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9월 22일 07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 기업공개(IPO) 파트에서 실무진의 피로감이 하루가 다르게 누적되고 있다. 격무가 연속되는 게 IB 업무이지만 주니어 직원의 밤샘 작업도 부쩍 늘어났다는 하소연이 이어진다. IB업계에서 원흉으로 지적하는 건 단연 5일로 늘어난 IPO 수요예측 기간이다.기관 수요예측 기간은 오랫동안 2일이었다. 그러다가 LG에너지솔루션 IPO에서 허수 청약 이슈가 터지면서 부랴부랴 개선 대책이 마련됐다. 기관 참여자의 주금납입능력을 모두 확인하기로 결론이 내려졌고 이 책임은 IPO를 담당하는 상장주관사에 고스란히 부여됐다. 다만 이틀만에 모든 기관을 점검하는 게 불가능한 터라 수요예측 기간을 5일로 늘렸다.
얼핏 잘 짜여진 대책으로 보이지만 IB 실무자 사이에서는 탁상공론에 가깝다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무엇보다 기관 투자자의 주문이 수요예측 기간의 마지막 날에 쏟아지는 경향엔 아무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전체 접수 기간이 며칠이든지 간에 마감날에만 주문이 몰린다면 마지막 하루 동안 모든 확인을 끝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경쟁 입찰(competitive bid)의 콘셉트가 가미된 시스템에서는 눈치 싸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유독 IPO 수요예측에서만 마지막 날에 자신의 카드를 건네는 게 아니다. 인수합병(M&A) 빅딜을 비롯해 수주 경합에서도 먼저 자기 패를 내밀 이유는 없다. 비밀 보장의 원칙 아래에서도 정보력을 가동해 동향을 파악하고 최종 결정을 마지막까지 미루는 게 유리하다.
과중한 업무가 부여된 상장주관사의 과부하를 예상해 수요예측 기간 동안 주문 분산을 꾀하는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기는 했다. 1~4일차에 참여한 기관에 가점을 주는 게 골자다. 하지만 흥행몰이에 사력을 다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기관 투자자가 '갑'일 수밖에 없다. 이 기간에 모든 관행을 뒤엎는 총대를 멘다는 게 쉽지 않은 선택이다. 결국 숨가쁘게 돌아오는 IPO 수요예측 때마다 밤을 새는 격무가 이어지고 있다.
5일로 늘어난 수요예측 기간은 또 다른 부작용도 낳고 있다. 상장예비기업의 수요예측이 겹칠 가능성도 커졌다. IPO에 나서는 기업은 주문을 받는 시점에 나홀로 주목받기를 원한다. 이 때문에 IPO 수요예측이 중첩되는 시기를 피하고자 애쓴다. 하지만 수요예측 기간이 2일에서 5일로 늘어난 뒤부터 한 주에 다수의 수요예측이 벌어지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IPO 인력의 이탈이 줄을 잇고 있다. 증권업계가 원래 인력 이동이 빈번하지만 자본시장의 꽃이라는 IPO 부서, 그것도 메이저 하우스에서 차세대 '키맨'이 빠져나가고 있다. 바이사이드(buy side)의 화려함을 쫓는 마음도 있겠으나 과중한 업무에 누적된 피로감도 퇴사를 부추기고 있다. 기왕에 막중한 책임을 부여했다면 정교함과 현실감을 갖춘 대책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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