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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출항한 한화오션, 목적지는 '최초·최고·최대' 연구 산실 시흥R&D캠퍼스, 저항 낮추고 연료 효율 높인다…자율주행도 '시동'

시흥(경기)=허인혜 기자공개 2023-09-18 14:10:52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8일 14: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오션의 시흥 연구개발센터는 고요했다. 거대한 선박을 연구하는 곳이니만큼 다른 연구개발(R&D)센터 대비 시끌벅적한 풍경을 예상했지만 빗나갔다. 마이크를 쓰지 않아도 대형 수조며 연료개발 구역 연구원들의 설명이 들릴 정도였다.

반면 규모는 상당했다. 통상 규모와 소음이 비례한다면 몸집은 크되 소리는 작기는 퍽 어려운 일이다. 이날 찾은 공동수조에서는 모형배 밑으로 공기방울이 쉼없이 뿌려졌고 음향수조에서는 모형배와 실험 기계가 움직였지만 역시 소음은 없었다. 현장을 소개한 연구원들도 이 '조용함'을 자랑거리로 여겼다.

한화오션은 15일 경기도 시흥시에 자리한 시흥R&D캠퍼스에서 프레스투어를 열고 주요 연구개발 센터를 공개했다. 한화그룹의 품에 안기며 활기를 되찾은 R&D센터의 연구활동을 배의 관점에서 분석해 봤다.
한화오션의 시흥R&D캠퍼스 전경. 사진=한화오션

◇얼마나 저항없이: 최초·최대 3대 수조가 꿈꾸는 '가장 조용한 배'

한화오션의 수조를 눈 앞에 맞닥뜨리면 공감각적인 측면에서 참 독특하다. 시각과 청각이 모두 예상밖이라서다. 거대한 수영장처럼 보였던 음향수조와 투명한 벽 안에 물을 가득 채운 공동수조, 모형배의 성능을 실험하는 예인수조까지 웅장했지만 그 안의 소음은 일에 집중한 사무실만큼 조용했다. 이원병 책임연구원이 음향수조의 면면을 설명하는 동안 소리가 벽에 부딪혀 울릴 정도였다.

나아가는 모든 물체에 가장 큰 적은 저항이다. 수면에서 운항하는 배는 물의 저항이 가장 큰 관건이다. 잠수함 등 특수선과 대형선박에서 낮은 저항과 소음은 제품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기준이 된다. 한화오션이 구축한 세 가지 수조는 이 저항을 집중해 연구한다.

모형선을 실험하는 예인수조와 프로펠러 가동환경을 연구하는 공동수조, 수중 음향을 다루는 음향수조다. 더 구체적으로는 예인수조와 공동수조가 기술연구 부문에, 음향수조는 함정연구 부문에 속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저항과 그에 따른 소음의 저감이다.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에 마련된 공동수조. 프로펠러 가동시 발생하는 기포와 진동소음을 시험한다. 사진=한화오션

공동수조는 일부 구간에 투명한 벽을 적용해 내부 실험과정을 훤히 볼 수 있었다. 길이 62m·높이21m의 규모에 3600톤(t)의 물을 순환시키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상업용 공동 수조다. 이 안에 자리한 모형선과 프로펠러 아래와 주위에는 탄산수 속처럼 계속 공기방울이 생성되고 있었다.

공동수조의 영문명은 캐비테이션 터널(cavitation tunnel). 캐비테이션은 일정 온도의 물속에 압력이 급하게 바뀌면 물이 기체상태로 변화해 공동 현상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이때 발생하는 기포다. 소음과 진동을 발생시키는 한편 프로펠러의 추진력을 낮추는 주 원인이다.

수조를 구축할 때 특히 공을 들인 건 변수 차단이다. 대표적인 예가 수조의 위치다. 대형 수조는 모두 지층이 아닌 2, 3층 높이의 공중에 배치됐다. 물 무게가 상당한 데도 바닥층에 맞닿아 두지 않은 이유는 지층의 상황도 변수가 될수 있어서다. 공동수조를 구축하는 과정이 영상으로 공개됐는데 중장비로 거대한 부품들을 테트리스처럼 끼워넣는 과정이 감탄을 불렀다. 10mm 이하의 오차범위를 달성했다고 한화오션은 부연했다.

공동수조 설명을 맡은 정재권 성능연구파트장은 "수조의 바닥이나 옆 벽면을 정확한 직사각형이나 평면으로 두면 음파, 진동이 부딪히거나 지층의 상황이 전달되는 등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어 공중에 비정형적인 형태로 건립했다"고 부연했다.

방산기업의 '꿈의 수조'로 불리는 음향수조도 둘러봤다. 거대한 수영장과 똑같이 생긴 음향수조는 해양 환경에 맞게 조성된 수조에 음파를 쏜 뒤 음파의 전파와 반사, 굴절 등의 특성을 확인하도록 고안됐다. 국내 조선업체 중에서는 한화오션만이 유일하게 갖춘 시설이다. 이들 수조에서 연구한 성과는 울산급 배치3(Batch-Ⅲ) 호위함 5·6번함 수주전에도 반영됐다고 한화오션은 설명했다.
수중 음향 관련 연구시설인 음향수조. 국내 조선업계 중에서는 한화오션이 유일하게 구축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이브리드'로 운항시간 4배 늘린 잠수정

발걸음을 옮긴 곳은 친환경연료 육상실험시설(LBTS)이다. 파이프와 선으로 빼곡히 연결된 연료전지 등이 배치돼 있다. 외부에는 거대한 산소·질소 저장소와 수소 저장소가 배치돼 있다. 친환경연료 실험 제어실, 배터리 실험실 등도 갖췄다. 이날 중점적으로 돌아본 곳은 LBTS다. LBTS는 실제 선박과 함정에 탑재되는 추진시스템을 그대로 본떠 육상에 설치한 설비다. LBTS는 상용급 연료전지와 리튬이온배터리, 암모니아 추진 등을 시험하고 있다.

