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를 움직이는 사람들]정진수, 법조인부터 경영 실력까지 갖춘 '만능 CLO'⑤김앤장 변호사 거쳐 엔씨소프트 COO까지 재직, 최고 수준의 거버넌스 구축에 '힘'
이지혜 기자공개 2023-10-11 10:55:28
[편집자주]
'We believe in music'. 하이브를 관통하는 미션이다. 오직 음악으로 나이, 계층, 성별은 물론 국경까지 넘어 전세계에 감동을 주겠다는 의미다. 후발주자로 출발했지만 K팝의 선두가 된 하이브의 다음 목표는 K팝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K팝이 아닌 팝 그 자체로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음악시장을 제패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이런 비전을 실천하는 인물은 누굴까. 하이브의 야망과 이를 실천할 키맨을 조명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6일 10시46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레벨 임원 가운데 유독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임원이 있다. 최고법률책임자(CLO)다. 회사를 대표하기에 전면에 나서는 대표이사(CEO)나 기업설명회가 열리면 투자자와 소통에 앞장서는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달리 법적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기에 CLO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그런데 올 초 하이브 CLO가 대중과 시장의 이목을 받은 일이 있었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놓고 카카오와 하이브 간 주주총회 표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였다.
비록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은 카카오에게 돌아갔지만 지배구조 선진화에 대한 하이브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당시 하이브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이사회 내 각종 위원회 설치, 준법지원인 제도 도입 등을 SM엔터테인먼트에 명문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선진화한 지배구조에 대한 답을 제시한 인물, 정진수 하이브 CLO의 명성은 그렇게 세간의 화제가 됐다. 정 CLO는 오늘 날 하이브가 엔터업계 최고 수준의 거버넌스를 갖추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김앤장 변호사 출신, 엔씨소프트에서 경영자로서 실력까지 쌓아
2022년 8월 1일. 하이브에 새로운 C레벨 임원이 탄생했다. 워낙 인사 시스템이 고도화한 하이브인지라 C레벨 임원은 새로울 게 없었지만 당시에는 좀 달랐다. 없던 자리가 새로 생겼다는 점에서 그렇다. 바로 정진수 CLO다.
정 CLO의 이력은 화려하다. 변호사 경력은 물론 일반 기업에서 경영을 맡은 경력까지 있다. 1968년 3월생인 그는 명문학교로 꼽히는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과대 사법학과에서 학사학위를 받고 미국으로 건너가 듀크대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덕분에 정 CLO는 한국과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둘다 보유하고 있다.

최고의 엘리트인 만큼 정 CLO는 국내 최고 로펌으로 손꼽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회사법과 인수합병(M&A)을 주로 다루며 경력을 쌓았다. 10여년 넘게 해왔던 변호사 생활을 접고 일반 기업으로 발을 들인 것은 2011년이다.
정 CLO는 엔씨소프트의 CLO 전무로 새로운 경력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능력은 비단 법률 리스크 관리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경쟁상황에서 산업과 사업에 대한 통찰을 갖추고 있었던 그는 2015년 엔씨소프트의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에 오르기에 이른다.
더욱 놀라운 건 당시 그가 엔씨소프트 사내이사로도 등재됐다는 점이다. 엔씨소프트의 정 CLO에 대한 신뢰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2020년 정 CLO는 엔씨소프트의 COO이자 수석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법조인뿐 아니라 경영자로서도 실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2년은 그런 정 CLO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해라고 볼 수 있다. 게임사에서 음악 관련 엔터사로 적을 옮겼다. 엔씨소프트 COO에서 하이브의 CLO가 된 것이다.
하이브 관계자는 “정 CLO가 김앤장법률사무소와 엔씨소프트에서 25년간 근무한 회사법과 M&A전문가”라며 “엔씨소프트에서 경영관리, 컴플라이언스와 조직관리 업무 등을 수행하며 경영 관련 주요 의사결정을 총괄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에서 정 CLO의 명성은 자자했다. 게임, 엔터분야에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갖춘 법률 전문가로서 지식재산권(IP) 보호와 관리, 플랫폼 분야 연구개발, IT법률 기술과 투자 검토, 구매 프로세스 총괄, 심지어 재무전략까지도 정 CLO가 관여했다.
하이브는 상대적으로 게임사 출신 임원이 많은 편인데 정 CLO가 하이브로 자리를 옮긴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게임업계에서 실력으로 정평이 난 그를 하이브의 주요 임원들도 익히 알고 있었고 이에 따라 그를 영입했다는 의미다.
◇글로벌로 IP사업 확장 토대 닦는다
오랜 기간 법조인으로서, 그리고 경영자로서 실력을 쌓은 정 CLO는 하이브에 와서도 이런 노하우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하이브 관계자는 “정 CLO가 하이브에 합류한 이후 법무조직과 뮤직라이츠 권리에 대한 관리를 총괄하고 있다”며 “이밖에 하이브의 핵심인 IP 산업의 글로벌 시장 확대, IP 관련 대외협상과 글로벌 리스크 관리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IP는 오늘 날 하이브를 있게 한 최고의 무기다. 하이브는 방탄소년단, 줄여서 BTS라고 불리는 글로벌 슈퍼스타를 배출한 덕분에 국내 엔터사 사상 처음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했을 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꿈을 꿀 수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음악사업을 영위하는 굴지의 엔터사와 달리 하이브는 국내 기업 가운데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고 있기에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와 맞닥뜨릴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정 CLO의 리스크 관리 역량은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하이브는 핵심 레이블을 인수하며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 엔터사인 이타카홀딩스와 QC미디어 홀딩스 인수가 대표적 사례다. 하이브는 이 두 기업을 인수하는 데 약 ‘조 단위’의 거금을 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다시 말해 하이브의 성장 전략에 있어서 글로벌 감각과 M&A분야를 꿰고 있는 정 CLO의 역량은 필수적이었다는 의미다. 하이브 관계자는 “정 CLO는 법률적 지식과 오랜 기간 축적한 경영노하우를 기반으로 하이브의 전사적 의사결정 과정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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