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가이던스 상향' 세 가지 의미 올 들어 두 번째 조정, 실적 자신감 넘어 ESG경영·트랙레코드 쌓기까지
차지현 기자공개 2023-10-12 13:14:10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6일 13:5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23년 실적 전망치(가이던스)를 높였다. 올해 첫 가이던스 공개 이후 두 번째 상향 조정이다. 기존 대비 20% 이상 늘어난 수치를 시장에 제시했다.그동안 미래 경영 환경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해 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4공장 가동률이 빠르게 높아진 데 따른 자신감의 표현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추가 수주 확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도 풀이된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연결 기준 예상 매출을 3조6016억원으로 상향했다. 앞서 올해 1월부터 가이던스 공시를 시작한 뒤 3개월 만에 수치를 높였다. 지난 4월 연초 발표한 3조3765억원보다 4%가량 늘어난 3조5265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이어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또다시 751억원을 올려 제시한 셈이다.
이번에 재조정한 가이던스는 작년 매출 대비 20% 이상 증가한 규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조12억원을 내며 역대 최고 실적 달성했다. 올 상반기 누적 매출은 1조5872억원이다. 이 역시 상반기 기준으로 최대 기록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약 36% 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이던스 상향은 세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우선 자신감을 방증한다. 이제껏 미래 경영과 관련해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설립 이래 줄곧 영업보고서 개황 서두에 경영 환경 악화와 경쟁 심화 등을 기재한 게 대표적이다. 이런 기조를 깨고 두 차례나 예상 매출을 높인 건 성장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신감의 원천은 빠르게 증가하는 4공장 가동률이다. 4공장은 지난해 10월 부분 가동을 시작해 6월부터 완전 가동에 진입했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등 글로벌 제약사(빅파마)와 연이어 위탁생산(CMO) 계약을 맺으며 가동률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완공 전 가동률 100%에 준하는 수주 물량을 확보한다는 목표로 활발한 선수주 활동을 펼쳐온 결과다.
두 번째는 ESG 차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있어 책임 경영은 단순 보여주기식이 아니다. 명실상부 글로벌 CMO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생존 무기와도 같다. 친환경 지표가 규제나 자금 대출 나아가 영업을 위한 주요 척도로 자리 잡으면서 ESG 경영이 중요해졌다. 가이던스 공개에 이은 실적 조정은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가이던스 제시는 ESG 경영 강화의 일환"이라며 "투자자에게 가능한 많은 회사 정보를 제공하고자 공정 공시에 부합하는 기준에서 매출 전망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은 트랙레코드 쌓기다. CMO 사업의 경우 제품 생산 경험이 사업 확장에 핵심 영향을 미친다. 승인받은 제품 수주 이력이 레퍼런스로 작용, 새로운 수주로 이어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초부터 빅파마와 신규 및 증액 계약을 지속해서 체결하고 있다는 걸 적극적으로 외부에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 가이던스 상향 공시와 함께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2020년부터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일라이릴리, 아스트라제네카(AZ), 모더나, 노바티스, 화이자 등과 첫 수주 계약을 성사해 빅파마 고객사가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면서 "빅파마 모두 첫 계약 이후 계약 제품을 확대하거나 기존 계약 물량의 생산 규모를 확대하는 등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빅파마 '모두'라는 단어를 언급하면서 기술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을 드러냈다. 이는 협력사의 증액·연장 등 추가 계약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새로운 빅파마를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내년 연결 기준 매출 4조원대를 돌파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빅파마와 대규모·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를 확립하면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점쳐진다"며 "달러로 결제하는 매출이 대부분인 만큼 달러/원 환율상승 효과에 따라 향후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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