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공모 행동주의 새 펀드 중책맡은 KCGI운용 명재엽 팀장저평가 가치주 발굴 역량 탑재…수탁자책임활동 경험 부각
조영진 기자공개 2023-10-17 07:44:31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3일 0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CGI자산운용이 주주활동에 기반한 ESG 동반성장 공모펀드를 출시하면서 하우스 정체성을 다지고 있다. 모회사인 KCGI가 오스템임플란트에 후진적인 거버넌스 개선을 요구했듯, KCGI자산운용 또한 최근 현대엘리베이터에 서한을 발송하며 주주활동을 전개해나가는 모습이다. 특히 새 상품은 메리츠자산운용에서 KCGI자산운용으로 재탄생후 처음 내놓는 펀드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KCGI자산운용에서 주주행동주의 펀드를 운용 중인 인물은 명재엽 주식운용팀장이다. 명 팀장은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에 재직할 때부터 오스템임플란트, 현대엘리베이터 등에 투자하는 등 저평가 가치주 발굴에 강점을 지닌 인물이다. 당시 라자드 이머징마켓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명 팀장에게 한국주식 투자를 자문하는 등 코리아 스페셜리스트로 불리기도 했다.
◇성장 스토리: 슈로더 공채 1기...라자드서 '코리아 스페셜리스트'로 성장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명재엽 팀장은 지난 2008년 외국계 회사인 슈로더자산운용에 입사하며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1년 국내에 상륙한 슈로더가 진행한 첫 신입 공개채용에서 경영진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이에 졸업후 별다른 공백기 없이 빠르게 금융업계에 몸담을 수 있었다.
대형 외국계 회사의 막내로 시작한 탓에 처음부터 중책을 맡진 못했지만, 오히려 조용히 내실을 다지며 금융투자 역량을 담금질할 수 있는 시절이었다. 입사 이후 약 2년간 펀드 매니저의 필수 요소인 리서치는 물론 FX(외환거래), 파생상품, 해외 펀드 등 여러 업무를 폭넓게 수행했다.
국내주식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지난 2010년부터다. 당시 슈로더자산운용은 내부에 한국주식본부를 신설하면서 인력과 조직을 재정비했고, 이 과정에서 명 팀장을 비롯해 배치된 5명의 인력들이 국내 주식 종목에 대한 리서치 및 투자를 책임지게 됐다.
3년이 지난 2013년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의 일부 인력들이 메리츠자산운용(현 KCGI자산운용)으로 이동하자 라자드코리아 측은 새로운 매니저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슈로더에서 5년간 역량을 쌓은 명 팀장이 적임자로 발탁됐고, 이후 그는 약 10년간의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에서 코리아 스페셜리스트로 거듭났다.
현 직장인 KCGI자산운용에는 올해 5월 입사했다. 라자드 측이 2대주주로 있던 오스템임플란트에 KCGI자산운용이 3대주주로 지난해 말 합류하면서 강성부 대표와 연이 닿았다. 오스템임플란트를 비롯해 여러 가치주를 일찍이 눈여겨보던 명 팀장과 KCGI의 결이 일치하면서 동행을 시작하게 된 셈이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숨겨진 가치주 발굴…기업개선 작업에 방점
명 팀장의 투자스타일은 가치가 숨겨진 기업을 일찍이 발굴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투자철학을 묻는 질문에 그는 "라자드에 몸담았을 때부터 영업가치가 실제보다 저평가돼 있는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데 주력해 왔다"며 "부동산 처분 등 단기 이슈로 끝날법한 요구 대신, 지배구조 개선 및 비용집행의 효율성 제고 등에 집중하면서 이와 관련된 기업들에 투자해왔다"고 설명했다.
KCGI자산운용이 현대엘리베이터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주주활동도 그의 투자철학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명 팀장은 "여러 행동주의펀드들이 주주활동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KCGI자산운용의 보유종목을 제2, 제3의 SM엔터로 만들 계획"이라며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저평가된 종목을 시장에 알리고 적정가치로 올려놓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로서 변화 의지가 없는 기업에는 무리하게 투자를 집행하지 않는다. 명 팀장은 라자드코리아 시절부터 기업의 변화 의지, 저평가 원인 해소 가능성 등을 가늠하기 위해 숱한 사전 미팅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낮은 확률에 기대 무리한 투자를 진행하기보다 주주친화적 마인드를 일정 부분 겸비한 기업과 함께 나아가겠다는 전략이다.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에서의 경험이 이 같은 투자철학을 정립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외국계 회사인 라자드자산운용은 이머징 마켓 포트폴리오를 통해 한국주식에도 따로 투자하고 있었는데, 2017년에는 그 규모가 무려 7조원에 달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머징 마켓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의 운용역들과 논의하는 일도 잦았던 시기다.
명 팀장은 "이머징 마켓 포트폴리오를 담당하는 해외 매니저들이 한국주식 투자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저희와 숱한 리서치 피드백, 경영진 리스크 분석 등이 오갔다"며 "이에 따라 국내기업들에 주주서한을 자주 보내는 등 제 커리어의 전환점이자 투자철학이 정립된 시기"라고 돌아봤다.
