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er Profile/한국신용데이터]'시대 읽는 선구안' 김동호 대표, 소상공인 금융 개척자오픈서베이 성공 이후 연쇄 창업, 은행 예비 인가 준비 돌입
이효범 기자공개 2023-10-17 09:10:00
[편집자주]
이상적인 창업 생태계에서는'창업→투자→성장→엑시트→재창업'의 선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창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핵심은 사람, 바로 파운더(founder)다. 더벨은 스타트업 파운더의 설립 스토리와 터닝 포인트, 향후 미래 전략 등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유니콘·예비유니콘 △시리즈B 이상 유치 △단일 라운드 기준 200억 이상 유치 △매출 300억 이상 △연쇄 창업가 혹은 엑시트 경험자 △AUM 5000억 이상 VC 투자 유치 △팔로우온 투자 유치 △해외 VC 투자 유치 등의 기준에서 최소 3개 이상 부합하는 스타트업 파운더의 창업 스토리를 심도있게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3일 0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세상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자리매김한 동시에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도 했다. 효율적이지 않았던 분야에 효율성을 더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창업 기회를 포착하는 등 수많은 창업자들도 등장했다.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사진)도 그 중 한명이다. 2016년 한국신용데이터를 설립해 6년만에 유니콘 기업으로 키웠다. 그는 역사적 필연성을 갖춘 사업을 찾을 수 있는 선구안을 창업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본다. 처음 창업했던 오픈서베이 역시 리서치업이 필연적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진화할 것이라고 보고 시작한 사업이었다.
김 대표는 오픈서베이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한국신용데이터를 창업했다.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 개인 사업자에 대한 P2P(개인간 금융)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착안,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창업 스토리 : 스마트폰이 바꾸는 세상, 창업 기회 포착
김 대표는 원래 교수인 아버지를 따라 평생 연구자로 사는 꿈을 꿨다. 2008년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로 교환학생을 갔을 당시 실리콘밸리를 경험하면서 창업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현지에서 아이폰이 보급돼 세상이 바뀌는 걸 지켜봤고, 이후 한국에서 아이폰이 보급되면서 세상이 바뀌는 시기에 창업의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첫번째 창업인 오픈서베이는 모바일로 소비자 조사를 하는 회사다.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모두 자동화했다. 최근에는 당연한 방식으로 볼 수 있지만 창업 당시인 2011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리서치업의 역사를 보면 직접 대면하는 조사에서 우편으로 발전했고, 유선 전화로 넘어갔다가 온라인이 나와 이메일 방식으로 진화했다. 이후 스마트폰으로 리서치가 진행될 것이라는 건 너무 자명한 일이었다.
2009년 11월 국내에 아이폰이 처음 출시됐고, 2010년 5월에 갤럭시S가 출시됐다. 창업했을 때 국내에 스마트폰 800만대가, 서비스를 론칭했을 때 1700만대가 각각 보급돼 있었다. 스마트폰 앱으로 소비자 조사를 하다 보니 이메일이나 전화 조사보다 훨씬 빨랐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다. 설문조사를 하고 싶어도 비용과 시간 때문에 할 수 없는 기업들이 많았는데 그 문제가 해결됐다.
김 대표는 한동안 휴식을 취할 목적으로 2016년 오픈서베이 대표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쉬는 도중에 캐시노트라는 비즈니스 아이템을 발견하면서 심리적 갈등이 컸다. 당시 시작하지 않았다면 못하는 아이템이 될 수도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아이폰 출시와 함께 시작된 모바일 시장은 2010년~2015년 사이에 1차적으로 완성이 됐다고 본다"며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합병 해서 우회상장 한 게 2014년으로 모바일 비즈니스 1.0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이미 완성된 모바일 인프라가 다른 업권으로 확장되던 모바일 비즈니스 2.0이 본격화된 때가 2016년이었다"고 설명했다.
