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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vs성장' 기로에 선 제약사]제약 본업과 멀어진 광동제약, 심화하는 밸류 저평가③신약 개발 의지 크게 떨어져…1조4천억 매출에도 시총은 3천억 불과

정새임 기자공개 2023-10-16 12:52:36

[편집자주]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제약사들은 '제네릭·상품유통·리베이트'라는 틀 안에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약가규제, 불공정 관행 철퇴 등 과거와는 다른 규제환경에서 새로운 살 길을 모색할 필요가 생겼다. 이에 더해 오너십이 바뀌는 과도기까지 겹치면서 가지각색 '생존전략'이 등장했다. '위기냐 성장이냐'를 놓고 각각 다른 전략을 펼치는 제약사들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2일 08:3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광동제약의 제약 사업을 지탱하는 건 '남의 약'이다. 본사업에서 도매상의 역할을 자처하고 음료 사업으로 돈을 번다. 정체성을 애매모호하게 만들다 보니 기업가치도 저평가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매출 1조원을 올리는 몇 안 되는 제약사인 광동제약의 시총은 고작 3000억원 수준이다. 전통 제약사가 흔히 받는 디스카운트를 감안해도 간극이 매우 크다.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로 제네릭에 갇힌 이미지를 깨고 있다. 광동제약은 어떨까. 10년 넘게 개발 중인 천연물 신약 2건은 사실상 중단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 지원까지 받은 천연물 의약품 기대주이지만 현실은 개발 표류 상태다. 이를 대체할 신규 파이프라인도 없다.

◇천연물 신약 도전 10년, 의지 꺾이며 개발 표류

광동제약은 2013년 KD101로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금 글로벌에서 각광받는 비만 신약이다. KD101은 연필향나무에서 유래한 약물로 지방세포 분화를 억제하고 열대사를 촉진하는 역할이다. 회사에 따르면 전임상실험에서 KD101은 지방 축적을 저해해 체중을 감소하고 혈중 지질 개선 효과를 보였다.

당시 비만 치료제들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부작용 우려가 큰 향정신성 약물이 주를 이뤘다. KD101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지 않아 부작용 걱정이 매우 낮다는 장점을 지녔다. 독성이 없고 지방조직에 직접 작용해 체중감소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이 광동제약의 설명이었다.

KD101 비임상 연구 보고서 결과에서 광동제약은 "마우스를 대상으로 항비만 효능을 평가한 결과, 고용량 투여 시 대조군보다 체중저하 효과가 더 우수하게 나타났다"며 "타미플루처럼 활성성분을 바탕으로 한 훌륭한 천연물의약품이 개발될 수 있음을 알릴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국내와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선진국 시장에 진입해 블록버스터급 항비만 신약을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항비만 신약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였지만 KD101은 2상 임상을 마친 2020년 초 이후 개발 표류 상태다. 광동제약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임상 2상 종료 후 임상 2b상 시험 프로토콜 및 적응증 확대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3년째 진전사항이 없다. 사실상 개발이 중단됐다고 보여진다.

광동제약은 두 차례에 걸쳐 정부로부터 KD101 개발 지원금을 받았다. 비임상과 2상을 위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23억원가량으로 추정됐다. 정부 지원을 뒷받침해 광동제약은 2상 종료후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이전을 목표로 하고, 이를 위해 관련 부서도 설립했으나 실제 기술이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기술이전이 어려울 경우 자체 임상 진행을 통해 상용화할 계획도 밝혔지만 현 시점에서 회사의 개발 의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함께 정부 지원을 받은 또 다른 천연물 신약 KD501은 개발을 포기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2상을 마친 뒤 10년 넘게 개발 보류 상태이기 때문이다. KD501은 현삼 추출물을 활용해 치매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으로 2상까지 진행했지만 이후 단계를 밟지 않았다. 광동제약은 KD501 개발을 주도한 안주훈 개발본부장(현 온코젠 대표)에 핵심 특허도 넘겼다. KD501은 비임상 연구 기간 정부지원금 약 14억원이 투입됐다.

광동제약이 상용화에 성공한 개량신약이 한 개 있으나 현재 판매 중단 상태다. 이 외 광동제약이 진행 중이라고 밝힌 신약 파이프라인은 전무하다. 최근에는 외국 제약사가 해외에서 개발한 신약을 국내 도입하기 위해 가교 임상을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본사업 투자 미진으로 기업가치 저평가…매출과 커지는 간극

본사업인 제약에서 이렇다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다보니 시장에서도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기준 광동제약의 시가총액은 3166억원에 불과하다. 연결기준 1조4315억원, 별도기준으로도 8505억원 매출을 내는 기업이지만 시장에서의 가치는 상당히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비슷한 연매출을 내는 다른 제약사와 비교하면 광동제약의 저평가 현상이 두드러진다. 연매출 1조4883억원의 종근당의 시총은 1조2392억원이다. 연매출 1조3317억원을 낸 한미약품은 시총이 4조원에 육박한다. 전통 제약사에 대한 시장의 디스카운트를 고려해도 광동제약은 유독 몸값이 낮은 편이다. 코스피 시총 순위에서 광동제약의 위치는 부광약품(연매출 1909억원), 대원제약(연매출 4788억원)보다 아래에 있다.

자료: 네이버 증권 캡처

광동제약 주가는 주식 시장 전체가 호황기였던 2020년 하반기를 제외하곤 8년째 주가가 우하향 중이다. GSK 백신 8종을 공동판매 한다는 공시를 낸 2015년 6월을 기점으로 주가는 계속 떨어졌다. 과거 한때 최고 1만9100원까지도 갔던 광동제약의 현재 주가는 6000원선이다.

전통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로 체질 개선을 이루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애쓴다. 연구개발(R&D) 비중도 크게 늘리고 있다. 대웅제약은 R&D를 위해 상반기에만 1000억원 이상을 썼다. 녹십자, 한미약품 등도 올해 R&D 비용을 전년보다 늘리며 전체 매출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중이 14%에 달했다.

반면 광동제약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광동제약의 상반기 매출 대비 R&D 비중은 단 2%에 불과했다. 작년에 광동제약이 R&D를 위해 쓴 총 비용은 138억원으로 매출 대비 1.6%였다. 제약바이오 섹터에서 광동제약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배경이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연구개발과 신약후보물질 도입,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다각도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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