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CB 프리즘]'기관 러브콜' 나노신소재, 발행사 우위 구조 설계②풋옵션 30개월 후 개시, 이자도 제로…고밸류 부담보다 성장성 '베팅'
정유현 기자공개 2023-09-26 07:38:14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는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2일 11:1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나노신소재가 대규모 메자닌 채권 발행을 통해 1950억원의 현금 실탄을 확보했다. 미국, 유럽 등 국내외 5곳에 탄소나노튜브(CNT) 도전재 생산 거점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금 마련 목적이다. 사업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다수의 기관 투자자가 몰리며 발행 조건이 나노신소재에 더 유리하게 설정됐다.나노신소재의 유일한 단점으로 거론되는 것은 주가다. 최근 조정을 받고 있긴 하지만 에코프로를 중심으로 2차전지가 증시의 테마로 떠오르며 주가가 연초 대비 80% 정도 오른 상태다. 고밸류 부담이 있지만 생산 능력(CAPA) 확장으로 진입 장벽을 높이면 실적 확대는 당연한 수순이다. 여기에 주가 업사이드 모멘텀이 충분하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이번 딜에 줄을 선 것으로 풀이된다.
나노신소재는 총 1950억원 규모 4~6회차 CB와 BW 발행 절차를 마무리했다. 투자자들이 21일 납입을 마친 영향이다. 4회차 CB는 620억원, 5회차 BW는 1000억원, 6회차 CB는 330억원 규모다. 총 1950억원이다. 정관상 발행 한도 영향으로 세 회차로 나누어 메자닌을 찍었지만 조건은 모두 동일하다. 전환가는 1주당 15만5997만원이며 만기는 5년 후인 2028년 9월 21일이다. 향후 전환에 따라 총 125만여주가 신주로 발행될 예정이다.
세부 조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나노신소재 우위로 조건이 설정됐다. 쿠폰과 만기 이자 모두 제로(0)%로 책정됐다. 특히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 기간이 발행 후 30개월(2년 6개월)로 설정됐다. 통상 풋옵션은 발행 후 2년(24개월)으로 정해지는데 제로금리에 풋옵션 기간 등은 투자자의 양보 없이는 불가능한 조건이다.
풋옵션 기간은 투자자 측이 양보해도 대부분 조기상환 시 이자를 계단식으로 얹어서 받는다. 하지만 나노신소재는 조기상환 이자 조차 없는 조건이다. 콜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해 메자닌을 다시 사올 때만 프리미엄(이자)을 내기로 했다. 투자 수요가 워낙 높았던 딜이기 때문에 무난하게 나노신소재에 유리하게 구조를 짤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전환가 리픽싱 조항은 무난한 편이다. 향후 주가가 하락하면 리픽싱을 거쳐 전환가의 70%만 내리기로 했다. 최근 사업 성장 자신감이 높은 기업의 경우 리픽싱 비율을 85%~90%로 조건을 제시하는 곳도 있었다. 덕우전자가 전환가의 85%, 오토앤이 90%를 제시해 최근 발행을 진행했다. 리픽싱 주기는 투자자 측에 유리한 발행 후 7개월마다로 정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화가가 낮아질수록 좋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CB투자자가 향후 전환할 수 있는 주식 수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나노신소재 측은 금리와 풋옵션 조건을 취하고 투자자들이 엑시트를 더 유리하게 할 수 있게 전환가와 리픽싱 조건에는 힘을 주지 않은 것으로풀이 된다.
이번 투자자 측의 분위기를 살펴보면 유일한 단점으로 ‘주가 상황’을 꼽는다. 2차전지 시장이 확대되면서 지난해부터 점차 주가가 오르더니 올해 들어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올해 1월 3일 8만원으로 거래를 마친 주가는 7월 28일 장중 21만을 터치했다. 이후 주가가 등락을 지속했고 21일 종가 기준 14만4100원이다.
나노신소재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1.84배다. 동일 업종 PER가 36배 수준인데 거의 3배 수준이 높게 형성된 상태다. 발행을 준비하던 시기에 주가가 높게 형성된 영향에 전환가가 현 주가보다도 높은 편이다.
다만 나노신소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극재와 음극재 CNT를 모두 생산하는 곳이다. 현재 투자금을 발판 삼아 생산 능력을 대폭 끌어 올리면 이 분야 선두주자로 등극할 수 있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더 빠르고 오래가는 충전에 대한 니즈가 높은 만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소재인 CNT 도전재의 수요는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탄탄한 공급선도 확보했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물론 스웨덴 전기차배터리 업체인 노스볼트(Northvolt) 등이다.
3년 전 에코프로가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자산으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할 당시와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에코프로비엠의 2018년 순이익은 369억원, 2019년 순이익은 345억원 규모인데 발행 당시 PER이 60~70배였다. 시장에서 실적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왔지만 EB 만기일 기준(2023년 6월 12일) 주가는 2배 이상 올랐고 실적도 예상치를 뛰어 넘었다.
2차전지 CNT 도전재 시장이 확장되고 있는 만큼 나노신소재도 에코프로비엠 같은 투자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메자닌 투자 업계 관계자는 “CNT 도전재가 양극재 뿐 아니라 음극재에서도 활용되기 때문에 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것은 자명한 상태다”며 “현 주가에 이런 상황이 상당부분 반영돼 밸류가 높은 편이나 에코프로비엠 스토리처럼 이익이나 주가가 예상치보다 더 높게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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