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공기업 재무점검]부채 폭탄 앞에 선 LH, 신도시 이어 뉴홈까지②공공분양주택 정책 등으로 채무 증가 불가피, 환매의무 '도화선'
원충희 기자공개 2023-10-17 07:29:36
[편집자주]
공기업은 재벌그룹에 못지않은 덩치와 경제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곳이지만 반대로 방만경영, 빚쟁이 시한폭탄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같이 갖고 있다. 효율성보다 공공성이 더 강한 조직인 탓에 민간기업과 같은 궤도에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들의 재무상황은 시장 안정성과도 직결되는 만큼 면밀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 규모 면에서 독보적인 대형 공기업들 위주로 재무상태를 점검해 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1일 08:0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한때 '대한민국 최대의 빚쟁이 시한폭탄 공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었다. 부채규모가 웬만한 공기업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13년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빚 감축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부채비율은 경감됐으나 차입금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3기 신도시 사업의 추진과 도시재생사업, 분양형 공공주택 확대로 인해 사업비 지출이 확대되고 있는 탓이다. 특히 뉴홈(나눔형) 확대를 감안하면 향후 5년간 차입금 증가 추이가 지속될 전망이다.
◇실컷 줄인 부채, 2020년대 들어 다시 증가세
LH는 설립 이후 택지와 산업단지 개발, 혁신도시 개발, 임대주택 건설 등 대규모 정책사업이 추진으로 차입과 부채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2009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합 이후 121조원을 넘은 부채는 2013년 142조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금융부채가 121조9970억원으로 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서민 대상 임대주택 등의 사업을 하는 주택공사의 자산·부채를 승계하면서 빚 증가는 필연적이다. LH의 차입규모는 용지확보 및 개발, 임대주택 건설 등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에 따라 변동한다. 2013년 말 정부가 공공기관 부채감축계획을 발표한 이후 LH는 보수적 투자정책을 수립하고 택지 대금회수 등을 통해 차입금 규모를 대폭 경감했다.
이 같은 차입금 감소세는 2019년까지 지속됐다. 그 해 말 부채는 126조6800억원, 2002~2003년 100조원을 넘던 차입금도 2019년 말 66조2706억원으로 감축했다. 그러나 2020년 들어 부채와 차입금을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부채는 146조6172억원, 차입금은 81조6242억원으로 불어났다.
3기 신도시 사업의 추진과 도시재생사업, 분양형 공공주택 확대로 인해 사업비 지출이 확대된 탓이다. 이런 와중에 수익성은 저하됐다. LH의 영업마진은 공공주택사업과 일반사업의 채산성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2016~2017년에는 행정복합도시건설, 공공주택사업의 채산성 개선으로 좋아졌고 2018-2019년 부동산 규제로 인한 경기저하로 일시적인 하락을 겪었다. 이후 부동산 경기 호조로 2020-2021년 우수한 수익성을 시현했다. 그러다 지난해 분양전환 물량이 줄면서 공공주택사업 매출 및 수익성은 하락 중이다.
◇3기 신도시에 뉴홈, 5년간 차입금 증가세 필연적
문제는 향후에도 대규모 정책사업에 대한 투자금 지출이 예상되고 있어 재무부담 완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정부 때 3기 신도시 정책에 이어 이번 정부에서도 공공분양주택 정책으로 향후 5년간 부채 증가는 불가피하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제출한 2023~2027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LH는 부채규모가 올해 154조5000억원에서 5년 뒤인 2027년 186조6000억원으로 32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입금(이자비용 발생 금융부채)은 사업 확대에 따른 기금·사채발행, 임대보증금 등으로 올해 119조2000억원에서 144조4000억원까지 25조원 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비금융부채의 경우 3기 신도시 회수시기 도래에 따른 선수금 증가, 뉴홈 공급 등으로 6조9000억원 증가한 42조2000억원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2018~2022년 LH의 부채가 18조5000억원 증가한 것에 비교하면 부채증가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향후 5년간 12만8000호를 공급해야 하는 뉴홈은 LH의 부채추이에 변수가 되고 있다. 현 정부의 대표적인 공공분양주택 브랜드인 뉴홈은 환매의무로 인해 분양 이후에도 부채로 남기 때문이다. 뉴홈은 일반형, 나눔형, 선택형 3가지로 구분된다. 일반형은 시세의 80%, 나눔형은 70% 수준에서 분양가를 설정한다.
나눔형은 분양가의 최대 80%까지 장기 모기지로 지원해 분양받은 이들의 목돈 부담을 최소화했다. 또 의무 거주기간인 5년 뒤 환매할 경우 시세차익의 70%를 보장해준다. 각각의 공급 물량은 나눔형 25만호, 일반형 15만호, 선택형 10만호 등 나눔형이 가장 많다.
이로 인해 나눔형은 LH가 환매를 받아줄 의무를 짊어지게 된다. 되사야 하는 만큼 분양 후에도 장부상 매출로 잡히지 못하고 부채로 남는다. LH가 정부의 주택정책(나눔형 등)에 따른 부채 급증, 회수기간 장기화가 전망될 경우 이에 따른 재무·경영상의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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