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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롯데손보, 매각 기대감에 급등…체력도 반전당기순익 1년 새 1626.1% 급등…밸류에이션 과도 평가는 부담

김형석 기자공개 2023-09-26 08:19:10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2일 07:5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최근 증권시장에서 가장 핫한 금융사는 롯데손해보험입니다. 롯데손보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18일과 19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20일에도 장중 한때 3245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차익 매물 출회로 주가가 조정됐지만 여전히 2800원선을 유지했습니다.

롯데손보 주가는 지난 18일 급등 전까지 1년간 1000원대 후반에 머물렀습니다. 종가 기준으로 주가가 3000원을 넘은 것 역시 지난 2019년 4월 이후 3년 반 만입니다.

롯데손보와 같이 금융주가 이 같은 변동성을 보인 점은 이례적입니다. 특히 변화폭이 적은 보험주에서 이런 현상은 드문 편입니다.

주식시장에서 롯데손보에 대한 관심은 거래량에서도 나타납니다. 최근 1년간 롯데손보 주식의 일일 평균 거래량은 10만~40만주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5일 75만주를 넘어섰습니다. 이어 18일 1168만주 19일 7808만주 20일 2584만주 등을 기록했습니다. 최근 3일간 평균 주식 거래량이 1년 평균치의 수백 배에 달했죠.
자료:네이버증권

◇Industry & Event

롯데손보의 주가 급등 배경에는 매각이슈가 있습니다. 국내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는 지난 2019년 말 롯데손보를 인수했습니다. 사모펀드가 기업 재매각을 추진하는 시점을 통상적으로 5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주관사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매각을 본격화한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매각작업이 완료되는 것은 2024년 쯤으로 예상합니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롯데손보의 매각가격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한금융지주나 하나금융과 같이 금융지주사가 원매자로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원매자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미래 가치를 반영하면 매각가는 3조원 이상이 될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중견 손보사의 시총 등을 감안하면 1조원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죠. 현재 롯데손보의 시가총액은 8689억원 수준입니다. JKL이 보유한 지분은 약 77.04% 입니다. 보유지분 대비 상당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 인수와 정상화에 투입한 자금은 7300억원 규모입니다. 현재 거론되는 예상 매각가로 M&A가 성사된다면 JKL의 투자 수익률은 꽤 괜찮을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손보의 체력도 그만큼 좋아졌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롯데손보의 당기순이익은 1129억원으로 전년 동기(65억원) 대비 1626.1% 급증했습니다. 영업이익 역시 98억원에서 1524억원으로 15배 이상 늘었습니다.

롯데손보의 실적 개선은 내실 면에서도 독보입니다. 핵심 이익 지표인 CSM(보험계약마진)도 확대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6월 말 기준 롯데손보의 CSM은 1조963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초(1조8005억원)와 비교하면 1629억원이 늘었습니다.

CSM은 보험사의 미래이익을 가늠하는 주요지표입니다. 보험업계는 올해부터 새 보험회계기준(IFRS17)을 도입했습니다. IFRS17은 보험 부채 평가 기준을 기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에 따라 미래 이익을 가늠할 수 있는 CSM의 중요성은 커졌습니다.

롯데손보가 CSM을 확대와 실적 개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던 데는 상품 포트폴리오 개편 성과로 볼 수 있습니다. 롯데손보는 최근 몇년간 지속적으로 장기보장성보험을 확대해왔습니다.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의 특성상 향후 고객에게 지급하는 보험금 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의 가치가 높기 때문입니다. 올해 상반기 롯데손보의 장기보장성보험 원수보험료는 1조277억원으로 전년 동기(9105억원)보다 12.9% 증가했습니다. 반기 기준으로 보면 장기보장성보험의 원수보험료는 4년전 6195억원보다 두 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이 기간 전체 원수보험료에서 장기보장성보험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72.5%에서 84.9%로 크게 상승했습니다.

핵심 상품이던 퇴직연금 역시 개편에 들어갔습니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경쟁사 대비 낮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고객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경쟁사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이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전략입니다. 롯데손보는 롯데그룹 소속이던 2019년까지 전체 보험료 중 70%가량을 퇴직연금에 의존하는 등 퇴직연금 확보에 주력했습니다. 당시 롯데손보는 롯데그룹 계열사 직원의 퇴직연금을 운용했습니다. 2019년 말 롯데그룹으로부터 롯데손보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된 JKL파트너스는 인수 당시 롯데그룹 퇴직연금을 5년간 유지하겠다는 조건을 요구하기도 했죠.

최근 롯데손보가 퇴직연금 개편에 나선 데에는 고금리 지속으로 역마진 부담을 줄이기 위함입니다. 지난해부터 시장 금리가 치솟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퇴직연금 유치에 나섰다가 향후 역마진 부담을 떠안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롯데손보는 지난해에만 1조5000억원가량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줄였습니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으로 운영하는 자산은 7조9111억원이었습니다. 이는 전년 말보다 19.57% 하락한 액수입니다. 롯데손보의 퇴직연금 자산이 지난해 9월 말까지 9조2386억원 수준이던 것을 감안하면 퇴직연금 자산이 빠르게 감소한 것은 지난해 4분기입니다. 이때는 레고랜드발 채권 시장 경색으로 자칫 보험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때입니다.

