기를 원하고 있다"며 "이는 당국의 수장으로서 IR에서 투자자들에게 한 발언들에 대해서 앞으로 그대로 지켜질 것이란 믿음이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런던 IR 도중 '해외 투자자와의 대화' 세션에서 이복현 원장은 한국의 금융주 저평가에 대한 대안으로 배당의 자율성 보장을 직접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같은 배당의 자율성 강조 역시 당국의 수장이 한 발언으로서 투자자들에게 호소력이 남달랐다는 후문이다.
이 원장은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주주 친화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배당 자율성을 보장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과거에는 법규와 제약으로 잠재적 주주들이 배당액을 모르는 상태로 투자했으나 지금은 금융사가 미리 배당액, 배당 여부, 규모 등을 정하고 발표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당국의 수장으로서 한국 금융에 대한 홍보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이같은 해외 IR을 늘려가야 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이 원장은 "국내로의 해외 투자 유치든, 국내 금융사의 해외 투자이든 투자자들에게 진심어린 것을 보여드려야 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싱가포르에 이어 런던 행사를 해보니 (앞으로는)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음에는 저 또는 제가 아닌 금융위원장이나 또다른 정부 당국, 지자체 대표가 와서 할 수도 있을 것이며 다양한 포맷으로 해외 투자자 설명회를 조금만 더 늘려보면 한국 자체에 대한 IR이 될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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