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등급 분석]HD현대, 상승 1년만에 'BB' 제자리로탄소배출·클린테크 엇갈린 평가…로드맵 갖춘 HD현대, 내년 등급 상승 가능성
허인혜 기자공개 2023-10-13 07:21:33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1일 14:4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는 태생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에서 유리하지 않은 곳이다. 산하에 조선해양과 에너지, 기계 등 제조 분야의 무거운 사업을 두고 있어서다. 때문에 절대적인 ESG 등급보다는 같은 산업군 내에서의 순위도 눈여겨봐야 하는데, 사업적 특성을 감안해도 글로벌 순위가 중하위권 수준이다.글로벌 평가에서 '만년 BB' 등급이었던 HD현대는 지난해 중위권인 BBB까지 등급을 올렸지만 올해 재차 후퇴했다. 환경 부문의 평가가 아쉽다. 국내 ESG 등급과도 차이가 큰 만큼 글로벌 시각을 더 맞춰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탄소배출 로드맵을 갖춘 만큼 내년에는 등급 재상승을 기대해볼 만하다.
◇HD현대, MSCI ESG 평가 1년만에 제자리
글로벌 평가기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올해 하반기 HD현대에 매긴 ESG 종합등급은 BB다. BB등급은 MSCI ESG 평가등급 7단계 중 다섯 번째로 중하위권에 속한다. 전년 BBB 등급 대비 한 단계 내렸다.
MSCI는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관련 기업 43곳을 HD현대의 비교군으로 설정했다. 동종 산업군 중 HD현대는 하위 28%에 해당한다. 이 산업군에서는 ESG 모범생인 AAA, AA 등급의 점유율이 각각 5%, 30%로 높은 데다 중위권의 초입인 A등급도 26%를 차지한다. B등급을 받으면 평균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MSCI는 평가 배경을 상세하게 공개하지 않는다. 대신 ESG 관점에서 낙제점과 평균, 선두 수준의 지표들을 선별하고 있다. HD현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선두 수준으로 평가 받은 지표는 없었다.
항목별로는 환경 부문의 지표들이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HD현대는 탄소배출과 독성물질 배출과 폐기물 등에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반면 에코 에너지 등과 관련된 클린테크 분야의 노력은 평균 수준으로 인정을 받았다.
전년 대비 하락한 지표들을 살펴보면 등급 하락의 원인을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탄소배출과 안전보건 등은 지난해에는 평균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올해는 하위권(Laggard)에 포함됐다.
환경 부문에서는 지난 1년간 HD현대의 ESG 지표를 하락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건사고는 눈에 띄지 않는다. 단발성 사건사고에 따른 감점이라기보다 사업 특성에 따른 탄소배출량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 안전보건 부문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울산조선소와 해양플랜트 사업부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오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로드맵 발표했지만 저평가…내년 등급 상승 가능성
MSCI는 탄소배출량 절감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평가 항목들을 공개하고 있다. 탈탄소화 목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HD현대의 친환경 활동은 글로벌 기후 목표와 궤가 맞지 않다고 봤다.
HD현대의 탄소배출량은 하락하고 있다. HD현대는 탄소중립을 핵심적인 ESG 전략으로 두고 관리 중이다. 로드맵에 따라 탄소배출량 등 절대적인 지표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글로벌 평가기관의 시각을 맞추기 위해 저감 속도를 더 높이거나 구체화하는 등의 전략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올해 발간한 ESG 보고서를 참고하면 내년부터는 환경 평가와 종합 점수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부터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로드맵을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HD현대는 2018년을 탄소배출량 감축 기준으로 삼고 있다. 2030년에는 28%, 2040년에는 40%를 저감하고 2050년에는 100% 감축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역점을 둔 계열사는 HD한국조선해양이다.
국내외 시각차도 HD현대의 숙제다. 한국ESG기준원은 종합 등급 A를 부여했다. 사회와 지배구조는 A등급을, 환경에는 B+를 매겼다. 국내 기업 중 A등급을 받은 곳은 2022년을 기준으로 전체 평가 대상 기업인 772개사 중 상위 15.6% 안에 든다. HD현대는 글로벌 기준으로는 하위 28%, 국내 기준으로는 상위 15.6%라는 상반된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다만 MSCI의 평가 지표가 국내 기업에 딱 맞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MSCI는 HD현대를 에너지 기업과 가깝게 분류했는데 삼성중공업은 건설기계와 중장비 영역으로 보는 등 국내 사정과는 산업 분류가 다소 다르다. 또 국내 기업들의 ESG 개선 노력이 MSCI의 평가에 즉각적으로 반영되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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