친환경 기술과 고효율 연료의 개발은 단순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흐름을 맞추거나 배의 성능을 높이는 데만 국한하지 않는다. 하이브리드는 선박 시장의 중요한 화두다. 특히 재래식 연료 만으로는 잠항 시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방산 영역은 특히 수면을 자주 오르내리지 않는 기술 개발이 곧 경쟁력이다.
시흥R&D캠퍼스의 연구시설과 성과를 설명 중인 강중규 중앙연구원 원장. 사진=한화오션

공기없이 디젤엔진을 돌리는 연료도 그중 하나다. 생명의 딜레마와 관련이 깊다. 디젤엔진을 잠수정 안에서 작동하면 승무원들이 사용해야하는 산소까지 고갈될 위험도가 높아진다. 충분한 연료 없이는 무조건 해상에 올라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반면 해상에 올라오면 적에 발각될 수 있다. 한화오션은 수소연료전지 체계와 공기불요추진장치(AIP)를 해답으로 찾았다.

친환경 연료 연구를 설명한 정승교 책임 연구원은 "재래식 잠수함은 디젤 발전기와 충전된 배터리로 운항을 하는데 작전 중 해상으로 올라와 충전하면 적에게 발각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며 "때문에 공기 없이 전기가 계속 발생할 수 있는 AIP의 국산화를 추진했다"고 부연했다.

적에게 침투하는 사람이나 비행기·배는 모두 들키지 않는 은밀함이 최우선 기술일 터, 디젤식 잠수정 대비 3~4배 늘어난 운항시간은 한화오션 잠수정의 자랑이다. 최대 4배도 승무원들의 피로도를 고려한 기간으로 만약 무인으로 배를 운항할 수 있다면 기술적으로는 이미 더 긴 운항시간을 확보했다.

김동관 부회장이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에서 두다 대통령과 만나 자랑한 '장보고-III 배치(Batch)-II' 잠수함의 긴 잠항기간(기존의 3배)도 AIP와 리튬이온배터리가 적용된 사례다. 한화오션은 폴란드와 캐나다 등에 하이브리드 디젤 잠수함을 판매하기 위해 김 부회장을 필두로 마케팅을 펼치는 중이다.

◇얼마나 똑똑하게: 배도 '자율운항' 있다…관제센터·데이터 분석도

연구동 3층 한편에 마련된 방 안에는 3면 스크린으로 둘러싸인 의자가 하나 놓였다. 그 앞에 놓인 그보다 작은 스크린 두 대와 모니터들을 합하면 한 자리에 앉아 받게 되는 정보값이 상당했다. 전면에 놓인 메인 스크린에는 뱃머리와 함께 바닷길이 펼쳐져 있다. 마치 진짜 항해를 하는 것처럼 운항 중인 배를 그대로 체험할 수 있었다.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 내 자율운항선 관제센터 전경. 사진=한화오션
선박에 설치된 카메라가 전면부 스크린 등 주요 센서 역할을 한다. 기상악화 등으로 카메라가 무용지물인 상황도 적지 않을 것을 대비해 위성 신호 등 별도의 데이터 구축 체계를 꼼꼼하게 마련해 뒀다. 양 옆의 스크린에서는 기상과 위성, 항만 관련 정보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된다.

이 설비는 선박의 자율운항을 연구하기 위해 조성됐다. 자율운항 전용 시험선인 '한비(HAN-V/Hanwha Autonomous Navigation-Vessel)'를 활용해 원격제어하고 운영하는 시설이다. 2030년까지 승무원의 개입이 없는 완전자율운항 '레벨4' 수준의 스마트십 기술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건너편에는 HS4(Hanwha SmartShip Solution & Service) 스마트십 플랫폼 연구실이 마주하고 있다. 정면의 벽면에는 대형 모니터가, 각 근무자의 자리 마다 모니터가 즐비했다. 여기서 보여주는 데이터는 실제 운항 중인 선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이 기술을 활용하면 지상에서 선박의 사태 진단과 유지보수 지시, 운항데이터 수집과 원격제어 등이 가능하다. 선박 승무원들도 별도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교부받아 어디서든 접속이 가능하다.
HS4 육상관제센터. 사진=한화오션

이날 연구원들이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최고와 최초·최대·최신이다. 또 다른 단어는 한화그룹. 구사일생한 옛 대우조선해양의 일원들은 한화의 로고가 새겨진 점퍼를 입고 기술력 자랑에 나섰다.

한화오션은 2조원의 유상증자 자금을 모두 신사업과 그를 위한 연구개발에 쏟는다는 각오로 보답했다. 초격차 방산 솔루션에 9000억원을, 친환경·디지털 선박 분야에 6000억원을 쓴다. 해상풍력 토탈 솔루션에 2000억원을, 스마트야드에 3000억원을 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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