◇트랙레코드1: 라자드 이머징마켓 포트폴리오의 한국투자 자문활동 수행
실제로 명 팀장은 라자드 이머징마켓 포트폴리오가 한국주식 투자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자문역 역할을 오랜 기간 수행했다. 투자대상 기업에 비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하고 이머징마켓 매니저를 대신해 최고 경영진과 미팅을 갖는 등 여러 수탁자책임활동을 실천한 것으로 전해진다.
라자드자산운용(Lazard Asset Management LLC)의 투자 성공사례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라자드자산운용은 명재엽 팀장 재직 시절 당시 헥토이노베이션, 비아트론, 유진테크, 파트론, 코웨이, 원익IPS 등에 대해 투자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오스템임플란트가 꼽힌다. 라자드 이머징마켓 포트폴리오는 지난 2019년 6월부터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주당 7만원 초반대에 매입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증시가 하락할 당시 비중을 줄이기도 했으나, 2021년 초부터 다시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사모았다. 당시 매입가는 약 9만원 수준이다.
명재엽 팀장은 오스템임플란트가 거버넌스 등의 이슈로 저평가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이머징마켓 포트폴리오 매니저와 투자 의견을 공유했고, 이후 라자드자산운용은 오스템임플란트 보유지분율을 최대 9.7%까지 끌어올리면서 2대주주 지위에 오르기도 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받을 수 있다는 명 팀장의 판단은 지난해 말부터 들어맞기 시작했다. 강성부펀드로 불리는 KCGI가 오스템임플란트의 3대주주로 오르는 동시에 주주활동을 전개하고 공개매수도 병행했기 때문이다. 라자드자산운용은 주당 19만원의 공개매수에 응하며 올해 3월 오스템임플란트 지분을 전량 처분했다.
◇트랙레코드2: 바통 이어받은 라자드코리아펀드, 가치주 투자로 성과 창출
지난 2017년 11월부터 올해 초까지 책임졌던 라자드코리아증권투자신탁의 운용 성과도 주요 트랙레코드로 꼽힌다. 라자드코리아펀드는 2017년 당시 수익률 부재와 운용역 퇴사로 부침을 겪기도 했으나, 이후 명재엽 팀장이 책임운용을 수행하며 안정적인 성과를 창출해냈다.
명 팀장이 약 5년간 운용한 라자드코리아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약 25.36%다. 이 펀드의 비교지수인 코스피지수가 같은 기간 2523포인트에서 2413포인트로 약 4.4% 쪼그라든 것과 상반된 결과다. 라자드코리아펀드는 라자드자코리아자산운용의 국내 펀드 비즈니스 철수로 올해 2월 청산 절차를 밟았다.
비교지수를 웃돈 것에 더해 펀드 포트폴리오에서도 명 팀장의 혜안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9월 말 라자드코리아증권투자신탁의 운용보고서에 따르면 이 펀드의 상위 보유종목은 삼성전자, 키움증권, 에스엠, 현대엘리베이 순이다. 일부 의무적 편입이 이뤄진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나머지 세 종목 모두 저평가 이슈가 부각되며 최근 주가가 상승한 종목들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10일 대대적인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며 단숨에 주가가 10% 이상 상승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부터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주주행동주의가 시작되며 기업가치와 지배구조가 크게 개선됐다.
현대엘리베이는 KCGI자산운용이 현재 우호적 행동주의를 실천 중인 종목이다. KCGI자산운용은 최근 현대엘리베이터 측에 기업 정상화를 위한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의 사내이사직 사임을 중심으로 전방위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제안한 상황이다.
◇업계 평가 및 향후 계획: "ESG동반성장펀드 통해 KCGI 주주활동 전개"
명 팀장은 본인의 투자철학과 KCGI자산운용의 정체성에 입각해 'KCGI ESG동반성장 펀드'를 성공적으로 운용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9월 말 출시된 'KCGI ESG동반성장 펀드'는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활동을 가미한 ESG펀드로, KCGI자산운용 출범 이후 처음 내놓은 상품이다.
최근 KCGI대체투자자산운용으로부터 이관받은 약 300억원 규모의 ESG 사모펀드도 명 팀장이 관리한다. 주주행동주의의 실탄이 보충된 만큼 보다 적극적이고 세밀한 주주활동 전개가 가능할 전망이다. 사모펀드의 경우 개별종목 비중한도가 없어 집중투자가 가능하다.
명 팀장은 "ESG 사모펀드의 경우 최근 출시한 ESG 공모펀드의 포트폴리오와 결을 같이할 예정"이라며 "다만 사모펀드인 덕분에 좀 더 유연한 투자 집행과 주력 종목에 대한 비중 확대 등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여러 행동주의펀드들이 표 대결에 나서고 소액주주들도 합심하는 등 주주활동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내년 주총을 통해서도 기업들의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며, KCGI자산운용의 가치관을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활동 등을 성실히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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