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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사태 1년, 증권사 PF 전략은]시딩북 규모 유지했지만…리스크 관리는 '타이트하게'①A급 시공사 책임준공 선호, 사업·지역별 지침 세분화

전기룡 기자공개 2023-10-11 08:24:08

[편집자주]

레고랜드 사태가 발발한지 1년이 지났다. 최고 신용등급을 지닌 ABCP의 EOD 소식이 PF 시장의 침체를 야기한 트리거가 됐다. 유동화가 진척되지 않자 곳곳에서 프로젝트가 좌초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PF 시장의 큰손으로 통하는 증권사들은 리스크 관리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관리 측면에서 변화의 바람도 컸다. 사업·지역에 따라 별도 지침을 확립하고 제한된 선에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주요 증권사들의 PF 전략은 어떤 변화를 맞이했는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6일 07:0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증권사는 지난해 부동산금융 영역에서 암울한 시간을 보냈다. 갑작스레 불거진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포함한 채권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리파이낸싱에 어려움을 겪자 짧게는 보름 단위로 유동화 계획을 수립하는 일이 발생했다.

원자재비와 인건비도 기름을 부었다. 지난해 3.3㎡당 500만원 안팎으로 형성됐던 서울지역 공동주택 공사비는 어느새 90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서울시의 '2040플랜'에 따라 35층 이상으로 조성되는 공동주택의 경우 3.3㎡당 공사비가 1200만원을 훌쩍 넘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증권사 부동산금융 조직은 시딩북 규모를 유지하되 이전보다 리스크 관리에 매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독립적인 리스크 관리 조직을 운영하는 곳부터 지역·사업별 한도액을 조정하는 곳까지 각 사들이 관리 방식은 다양하게 접근하고 있다. 물론 공통점은 '해법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레고랜드 사태, PF 시장 부침 트리거

증권사들은 과거부터 디벨로퍼와 함께 부동산 개발사업의 전면에서 활동했다. 고유계정·자기자본(PI)을 바탕으로 전 단계에 걸쳐 금융자문을 제공해 왔다. 자체적인 시딩북을 보유한 곳이라면 부동산 개발사업에 직접 에쿼티 투자를 단행할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정은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변곡점을 맞이한다. 1%대에 머물렀던 기준금리가 빅스텝을 거쳐 3%대까지 치솟았다.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적체되기 시작했다. 공사비 부담도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이때까지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트리거가 된 건 지난해 발발한 레고랜드 사태다. 유동화법인인 아이원제일차에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다. 아이원제일차는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보유한 대출채권을 기초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하고자 설립된 곳이다. ABCP 규모는 2050억원으로 알려졌다.

당초 만기일이 9월 29일까지였으나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돌연 레고랜드의 보증 부담에서 벗어나고자 GJC에 대해 기업회생을 신청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게 문제가 됐다. 강원도는 GJC를 대신해 EOD 발생 시 대출원리금을 책임지겠다는 확약을 맺고 신용도를 보강한 상태였다.

아이원제일차는 강원도의 신용도를 반영해 신용등급 A1을 받았으나 지급 의무를 보증하지 않으면서 C까지 강등됐다. 최고 신용등급을 보유한 ABCP의 EOD 소식은 채권시장의 불안으로 작용했다.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공기업의 회사채 발행까지 애를 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강원도가 급히 지급보증한 2050억원을 변제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으나 ABCP와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는 시장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ABCP와 ABSTB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자 보름 단위로 만기를 연장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증권사들도 과거와 달리 공격적인 투자가 힘들어졌다.

◇리스크 관리 조직 전면에…서울·수도권 선호 뚜렷

악화된 업황으로 증권사 부동산 조직이 보유한 시딩북 규모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실상은 대부분 증권사들이 시딩북 규모를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업계 최고 수준의 시딩북을 보유했던 한국투자증권(2022년 기준 4000억원) 정도에서만 시딩북을 소폭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보다 엄격한 잣대를 활용해 투자 결정을 내리도록 방침을 세웠다. 삼성증권과 현대차증권처럼 최고경영자(CEO) 산하의 독립된 조직에 리스크 관리·심사 역할을 맡기는 곳부터 한국투자증권 같이 사전·사후 리스크 관리 조직을 두는 곳까지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사업 종류에 따라 리스크 관리 정책도 달리 적용하고 있다. 일례로 주택사업이라면 신용등급 A 이상의 시공사가 책임준공 확약을 맺은 사업장 위주로 부동산금융을 주선하기 시작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지급보증 여부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요소다.

토지주가 명확한 사업장에 대한 선호도도 올라갔다. 일정 토지를 확보한 이후 브릿지론을 활용해 나머지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브릿지론 단계에서 무산돼 자금회수에 난항을 겪었던 사례가 속출했다 보니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전략적인 선택을 내리게 됐다.

과거 투자가 활발했던 오피스텔이나 상가, 지식산업센터 등에 대한 선호도는 떨어졌다. KB증권과 같이 해당 사업들을 중점관리대상 유형으로 선정하는 곳도 존재한다. 고위험에 속하는 부동산영역 사업이다 보니 개별 한도액을 설정해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서울·수도권에 대한 선호양상 역시 뚜렷해졌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서울·수도권에 대해서는 별도의 한도액을 설정하지 않고 있다. 대신 지방광역시 등에 대해서는 한도액을 조정하는 추세다. KB증권 기준으로 지방광역시에는 1500억~2000억원이, 지방시에는 1000억원대의 한도액이 설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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