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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바이오, 빅펌과 '대결구도' 영리한 홍보전략일까 론자와 '시나픽스' 인수 비딩, 삼성바이오로직스 '맹공'에도 무대응 전략

최은진 기자공개 2023-10-04 14:10:21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7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약바이오는 그 어느 시장보다도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군에 속한다. 생명을 다루는 일이다보니 검증이 필요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이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달고도 바이오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상당한 돈과 시간을 썼던 것도 이를 의식한 행보였다.

이제 막 바이오 시장에 첫발을 뗀 롯데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서도 고민스러운 게 바로 이 존재감, 그리고 검증의 시간이다. 그러나 의외의 전략이 눈에 띈다. 잇단 빅펌과 대결구도를 그리면서 '롯데' 브랜드를 알리는 데 묘하게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1.3년 신생사, 바이오 업계서 '롯데' 존재감 無…대형행사 적극적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작년 6월 설립됐다. 이제 1년 3개월 된 신생기업, '롯데'라는 대기업 브랜드를 달았지만 사실 벤처나 다름없을 정도로 걸음마 단계다.


그런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시장에서 꽤 빠르게 입지를 넓혀가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자체 공장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로슈진단 커스텀바이오텍, 머크의 북미 생명과학 사업부 밀리포어씨그마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관계를 체결하고 있다. 스웨덴, 리투아니아 등 유럽국가들과의 파트너십도 모색 중이다.

존재감을 넓히기 위해 글로벌 대형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사전마케팅에 힘을 주고 있다. 바이오USA, JP모간 헬스케어 컨퍼런스, CPHI 등 대형행사에 부스를 설치하는 건 물론 이원직 대표가 직접 연사 혹은 패널로 서서 전략을 소개한다.


롯데라는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서나 대기업이지 해외시장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듣보'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한 행보다. 물론 이 것만으로 충분치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가 CDMO 시장의 투톱과 잇단 대결구도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시나픽스' 인수 딜 참여 '잠재투자자' 가능성 과시…삼바와 잇단 신경전

'다윗과 골리앗'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 초 업계 1위 론자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맞붙었다. 유럽의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 바이오텍인 시나픽스(Synaffix) 인수 딜에 참여하면서다. 이 대표의 바이오 업계 네트워크로 연결된 지분투자 딜로 시작됐던 게 론자가 들어오며 판이 커졌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지난 6월 자금력을 앞세운 론자가 최종 승자가 되면서 딜이 마무리 됐다. 마일스톤 포함 총 1억6000만유로, 한화 2240억원 규모다. ADC 확장을 고민하는 CDMO 최강자인 론자와 맞붙었다는 것만으로도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잠재력 있는 M&A 큰 손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얻었다.

또 다른 대결구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이뤄졌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출범하자마자 인력 유출 및 영업비밀침해 등을 사유로 소송을 걸었다. 영업비밀 침해는 일부 인용됐지만 전직금지는 대부분 기각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불복하며 항고한 상황이다.

이 같은 소송전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전략은 '무대응'이다. 조사와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는 것 말고 별다른 대응은 하지 않는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소송이 1년 이상 이어지면서 시장은 누구의 승리냐보다는 양사가 갈등하고 있다는 '현상' 그 자체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국내 최대 CDMO 사업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사적인 홍보효과를 누린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최근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BMS 자회사와 3600억원 규모의 면역항암제 장기 CMO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면서 양사간 신경전이 촉발됐다. 공식적으로 BMS 물량의 제품명이 드러난 건 아니지만 증권가 리포트 등을 통해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시러큐스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과 같은 제품이라는 점이 공개됐다.

시장에선 인력쟁탈전에 이어 영업쟁탈전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분위기지만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 역시 대응하지 않고 말을 아끼는 전략을 취한다. 보통 한 제품당 3~4개의 위탁생산자를 둔다는 얘기만 전할 뿐 그 이상의 답변은 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대형사가 신경쓰는 대상자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신생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홍보 측면에선 효과를 누리는 것"이라며 "빅펌과의 잇단 대결구도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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