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vs성장' 기로에 선 제약사]GSK로 명맥 유지하는 광동 제약사업…약해진 맨파워①백신 도입으로 직접 개발 대신 판매 전략…조직구성 음료사업에 중점
정새임 기자공개 2023-10-10 12:42:43
[편집자주]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제약사들은 '제네릭·상품유통·리베이트'라는 틀 안에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약가규제, 불공정 관행 철퇴 등 과거와는 다른 규제환경에서 새로운 살 길을 모색할 필요가 생겼다. 이에 더해 오너십이 바뀌는 과도기까지 겹치면서 가지각색 '생존전략'이 등장했다. '위기냐 성장이냐'를 놓고 각각 다른 전략을 펼치는 제약사들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6일 07:5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광동제약에게 음료사업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한방 전문회사에서 종합그룹으로의 변신을 성공시킨 주역과 다름없다. 비타500·옥수수수염차·삼다수가 명실상부한 대표 품목으로 자리잡았다.비타500과 옥수수수염차, 삼다수. 음료사업을 두고 본 광동제약은 분명 성장세다. 제약사업은 물음표다. 성장보다는 위기에 가깝다. 회사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광동제약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이유다.
◇개발 대신 판매…GSK 백신으로 명맥 유지하는 광동 제약사업
제약사업을 바라보는 광동제약의 자세는 세대가 바뀌며 뚜렷하게 달라졌다. 20년 전 창업주인 고 최수부 회장은 음료사업은 신약개발을 위한 캐시카우 역할일뿐, 실질적인 회사의 역량은 제약에서 발휘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밝혔다. 제약이 주사업임을 분명히 했다.
오너 2세 최성원 부회장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현재 광동제약의 제약사업은 글로벌 제약사 품목을 대신 파는 역할, 국내 법인이 없는 해외에서 약을 도입하는 역할이 뚜렷해졌다. 핵심 인력도 줄었다. 음료사업 임원진을 충원하며 마케팅을 강화한 것과 대조적이다. 회사의 역량을 제약이 아닌 음료 등 소비재 사업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광동제약의 제약사업은 크게 약국영업부와 병원영업부로 나뉜다. 쌍화탕류와 청심원류를 파는 약국영업부는 한방 전문회사인 광동제약의 정통성이 드러나는 곳, 전문의약품을 파는 병원영업부는 신약개발회사로 거듭나겠다는 회사의 비전이 담긴 곳이라 볼 수 있다.
광동제약은 20여년 전부터 신약 개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며 전문의약품 사업을 키우기 시작했다. 항암 신약을 도입하고, 제네릭이지만 자체 전문약을 만들기도 했다. 음료사업으로 번 돈을 신약개발에 투자해 성과를 내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겠다는 것이 창업주 고 최수부 회장의 의지였다.
20년 전 비전은 실현되지 않았다. 병원영업부는 남의 상품에 의존해 명맥을 유지하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 20년간 신약 개발은 이뤄지지 않았고, 퍼스트 제네릭 전략에 그쳐있다.
광동제약은 2015년 GSK와 백신 8종 공동판매 계약을 맺으며 병원영업부의 외형을 크게 띄웠다. 2016년 연 18억원 수준이었던 백신류 매출이 1년 만에 400억원으로 확대됐다. 연매출이 최대치에 달한 때는 2021년으로 680억원에 육박했다. 광동제약 전문의약품 사업부의 전례없는 호황이었다.
하지만 자체 제품이 아닌 타사 상품으로 키운 실적엔 한계가 뚜렷했다. 낮은 수익성으로 매출이 커져도 영업이익을 올리진 못했다. 백신 매출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2017년 광동제약은 개별기준 매출액 6885억원으로 전년 대비 8%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369억원으로 19%나 줄었다. 백신 매출이 최고점을 찍은 2021년도 마찬가지다. 매출이 8000억원을 돌파해도 영업이익은 도리어 7% 감소했다.
지난해 GSK에서 발생한 공급 이슈는 광동제약 제약사업에 직격탄이 됐다. 1년 가까이 GSK 백신 9종이 공급되지 않아 광동제약에 400억원 가까운 매출 공백이 발생했다. 광동제약은 새로운 백신 판매로 공백을 만회하려는 모습이다.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새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 등의 판매권을 따왔다.
◇2년간 영입한 임원 4명 모두 '소비재 마케팅'…약해지는 제약 맨파워
향후에도 광동제약 제약사업부에서 '성장'을 기대하긴 힘들 전망이다. 회사의 사업확장 의지가 음료에 더 방점이 찍혀있다는 점에서다. 최근 영입된 임원진에서 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대부분 실적이 창출되는 음료 사업에서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보여진다.
광동제약은 2021년부터 2년간 SPC그룹 출신 임원을 연달아 채용했다. 최환원 전무와 오형석 상무, 강중규 상무까지 총 3명이다. 최 전무와 오 상무는 SPC클라우드에서 각각 마케팅플랫폼부문장, 모바일마케팅 부장을 맡았다. 강 상무는 SPC그룹 비알코리아에서 수석디자이너를 지냈다.
SPC그룹은 제과, 아이스크림 등 사업을 펼치는 종합식품기업으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친다. 최 전무와 오 상무가 근무한 SPC클라우드는 '해피포인트' 등 SPC그룹의 마케팅을 전담하는 마케팅전문 계열사다. 강 상무가 재직한 SPC그룹 비알코리아는 던킨·배스킨라빈스 등 아이스크림과 도넛 프랜차이즈를 운영한다.
SPC그룹 인사들을 영입하며 광동제약 조직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우선 최 전무의 영입으로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보직이 마련됐다. 이어 오 상무, 강 상무를 영입하며 컨슈머사업부를 새로 만들었다. 여기에 기존 디자인혁신실과 F&B 마케팅부문 등 마케팅 부서뿐 아니라 삼다수·비타500을 판매하는 F&B 영업본부 전체를 포함시켰다. 총괄은 CMO인 최 전무가 맡았다. 가장 방대한 마케팅·유통 조직을 최 전무가 이끌게 된 셈이다.
소비재 마케팅 부서를 더 늘린 점도 눈에 띈다. F&B 외에도 컨슈머상품기획단·건강기능식품마케팅부문 등 새로운 조직을 마련했다. '펫 헬스케어' 사업에 발을 들이고 있는 만큼 관련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광동제약은 CJ제일제당 건강사업부 마케팅 부장을 지낸 김재운 상무를 건식마케팅부문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반면 제약사업은 기존 GSK 출신 임원 외 새로 영입된 인물이 없다. 현재 광동제약의 핵심 연구인력은 구영태 전무, 배기룡 상무, 김현정 상무 총 3명이다. 실제 의약품 연구개발에 관련된 인물은 배 상무와 김 상무라 볼 수 있다.
배 상무는 GSK 사업개발팀장 출신으로 주로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신약 도입이나 바이오벤처 투자에 성과를 낸 인물이다. 모더나와의 코로나19 백신 판매 협약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광동제약은 올해 초 배 상무를 의약연구개발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이는 광동제약 연구개발본부의 운영 초점이 자체 개발이 아닌 도입 신약에 맞춰져 있음을 가늠케 한다. 10년 가까이 광동제약에 몸담으며 의약개발부문을 이끌었던 장동훈 상무는 올해 초 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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