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 Blue]오킨스전자, '7월 19일' 이후 시총 60% 증발한 사연은센서뷰 '따따상' 실패 이후 주가 하락 날개, DDR5 전환 따른 사업 성장성은 '주목'
정유현 기자공개 2023-09-22 07:21:54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0일 15:0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코스닥 상장사 오킨스전자의 주가 흐름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떨어질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라는 말까지 나오는데요. 최근 2달 새 시총이 60% 넘게 증발했습니다. 고성능 반도체 수요 증가로 사업에 훈풍이 불고 있는데 주가는 강력한 태풍이 한차례 쓸고 간 듯합니다.
주가 하락이 지속될 큰 이슈는 없어 보여서 주가 흐름을 역추적해 봤습니다. 주가가 급락했던 전후에 이벤트가 있긴 했습니다. 바로 지분 투자를 통해 파트너십을 맺은 기업 '센서뷰'와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글로벌 칩셋 제조사에 제품을 공급하는 국내 유일 업체인 센서뷰가 지난 7월 19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습니다.
오킨스전자는 2020년 11월 센서뷰와 파트너십을 구축했는데요. 지분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센서뷰 상장으로 지분 가치가 희석되면서 4.36%로 수준입니다. 센서뷰 상장 이벤트를 앞두고 오킨스전자의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주가는 서서히 하락하고 있었는데요. 센서뷰가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데뷔 성과를 낸 것이 오킨스전자 주가 하락에 트리거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거래소는 6월 26일부터 규정을 변경하며 유가증권 시장 및 코스닥 시장 신규 상장종목의 상장 당일 기준가를 '공모가격'으로 변경했습니다. 이에 따라 개정 후에 상장하는 센서뷰가 따따블(공모가 2배 시초가 후 상한가)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는데요. 상장 당일 공모가보다 51.8% 오른 683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따따블에 실패한 영향에 센서뷰 주가가 빠졌는데 오킨스전자도 덩달아 주가가 빠졌습니다.
센서뷰의 상장 첫날이었던 7월 19일은 오킨스전자의 주가는 전일 대비 1190원 정도 내린 1만4960원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다음날도 무난했는데요. 하지만 7월 21일과 24일 연속으로 하한가를 맞았습니다. 당시 매도 창구 상위에 외국계 증권사인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이 이름을 올리며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주가는 단숨에 6000원대로 내려앉았고 계속 하락세가 지속되며 4000원 후반대로 후퇴했습니다. 19일 종가는 전일 대비 170원 올랐지만 4900원이었습니다. 20일 오후 3시 기준 4600원대로 후퇴했습니다.
7월 19일부터 9월 19일까지 주가는 14690원에서 4900원으로 내려왔고 시가총액은 2597억원에서 866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이 사이 오킨스전자는 자사주 취득을 통해 주가 부양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주가는 힘을 받지 못했습니다. 투자자별 수급상황을 보니 금융 투자 기관과 외국인이 대거 '팔자'에 나선 상황입니다.
◇Industry & Event
맥을 못추는 주가와 달리 사업적으로는 업황 회복에 따른 성장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관련 제품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반도체 후공정 및 패키징 공정이 주목받고 있는 영향인데요. 오킨스전자는 반도체 후공정 소재 관련주입니다. 자율주행차 등 고성능 반도체의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오킨스전자의 주력 제품의 수요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1998년 설립된 오킨스전자는 번인소켓(Burn-In Socket) 강자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번인소켓은 후공정시 반도체 집적회로가 125도 고온의 환경을 견딜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번인 테스트 공정에서 쓰이는 부품입니다. 필수 부품이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습니다. 상반기 말 기준 번인소켓 매출은 전체 매출의 8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체가 서버용 D램을 더블데이터레이트(DDR)4에서 DDR5로 전환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준비도 마쳤습니다. DDR5용 테스트 소켓 수요 확대에 발맞춰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을 위한 인프라까지 마련했습니다. 이제 주요 고객사들의 생산라인이 DDR5로 전환되면 번인소켓도 다 변경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오킨스전자에 호재입니다.