2015년 12월 P2P 기업인 에잇퍼센트가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6년 초에 P2P 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나오기 시작했다. 금융당국도 기존과는 다른 메시지를 던지기 시작했다. 보수적인 금융권이 바뀌는 걸 보고 다른 분야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해외 P2P 사례를 스터디했다. 이 과정에서 해외에서는 사업자 대상의 P2P 회사들이 굉장히 잘되는데 한국은 그런 시도가 없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를 파고 들다보니 신용정보업의 구조적인 차이가 있었다. 금융당국이 신용평가업(CB·Credit Bureau) 라이선스를 발급할 때 개인신용정보업과 사업자신용정보업에 데이터를 피딩(허가 받은 CB 사업자가 데이터를 수신하는 메커니즘)하는 게 굉장히 다르다는 점을 알아냈다.
김 대표는 "개인은 건강보험이랑 국민연금의 납부료를 주민등록번호랑 연결해서 신용정보법상 허가받은 사업자에게 정보 접근권이 부여되는데 금융위가 허가 여부를 판단한다"며 "반면 사업자 중심의 비즈니스가 가능하려면 국세청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국세청은 절대 데이터를 주지 않기 때문에 반쪽자리 라이선스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여기서 기회를 찾았다. 공교롭게도 몇 년이 지나서 개인사업자CB 면허 제도가 생겼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카카오뱅크, SGI서울보증, KB국민은행 등과 함께 '한국평가정보'(준비법인 당시 사명 '데이터기반중금리시장혁신준비법인')을 설립해 금융위원회로부터 지난 7월 개인사업자 CB 본허가를 받았다. 2005년 이후 17년 만에 새로운 전업 신용평가회사가 생긴 셈이었다.
김 대표는 "중금리혁신법인을 통해 소상공인에게 적합한 신용평가를 제공해, 그동안 제도권 금융에서 적절한 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소상공인들이 좋은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성장 터닝포인트 : 카카오톡 챗봇으로 '신용카드 정산 정보 알림 서비스' 흥행
한국신용데이터는 2016년 설립된 이후 6년만인 지난해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56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2021년 매출액은 40억원에 그쳤으나 인수합병(M&A)을 통해 매출을 큰폭으로 확대했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기업가치를 키울 수 있었던 건 '캐시노트'의 역할이 컸다.
김 대표가 사장님 입장에서 서비스를 확장해 온 게 주효했다. 캐시노트의 시작인 신용카드 정산 정보 알림 서비스가 모든 사장님들에게 필요한 서비스였지만,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이 적지 않았다. 특히 앱으로 서비스를 론칭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개발자가 필요했다. 성공할지 망할지도 모르는 서비스에 많은 인원을 써야 할지를 두고 갈림길에 있었던 셈이다.
'카카오톡 챗봇'으로 서비스를 하자는 아이디어로 해법을 마련했다. 카카오톡이라면 앱을 설치하는 거보다 캐시노트 서비스가 더 쉽게 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당시로서는 자원 제약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소상공인 79%가 40대 이상(40대 28%, 50대 31%, 60대 20%)으로 이들은 활발하게 카카오톡을 활용하는 사용자들이다. 캐시노트는 지금까지도 카드매출, 관리, 매출 분석, 세무 업무까지 사장님에게 꼭 필요한 정보는 매일 카카오톡으로 각종 정보를 정리하여 안내하고 있다. 앞으로도 김 대표는 서비스 출시 당시의 기본 정책을 유지하면서 사장님의 사업에 꼭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캐시노트는 사장님이 '매출 확인'이라는 목표를 위해 최소 하루 1회 이상 방문한다"며 "그 매출 확인의 맥락에서 더 다양한 정보를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캐시노트는 사장님의 업에 대한 공감에서 시작한다"며 "캐시노트는 앞으로도 사장님이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영감을 받는 인물 : 원양어업 일군 김재철 동원그룹 창업주
김 대표는 창업에 영감을 받은 인물로 김재철 동원그룹 창업주를 꼽는다. 시대를 읽는 선구안으로 역사적 필연성을 담은 사업을 선보였다는 점에서다. 역사적인 산업의 필요성을 읽을 수 있는 선구안은 사업가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라는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과거 역사적 사례를 살펴보면 소프트뱅크도 카카오도 사회 변화에 맞는 역사적 필연성을 사업의 선택 기준으로 삼았고 새로운 산업을 만들며 성공했다고 보고 있다.
