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9월 15일 08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야구에는 흔히 셋업맨(Setup Man)이라고 불리는 임무가 존재한다. 선발과 마무리의 중간을 담당하는 중간 계투 중 하나인 셋업맨은 9회의 바로 앞, 보통 8회쯤을 담당한다. 경기의 클라이맥스이자 가장 멘탈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9회를 담당할 마무리 투수를 위해 판을 만들어주는 선수다.에이스란 이미지는 선발에, 엔딩은 마무리에 맡기는 만큼 셋업맨은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져 보인다. 하지만 실제 영향력은 그에 못지않다. 8회 셋업맨 성적에 따라 마무리가 9회 겪을 중압감이 결정되고 경기 결과의 나비효과를 부른다. 만약 마무리의 컨디션이 나쁘거나 이닝을 기대 이상으로 소화하면 팀의 마무리로 올라설 수도 있는 위치다.
이런 셋업맨의 역할은 최근 KT의 새 선장으로 부임한 김영섭 대표이사의 상황에 대입해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전임자(선발) 성과와 실책을 수습하고 2년 반의 짧은 기간 KT를 책임지며, 후임자(마무리)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아야 한다. 더불어 연결고리에 그치지 않고 재임 성적·재신임에 따라 연임으로 주인공에 등극할 가능성도 갖춘 점이 똑 닮았다.
KT의 상황을 볼 때 김 대표가 셋업맨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디지코 추진과 이에 비롯될 사내 갈등 봉합, AI 시대 대응은 물론 지주형 회사 전환 그리고 특유의 기업문화 개편 등 감당할 승부처와 아웃 카운트가 제법 많다. 비유하자면 1점 차로 간신히 앞선 8회, 강타자들과 연이어 마주하는 상황이다. 직구 같은 과감한 결단과 변화구의 유연한 사고를 김 대표가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쉽지 않은 상황에도 김 대표의 활약을 기대하는 배경은 부임과 동시에 보여준 그의 태도 때문이다. 김 대표는 부임 직후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의 연사로 나섰다. 대표로의 데뷔전을 글로벌 플레이어 앞에서 치렀다. 키노트와 GSMA 일정 마무리 다음엔 곧장 기자 100여명 가량을 모은 간담회에 참석하기까지 했다.
이 와중 참석 기자 전원과 일일이 악수하고 스스로 질문을 더 받는 여유까지 보인 것은 덤이다. 간담회 중간중간에도 위트와 솔직함을 섞은 답변으로 소통을 잘 이끌어냈다. KT의 셋업맨으로 그리고 마무리 후보로서 필요한 것이 누구보다 강한 사자의 심장임을 생각하면 일단은 합격점인 셈이다.
산업과 KT의 변화라는 기로 속에서 이제 막 마운드에 오른 김 대표의 앞날을 섣부르게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야구에서 초구의 중요성, 기업의 수장 위치에서의 첫걸음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속 김 대표는 첫 투구로 정확한 정중앙 스트라이크를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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