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0월 13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리츠의 행보는 남다르다. 2021년 9월 상장한 지 불과 2년만에 운용자산(AUM)을 3조1000억원까지 키웠다. 단기간에 국내 최대, 톱티어 리츠 자리를 차지했다. SK그룹의 부동산 자산을 기반으로 한 스폰서리츠인 덕이 크다고 해도 경영진의 공격적 확장전략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종로타워 인수 등 외부자산 편입이 덩치를 키운 결정적 역할을 했다.SK리츠는 또 다른 진기록을 세우기 직전이다. 국내 리츠 최초로 '산업시설' 자산 투자를 결정했다. SK하이닉스의 이천 수처리센터 편입이 곧 이뤄진다. 인수 예정 자산은 1조1870억원. 거래가 완료되면 SK리츠의 AUM은 4조2000억원을 넘어선다. 업계 2위 롯데리츠(2조3320억원), 3위 ESR켄탈스퀘어리츠(2조2600억원) AUM 규모를 크게 웃도는 '넘사벽' 수준이다.
일각에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스폰서리츠가 그룹의 자금조달 창구로만 전락한 게 아니냐는 우려다. SK하이닉스 자산 인수를 주주 가치 제고 보다 '그룹 지원' 목적이 더 큰 움직임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장리츠는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자금으로 부동산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나눠주는 펀드 구조다. 그런 리츠를 모기업 자금지원 용도만으로 활용하는 건 '정도(正道) 경영'으로 볼 수 없다. 투자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최근 실시된 SK리츠의 유상증자 '참패'도 이런 우려에서 기인했다. SK리츠는 이달 초 3061억원 규모의 유증을 단행했고 청약률은 80%대에 그쳤다. 최대주주인 SK㈜는 배정주식 대다수를 실권하고 130억원 가량의 자금만 보탰다. 청약미달 자금이 600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모두 총액 인수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떠안았다. 자산매입 자금을 지속적인 유증으로 마련하다보니 투자자들의 기피 현상이 빚어진 셈이다. 12일 종가 기준 SK리츠 주가는 4230원으로 공모가(5000원)를 한참 밑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SK리츠의 SK하이닉스 수처리센터 편입은 장기간 고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 역시 큰 이벤트란 점을 놓쳐선 안된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 시설인 수처리센터 4개동과 온도저감동을 SK리츠가 품는 딜이다. 임대기간은 10년+10년, 연임대료는 717억원, 예상수익률은 6.4%다. 캡레이트는 7.3%로 추산되는데 최근 서울 프라임급 오피스의 캡레이트가 5% 가량이란 점과 대비된다. 그만큼 경쟁력 있는 가격에 매입하는 자산이란 의미다.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SK하이닉스 수처리센터 매각은 맥쿼리그룹까지 뛰어들었던 딜이다. 호주계 금융그룹으로 2000년 한국에 진출한 맥쿼리는 국내외에서 자산운용과 PEF·PI 등 폭넓은 투자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위상이 높은 맥쿼리가 인수의지를 보였다는 것 자체만 해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SK그룹이 유동화가 어려워 SK리츠를 앞세운 딜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SK리츠의 이번 행보는 리츠업계의 산업설비 자산 편입 길을 처음으로 보여준 일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다른 리츠들 역시 산업설비의 편입 구상에 나서는 게 어색하지 않다. 그 첫 길을 SK리츠가 터줬다. 전통적인 자산의 편입만으로는 주요 리츠들의 성장성을 더 이상 담보하기 어려운 시장 환경이다. SK리츠의 AUM 10조원 도약 목표는 SK하이닉스 수처리 설비를 품은 덕분에 꿈이 아닌 현실성을 갖추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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