김 창업주가 사업을 시작한 시기는 경제개발 5개년 덕에 국내 총생산이 급성장하는 상황이었다. 원양어업은 당시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의 시대 과정에서 꼭 필요한 사업이었고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았다. 김 창업주는 무급 선원이라는 신분으로 리스크를 짊어지고 한국 최초의 원양어선에 승선했다.
마찬가지로 김 대표도 그동안 두번의 창업을 하는 과정에서 시대적 흐름과 대세의 상승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그가 찾은 시대의 변화는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모든 것의 데이터화, 모든 것의 디지털화였다. 첫 창업은 스마트폰이 700만대 보급되었을 때 모바일 리서치 회사 창업이었고 두번째 창업이었던 한국신용데이터는 핀테크 산업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직후였다.
김 대표는 이같은 선구안을 갖기 위해서는 자신이 뛰어들려는 산업의 역사를 충분히 공부해야 한다고 본다.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바로 보고 자신이 준비하는 비즈니스를 그 흐름에 정렬시키는 것을 중요시한다. 때로는 바람을 맞서 배를 몰아야 하지만, 그러한 순간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경영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이 최대한 순풍을 타고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현재 고민 : 캐시노트 주 고객 '사장님'을 만족 시키고 있는가
김 대표의 고민은 캐시노트 주 고객인 사장님들을 만족시키고 있는가에 있다. 올해 캐시노트 서비스를 확장하는데 주력했다. 사장님을 위한 커뮤니티 서비스인 ‘토크’, ‘콘텐츠’ 서비스를 출시했고 초보 사장님을 위해 매장 인프라 서비스를 한 번에 신청할 수 있는 ‘캐시노트 원클릭’ 서비스도 선보였다. 사업 지원을 위한 단골관리 서비스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캐시노트 플러스 멤버십 서비스도 공개했다.
지난 9월에는 모간스탠리 택티컬밸류에서 전환사채(CB)로 1000억을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1조3000억원이다. 조달한 자금으로 캐시노트 서비스를 한층 더 고도화 해나간다. 특히 소상공인의 지역, 업종 등의 개별적인 특성에 맞춤형 기능을 탑재하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한국신용데이터는 대한민국에서 손꼽힐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한 유니콘 기업이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김 대표 역시 매번 새로운 결정과 판단의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치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게 캐시노트 주 고객인 사장님들이다.
김 대표는 "한국신용데이터는 앞으로도 모든 소상공인, 자영업자 사장님이 사업을 하는 중에 고민이 생기면 ‘캐시노트에 답이 있겠지’라고 생각하시도록, 사업의 모든 순간을 채워나가고자 한다"며 "계속해서 대한민국의 많은 사장님들을 만족시키고, 더 나아가 감동하게 만드는 서비스를 선보이며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 : 소상공인에게 꼭 필요한 은행 준비 착수
김 대표는 내년에 소상공인을 위한 은행 예비 인가 준비에 착수할 계획이다. 영업 현황을 반영한 입체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상공인들이 적시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은행으로 발돋움 한다는 게 목표다.
그는 성장을 목표로 했던 2023년 넘어 2024년에는 소상공인에게 꼭 필요한 은행의 모습을 제시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소상공인과 금융당국을 대상으로 그 필요성을 피력하고 향후 청사진을 설명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2024년은 소상공인을 위한 은행 예비 인가를 준비하고 선보이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소상공인이 정당한 평가를 받아 적시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소상공인특화 은행은 우리동네 사장님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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