◇Market View

최근 3개월간 롯데손보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는 없었습니다. 꾸준한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국내 손보사 7~8위권에 불과한 롯데손보에 대한 관심은 적었습니다. 다만 최근 롯데손보 주가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권업계에서도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증권업계에서 롯데손보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단연 매각가격입니다. 롯데손보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측정할 경우 매각가격 상승과 함께 주가 상승의 근거가 됩니다. 반대로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이 예상되면 그만큼 주가 상승 여력은 감소합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롯데손보의 주가 급등이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최근 롯데손보 주가 급등이 매각 기대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그는 롯데손보의 밸류에이션이 시장 예상치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현재 단기간 주가 급등이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죠.

그는 과도한 매각 예상 가격이 장기적으로는 롯데손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롯데손해보험 매각이 본격화됐으며 예상 매각 가격이 약 2조7000억원에서 3조원 수준이 제시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 롯데손보가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이유"라면서도 "상장 주요 손보사 밸류에이션 평균과 경영권 프리미엄 약 50~85% 가정을 적용해보면 대략적인 가격은 약 1조2000억원에서~2조원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설 연구원과는 반대된 의견도 다수 존재합니다. 현재와 미래가치를 반영할 경우 3조원 이상의 밸류에이션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미래 예상 이익 지표인 CSM를 기반으로 롯데손보의 밸류에이션을 측정하면 최대 3조4145억원에 달합니다. 이는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롯데손보의 CSM(1조9634억원)과 순자산(1조4511억원)을 단순 합산한 결과입니다. 장기보장성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향후 CSM 상승효과도 반영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여전히 주가 상승 여력은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21일 종가 기준 롯데손보의 시가총액은 8689억원입니다. 상장 주요 손보사 밸류에이션을 기반으로 한 롯데손보의 매각가격이 2조원일 경우에도 여전히 시가총액이 낮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롯데손보의 실적 개선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 역시 향후 주가에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롯데손보의 실적이 개선이 단순히 IFRS17 도입에 따른 착시효과로 보기는 어렵다"며 "롯데손보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장기보장성보험을 확대해왔고 자동차보험 손해율 등 리스크관리 부분도 지속적으로 해온 만큼 향후 실적 확대 기대감이 장기적으로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롯데손보의 올해 경영전략의 핵심은 예실차 관리입니다. 장기보장성보험 비중 확대 등으로 CSM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향후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대책으로 예실차 관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죠.

예실차는 예상 보험금·사업비와 실제 발생 보험금·사업비 사이의 차이를 뜻합니다. IFRS17에서 계리적 가정의 정확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합니다. 롯데손보는 지난 상반기 기준 예실차로 278억원의 이득을 봤습니다. 예상 보험금·사업비보다 실제 발생 보험금·사업비가 278억원 적었다는 뜻이죠. 즉 롯데손보는 예실차 이익이 컸던 만큼 보수적 가정을 사용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3분기에 금융당국이 정한 회계 가이드라인이 적용은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금융당국은 일부 보험사들이 계리적 가정값을 낙관적으로 정해 CSM 규모를 부풀린다는 지적이 나오자 당국은 이에 대한 기준을 정했습니다.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면 적지 않은 보험사들의 CSM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롯데손보의 재무와 기획 등의 의사결정에 핵심 인물은 단연 이은호 대표입니다. 이 대표는 2019년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를 인수하기 전 밸류업 전략의 설계자로도 유명합니다. 그는 현재 장기보장성보험 강화와 퇴직연금 의존도 축소 등 롯데손보의 기업가치 확대의 뼈대를 만든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이 대표는 1974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손해보험사 CEO 자리에 1960년대생이 자리하고 있는 것과 다른 양상입니다. 그가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곳은 전자 분야였습니다. 고려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그는 2001년 삼성전자 선임연구원으로 업력을 쌓기 시작했죠. 금융권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13년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올리버와이만의 서울사무소 상무를 지내면서부터입니다. 이후 그는 AT커니 코리아 파트너, PwC컨설팅 파트너 등을 맡으며 컨설팅 업계에서 활약했습니다.

2019년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를 인수한 이후 그는 기획총괄장(CFO)과 장기총괄장을 동시에 지냈습니다. 기획총괄장은 재무와 기획을 맡는 자리입니다. 현재 롯데손보에는 기획총괄장이란 자리는 없습니다. 대신 재무그룹장(안기성 상무)과 기획그룹장(유동진 상무)가 기획총괄장이 맡은 업무를 관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 대표는 장기총괄장도 맡았습니다. 장기보장성보험 강화를 본인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도였습니다.

과거 이 대표의 취임사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는 지난 2021년 말 롯데손보 CEO에 취임하면서 "'보험업 본연의 경쟁력 강화'라는 방향성 아래 내재가치 증대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을 닦아 가겠다"며 "정확한 데이터와 경쟁력 있는 인재 중심의 젊고 빠른 조직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해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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