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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포트폴리오 리포트]여전한 재무부담, 엑시트 움직임 빨라지나①순차입금 10조 시대…SK동남아투자법인 등 매각 후보 자산들에 '눈길'

이호준 기자공개 2023-09-08 07:28:15

[편집자주]

'투자형 지주사'라는 게 그렇게 만만하지만은 않다. 마음껏 투자에 전념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계열사 지배와 관리는 물론 그룹의 성장 전략을 수립하는 일 역시 소홀히해선 안 된다. 이 분야 선두주자인 SK㈜의 고민도 여기에서 온다. 똘똘하게 투자해 제때 엑시트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자금 사정이 대체로 나빠진 현시점엔 일단 손에 쥐고 있는 걸 터는 수밖에 없다. 이미 움직임은 시작됐다. 투로와 쏘카, 그리고 왓슨까지. 다음으로 시장에 나올 자산은 무엇일까. 매각 시계가 서서히 돌아가고 있는 SK㈜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더벨이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5일 15:4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는 올 초 주주총회에서 한 가지 약속을 했다. 투자전문회사로서 '안정적 운영'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투자 확대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단 기존 목표보다 소박했다.

이유가 있었다. SK㈜는 지난해에도 약 1조원 수준의 지출 규모를 유지하며 차입금 10조 시대를 열었다. 아톰파워 인수 등 지속된 신규 투자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기간 제대로 된 엑시트(투자금 회수)는 없었다. 결국 안정적 운영에 방점을 찍은 SK㈜에게는 사실상 올해가 '포트폴리오 조정 시즌'과 다름 없는 시간인 것이다.

◇'안정적 운영=자산 매각 재개'

SK㈜에겐 2022년이 투자형 지주사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유일하게 엑시트를 진행하지 않은 해다. 그러나 이에 반해 투자 규모(1조원)는 오히려 이전과 똑같이 가져갔다.

적게는 수천억에서 많게는 조(兆) 단위까지 책임졌던 최대 자금줄이 사라진 셈이다. 이 기간 '배당금·상표권 수익'이나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IT 서비스 사업 수익'이 버팀목이 됐으면 좋았으련만 이러한 영업들로 얻은 현금(3283억원)은 전년(3200억원)과 별 차이가 없었다.

차입 규모를 대폭 늘릴 수밖에 없었던 배경으로 짐작된다. SK㈜의 지난해 순차입금은 11조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순차입금은 총차입금에서 보유 현금을 뺀 금액이다. 버는 돈은 줄고 쓰는 돈은 그대로니 부족한 현금을 채우기 위해 차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단 얘기다.

대책 마련의 조짐이 보인 건 올 상반기부터다. SK㈜는 올해 2월 미국 P2P 카셰어링 업체 1위 '투로(TURO)' 지분 전량(2.98%)을 6700만달러(약 871억원)에 매각했다. 차익은 약 475억원. 그리 많진 않아도 자산 매각을 1년여만에 재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별도 기준, 단위: 백만원, 출처: 사업보고서

그러다 지난달 두 건의 소식이 들려왔다. '쏘카(SOCAR)' 지분 17.9%를 롯데렌탈에 넘긴 가운데 중국 동박 기업인 왓슨의 지분(30%) 매각도 검토하고 있단 얘기가 나왔다.

쏘카 지분 매각(1462억원)으로는 370억원가량의 차익이 발생했다. 여기에 매각을 검토 중인 왓슨의 기업가치를 5조원 안팎으로 추산했을 때 SK㈜의 지분(30%) 가치는 1조5000억원 안팎으로 계산된다. 매입가(약 3800억원) 대비 1조원대의 차익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엑시트 재가동을 넘어 꿈에 그리던 대박도 눈앞에 둔 셈이다.

'씀씀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올 상반기까지 SK㈜가 투자활동을 위해 지출한 현금은 약 4126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 감소했다. 투자전문회사로의 변신을 선언했던 2021년 이후 반기 기준 최소 지출이다. 올해는 안정적 운영에 방점을 집중하겠다던 SK㈜의 약속은 빈말이 아니었다.

◇돈 들어갈 곳 여전…다음 엑시트 후보는

SK㈜의 엑시트 움직임은 연말로 갈수록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여전히 재무적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SK㈜의 올 상반기 순차입금(10조4000억원)은 지난해 말에 비해 6%가량 감소한 상태다. SK E&S 등 자회사들로부터 수령한 배당금이 늘어서다. 다만 10조4000억원이란 숫자는 여전히 과거 대비 무겁고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한 투자 가능성도 상존해 있다.

돈 들어갈 곳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SK㈜는 지주사로서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에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출자금액은 3807억원 규모다. 앞서서는 SK리츠가 진행하는 유상증자에 130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경영 자원의 배분이라는 명분 하에 계열사 유상증자 등에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SK㈜는 지금 잠깐 순차입금이 줄어든 것뿐이다"라며 "자회사들에 대한 지원과 신사업 투자를 병행해야 해 자금 유출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 회수에 대한 결정과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다음 엑시트 후보들에도 눈길이 쏠린다. 지난해 말 SK㈜는 2018년부터 투자를 진행해 온 SK동남아투자법인의 매각을 검토한 바 있다. 실제 매각 결정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차익만 조(兆) 단위가 예상돼 가능성은 계속 남아 있다는 평가다.


디지털 영역 내 투자 자산에 대한 매각 가능성도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현재 SK㈜는 트렌드의 변화가 자주 발생하는 디지털 영역에선 적극적인 투자 회수 전략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데이터 센터 전문 운용사인 친데이터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려놓은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디스카운트 된 주가도 올려야 해 투자를 대폭 줄이긴 힘들 것"이라며 "재원 마련을 위해 영업이익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자산들부터 살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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