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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를 움직이는 사람들]'노력하는 천재' 방시혁, K팝 아닌 '팝'으로 글로벌 승부①BTS 인기 발판, 팝 최대 시장 미국까지 진격…하이브 멀티레이블 체제로 글로벌 '노린다'

이지혜 기자공개 2023-09-20 13:01:11

[편집자주]

'We believe in music'. 하이브를 관통하는 미션이다. 오직 음악으로 나이, 계층, 성별은 물론 국경까지 넘어 전세계에 감동을 주겠다는 의미다. 후발주자로 출발했지만 K팝의 선두가 된 하이브의 다음 목표는 K팝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K팝이 아닌 팝 그 자체로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음악시장을 제패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이런 비전을 실천하는 인물은 누굴까. 하이브의 야망과 이를 실천할 키맨을 조명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8일 15:5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WE BELIEVE IN MUSIC'. ‘우리는 음악을 믿는다’는 뜻의 하이브 슬로건이다. 인종, 성별, 나이를 넘어 음악이 위로와 감동을 전한다는 것을 믿는다는 의미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사진)이 음악에 대해 어떤 신념을 품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학생 때 기타로 밴드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음악을 열망했던 그는 명문학교로 꼽히는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서도 열정이 식지 않았다. 이에 서울대학교에 입학해서도 작곡활동을 했고 JYP엔터테인먼트를 공동 설립하는 데 참여해 프로듀서와 수석 작곡가로 일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방 의장은 2005년 하이브의 전신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글로벌 슈퍼스타 방탄소년단, 이른바 BTS를 배출하며 K-Pop(이하 K팝)의 지평을 새로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발판으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엔터사 중 처음으로 코스피에 입성했다.

방 의장의 업적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BTS 의존도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깨고 글로벌 수준의 아티스트를 꾸준히 배출했을 뿐 아니라 멀티레이블 체제를 구축하며 그는 음악적 세계관은 물론 음악산업에 일대 변혁까지 일으켰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천재’라는 찬사가 그에게 붙은 배경이다.

◇글로벌로 뻗어가는 하이브 “K팝 한계 넘는다”

하이브에 따르면 게펜레코드와 함께 진행하는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에 전세계에서 지원자 12만 명이 몰렸다. 드림 아카데미는 전세계에서 아티스트 유망주를 발굴해 보컬부터 댄스, 인성교육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거쳐 완성형 아이돌로 길러내는 프로그램이다.

드림 아카데미는 그간의 아이돌 데뷔 경연 프로그램과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아이돌 데뷔 경연 프로그램이 주로 자국 수요를 기반으로 했다면 드림 아카데미는 국적을 불문, 전세계에서 유망주를 발굴한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글로벌 수요를 노렸다.


이게 가능했던 건 하이브의 저력이자 K팝의 높은 위상 덕분이다. BTS 등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는 2021년 한 해 동안 52회의 주간 순위 가운데 22회 동안 1위를 차지했다. BTS의 노래는 12주간 핫100의 1위를 유지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뉴진스는 빌보드200의 정상을 밟음과 동시에 트리플 타이틀곡이 빌보드 핫100에 동시 진입했다. BTS의 정국은 솔로곡으로 빌보드 핫100 1위에 곧장 입성했고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데뷔한 지 3년 11개월 만에 빌보드 200 1위를 달성했다.

K팝이 글로벌스타를 배출해내는 것을 직접 눈으로 목격한 팬들이 직접 스타가 되고자 드림 아카데미에 도전했다는 의미다.

이렇듯 K팝의 글로벌 확대는 방 의장의 오랜 꿈이다. BTS를 글로벌 슈퍼스타로 배출하면서 K팝의 저력을 확인한 방 의장은 2020년 하이브가 코스피에 입성할 때에도 ‘음악에 기반한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을 표방하며 글로벌 진출의지를 강력하게 보였다.

그가 생각한 글로벌 전략은 K팝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방 의장은 “K팝이 진정한 세계의 주류가 도려면 K를 뗀 ‘그냥 팝’ 자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방 의장은 ‘경계없는 확장’이라는 비전 아래 한국-미국-일본의 3개국 본사 체제를 확립했다. 또 인수합병(M&A)에 힘을 실었다. 자회사 빅히트 아메리카를 통해 미국 종합 미디어 기업 이타카 홀딩스(Ithaca Holdings), 미국 최고의 힙합 레이블인 QC미디어홀딩스를 1조원이 넘는 돈에 인수했다.

비단 미국사업만 강화한 것은 아니다. 하이브는 일본법인인 하이브 재팬의 자회사로 신규레이블 네이코를 설립하고 첫 번째 아티스트로 배우 히라테 유리나를 영입했다. 네이코는 ‘대양’을 뜻하는 OCEAN의 철자를 거꾸로 배열한 이름으로 글로벌 기업을 지향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이브가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음악계에서 방 의장의 위상도 높아졌다. 방 의장은 2019년 미국 그래미 어워드를 주관하는 조직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이 됐다.

또 ‘버라이어티 500’, ‘빌보드 인디 파워 플레이어스’, ‘버라이어티 인터내셔널 뮤직 리더’, ‘빌보드 인터내셔널 파워 플레이어스’ 등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음악 시장의 혁신 리더로 거듭났다.

하이브는 “방 의장은 한국 음악 산업의 영향력을 팝 시장의 본고장인 미국과 세계 2위 규모의 음악 시장인 일본에도 퍼뜨린 인물”이라고 말했다.

◇멀티 레이블체제 도입, 국내 음악산업 혁신

하이브가 K팝의 선두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선진적 시스템도 한 몫했다. 종전까지 엔터사는 개인 프로듀서의 감각에 철저히 의지해 아티스트를 배출하는 구조였다. 이에 따라 아티스트의 데뷔나 컴백 일정이 밀리거나 너무 짧게 잡히는 등 인적 자원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방 의장은 이런 국내 음악 산업에 근본적 변화를 일으켰다. 아티스트와 음악을 창작해내는 레이블 비즈니스를 국내 음악시장에 안착시켰다. 다양한 아티스트와 음악 IP(지식재산권) 창출을 담당하는 복수의 레이블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활용하는 사업모델을 적극 활용했다.

예컨대 빅히트뮤직은 BTS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쏘스뮤직은 르세라핌, 어도어는 뉴진스를 전담해 독립된 엔터사처럼 아티스트의 앨범작업, 일정, 스케줄 등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외부 엔터사는 물론 내부에서도 경쟁이 이뤄질뿐 아니라 IP의 다양성도 개선된다.

또 방 의장은 레이블을 기반으로 솔루션, 플랫폼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각 레이블이 음악과 아티스트에 집중한다면 솔루션에서는 각종 굿즈와 콘텐츠를 개발, 플랫폼은 ‘위버스’를 중심으로 팬덤 플랫폼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구조다.

방 의장이 사명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서 ‘벌집(hive)’을 연상시키는 하이브로 바꾼 이유이기도 하다. 마치 벌집처럼 사업영역이 넓어져도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하이브 관계자는 “방 의장은 BTS를 배출하며 세계 음악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든 인물”이라며 “멀티레이블 체제를 구축,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체득한 성공방정식을 확대 재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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