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0월 10일 07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동현 SK㈜ 대표이사 부회장의 '2025년 주가 200만원' 달성 약속이 다소 터무니없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투자 포트폴리오' 만큼은 꼭 눈여겨볼 만한 지점이다. SK㈜는 2017년부터 평범한 순수 지주회사가 아닌 국내외 유망 기업에 직접 투자해 수익을 얻는 투자전문 지주회사를 표방해 왔다.초창기 투자 포트폴리오는 어지간히 '무질서'했다. 기준이 세세하지 않아 유행과 단기 성장에 집착하며 지갑을 여닫길 반복했다. 성장세에 통 큰 베팅을 했지만 코로나 이후 기대감이 꺾인 베트남 빈·마산그룹 투자나 어느 순간부터 친환경 트렌드에 역행한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 셰일가스 채집·가공사 투자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지주회사답게 그룹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짜는 데 주특기가 있었고 그 재능을 신규 투자와 최대한 접목해 갔다. 이차전지·반도체 등 계열사와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SES AI나 예스파워테크닉스 투자로 방향타를 돌리다가 2년 전부턴 아예 투자 기준을 그룹의 새 먹거리인 '첨단소재·그린·바이오·디지털' 분야로 재편했다.
소위 '필요하고, 잘 나갈 회사'들을 점찍은 것으로 청록수소 상업화 단계에 접어든 모놀리스, 생활 폐기물로 고순도의 합성 원유를 생산하는 펄크럼, 세포배양 기술로 연어 스테이크를 만든다는 와일드타입 등이 어느새 포트폴리오에 줄지어 늘어서 있다. 초기 산업인 걸 감안하더라도 투자 행보만큼은 '체계'에 따라 민첩해졌다.
물론 '아, 그때 빨리 팔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서 보는 투자 건들도 있다. 미국 증시 상장의 기쁨도 잠시 주가가 추세적 내림세를 거듭하고 있는 친데이터그룹, SES AI 등에 대한 얘기다. 여기에 대체에너지·식품 같은 그린 투자 건들은 마음먹고 투자해 키우기 시작해도 돈이 손에 잡히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 눈앞의 수익에 집착하지 않는 느낌이다. 앞서 아쉽다고 언급한 투자 건들도 잭팟을 놓친 듯 보이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헐값에 팔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다. 최근 SK㈜ 주식에서 손을 뗀 것으로 알려진 한 행동주의 투자사 관계자는 그간의 소회를 묻자 "장이 안 좋아서 고생 좀 했죠. 근데 이 회사가 투자는 괜찮게 해요"라고 했다.
투자전문 지주회사로서의 6년간 SK㈜의 '투자 수완'은 확실히 나아졌다. 지금이야 차가운 시장 한파를 견디는 터라 그동안의 기록이 긍정적으로 평가될 여유가 없겠지만 흉내 낼 만한 국내 지주회사 모델 없이 이렇게 빠르게 발전해 왔다는 것은 상당히 주목 받을만하다. 그리고 성장하는 기업과 시장의 간극은 원래 좁혀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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