하지만 상반기까지는 반도체 감산 여파를 받으며 번인 소켓 주문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고객사들이 DDR5 전환에 적극 나서며 수주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상반기 대비 하반기 수주 물량이 50% 정도 증가했다고 합니다.
기존 주력 사업뿐 아니라 2022년에는 마그네틱 콜렛(Magnetic Collet) 신규고객사 인증, 전기차용 커넥터 SQ 인증 등을 받으며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센서뷰와 함께 5G(5세대 이동통신) 부품 커넥터 분야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업 성장에 따른 실적으로 기업가치를 증명한다면 주가가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Market View
오킨스전자는 덩치가 큰 기업이 아닌만큼 증권사 리포트가 많지 않습니다. 상장을 단행한 시기(2014년) 이후 2015년~2016년 증권사에서 리포트가 나오긴 했습니다. 당시에도 모두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는 'N/A'로 제시했습니다. 최근 3년간은 증권사 의견이 담긴 리포트는 없었만 한국IR협의회에서 주기적으로 깊이 있는 보고서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1일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 박성순 애널리스트가 '아이템 다각화'라는 제목으로 총 21페이지의 리포트를 발간했습니다. 신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추가한 마그네틱 콜렛은 기존 경쟁사 독점 구조가 깨져 오킨스전자의 점유율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짚었습니다. 그리고 센서뷰와 협업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 5G 사업은 해외 투자 확대에 따라 실적이 기대된다고 진단했습니다.
박 애널리스트는 오킨스전자의 올해 매출을 전년 대비 26.9% 증가한 814억원, 영업이익은 154.4% 증가한 66억원을 제시했습니다. DDR5 생산 확대에 따른 하반기 실적에 주목을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수주가 하반기로 밀렸고 신사업 부문의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올해는 전년 수준의 매출이 나올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오킨스전자는 공식적인 기업설명회를 자주하는 곳은 아닙니다. 전자공시상 확인되는 기업설명회 공시는 2021년이 마지막입니다. 그렇다고 타 코스닥 기업 대비 IR에 소극적이라고도 볼 수 없습니다. 각종 세미나 혹은 전시회에 참여해 제품과 기술을 알리는데 힘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IR을 책임지고 있는 주요 인물은 경영기획국 김상현 상무로 보입니다. 미등기 임원입니다. 2020년 3월 코로나19로 대면이 불가한 상황에서는 자체 제작한 설명회 영상으로 얼굴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2021년 12월 오킨스전자가 일터혁신 우수기업에 선정됐을 때 전진국 대표와 함께 단상에 오르기도 했으며 각종 콘퍼런스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월에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3'에서 더벨 기자와 만나 제품과 사업 방향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최근 오킨스전자가 주가 하락에 따라 기발행 메자닌의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대응 차원에서 전환사채(CB) 발행했는데요. 취재 과정에서 김 상무에게 최근의 주가 상황에 대해서도 조심히 질문을 남겨봤습니다. 역시 센서뷰 상장 여파가 있을 수 있다고 진단을 했습니다.
김 상무는 "센서뷰와 커넥터 개발도 하고 지분 관계가 있는 만큼 아무래도 오킨스전자와 센서뷰를 주식 시장에서는 한 몸으로 보기 때문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센서뷰 관련해서 주가가 선행해서 반영이 된 것 같고 상장하고 추가 이벤트가 없으니 실망 매물이 나온 것이 아닌가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킨스전자는 현재 주가가 골칫덩어리이긴 하지만 사업적으로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생산 능력을 최대치로 돌리고 있습니다. 수주가 밀려와도 생산 가능한 수준에서만 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보다는 내년부터 더 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주가보다 사업 성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김 상무는 "오킨스전자의 주력 분야는 다른 업체가 새롭게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고 반도체 생산에 필수 테스트기 때문에 최근 수주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며 "현재도 캐파가 부족해 증설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귀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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