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최대 숙제 '원화 거래 지원', 부산시 지원사격 받는다③행정 등 실명계좌 취득 직간접 도움 시사, 지방·시중은행 동참 여부 '주목'
이민우 기자공개 2023-09-27 10:20:06
[편집자주]
1년이 넘는 준비 과정을 거친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의 윤곽이 잡혔다. 부산시의 거래소는 여러 법인이 참여하는 탈중앙화 컨소시엄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또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유명 가상자산 대신 금, 미술품 등 실물자산 기반 가상자산 거래를 지원하며 특색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연내 법인 설립을 앞두고 있는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의 면모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6일 15: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성패를 가를 중요한 조건은 원활한 원화 거래 지원이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는 실물기반가상자산(RWA)을 주요 거래 품목으로 내세웠다. RWA는 가상자산인 만큼 원화거래 지원을 위해선 사업자 측에서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어야 한다.그간 실명계좌 발급과 수리의 벽은 높았다. 은행의 책임 부담이 컸고 확인서 발급 이후 신고를 해도 당국의 결정이 지지부진했다. 부산시는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를 발족한 만큼 이런 실명계좌 획득에 지원사격을 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과거부터 실명계좌 발급 가능성이 나왔던 BNK부산은행 등 지방, 시중은행의 참여 여부가 눈길을 모은다.
◇원화거래 필수요소 실명계좌, 부산시 “행정 등 직간접 도움 가능”
부산시의 계획안에 따르면, 추후 설립될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는 RWA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RWA는 금, 원자재 같은 실물 상품을 토큰화 해 가상자산 형태로 소유 증표를 발행하는 것이다. ST를 포괄하는 개념으로도 분류할 수 있지만, 증권성을 반드시 포함하게 되는 ST와 달리 RWA는 비증권성의 성격을 띨 수 있다.
다만 실물 기반이라도 RWA에선 토큰화된 가상자산을 발행한다. 따라서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에 참여하는 사업자는 국내 은행과의 실명계좌 계약이 필요하게 된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의 활발한 거래를 위해선 원화 기반 거래를 지원하는 것이 사실상 필수기 때문이다. 현행 특금법 상 가상자산 거래소가 원화거래를 지원하려면 특정 은행과 연동해 실명계좌를 보유해야 한다.
사업자의 실명계좌 취득에선 부산시의 역할도 중요하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는 100% 민간 자본으로 설립되지만, 부산시는 감독책임자이자 행정지원자로써 핵심적인 자리를 맡고 있다. RWA를 전제로 계획안을 짠 만큼, 사업자의 원활한 원화거래 가능을 위한 지원사수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우선 부산시는 관련 사업자의 실명계좌 획득을 위한 행정 등 지원에는 문을 열어놓은 상태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추진위 관계자는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에 참여하는 컨소시엄 등 사업자들이 실명계좌에도 도전을 해야 하는 만큼 시 차원에서 직간접적인 도움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거래소 대비 부산시가 정무적인 역량 등을 좀 더 갖췄다는 수준의 기대로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산시에서 지원사격을 해준다면,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참여 사업자는 실명계좌 획득에서 문턱 높이를 크게 낮출 수 있다. 현재 특금법은 은행과 가상자산거래소 간 계약에 별도 제한을 두진 않는다. 가상자산거래소가 은행 실사를 통해 실명계좌 확인서를 발급받고, 이에 기반해 신고서를 FIU에 제출한 뒤 심사를 거쳐 수리 받는 방식이다.
문제는 실명계좌 발급이 그간 세부 규정 없이 깜깜이로 은행에게 큰 책임과 리스크를 지우다 보니 원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신고서를 제출해도 FIU 등 금융당국의 심사가 지지부진한 점도 원화거래지원의 주요 진입장벽 중 하나였다. 지방정부인 부산시가 연결되면 은행의 부담과 금융당국과의 소통 난이도 모두 낮아지게 된다.
◇BNK부산은행 등 지방·시중은행 실명계좌 연동 나설까…업계 “관심 충분”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던 지난해 당시, 실명계좌 관련 계약을 맺을 은행으로 가장 유력하게 떠올랐던 것은 BNK부산은행이었다. BNK부산은행은 BNK경냠은행과 함께 유이하게 부산 지역을 영업권으로 두고 있는 지방은행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BNK부산은행에서 속한 BNK금융그룹은 블록체인기술을 융합한 차세대 디지털 금융 사업에 대한 의지를 꾸준히 보였다. 앞서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도 지난 4월 기자간담회 당시 부산시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시민증 등 협력 사례를 밝혔던 바 있다. 업계가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와 BNK부산은행 간 실명계좌 협력의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았던 배경 중 하나다.
BNK부산은행 관계자는 “현재 부산시와 실명계좌 관련해 별도로 추진 중인 내용은 없다”면서도 “향후에는 검토해볼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관련 실명계좌 요청이 들어올 경우 신중히 연계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가상자산, 블록체인 업계는 BNK부산은행 외에도 다른 지방은행, 시중은행의 실명계좌 참여에 대한 가능성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가상자산, 디지털자산 관련 실명계좌는 지방, 시중은행 할 것 없이 충분히 매력적인 아이템”이라며 “망설였던 이유가 리스크에 대한 부담 등인데 이런 부분을 부산시에서 해소해 줄 수 있다면 의지를 보이는 은행은 꽤 존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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