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엔터 넥스트스텝]메가IP 또 놓치나…재계약 '잔혹사'①블랙핑크와 재계약 두 달째 '오리무중', 메인 아티스트 이탈 등으로 '고전'
이지혜 기자공개 2023-10-20 11:02:19
[편집자주]
국내 최고 엔터 명가로 꼽히는 YG엔터테인먼트가 기로에 섰다. 블랙핑크의 재계약 무산 가능성으로 촉발된 위기가 YG엔터테인먼트를 덮쳤다. 메인 아티스트 공백 등으로 YG엔터테인먼트의 성장동력이 식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주가는 연일 하락세 보이고 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을 해법은 무엇일까. YG엔터테인먼트에게 어떤 저력이 남아있을까. YG엔터테인먼트의 현 상황을 짚어보고 넥스트스텝을 조명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8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연이 반복되면 실력이라고 했다. 이 말은 K-pop(케이팝)에 꼭 들어맞는다. 처음에는 우연처럼 일본을, 아시아를, 그리고 전세계를 강타하는 슈퍼스타를 배출했지만 그 뒤를 잇는 슈퍼스타를 꾸준히 내놓으며 K팝의 흥행은 우연의 산물이 아닌 견고한 시스템의 성과라는 점을 입증했다.견고한 시스템을 갖춘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사로 꼽히는 게 YG엔터테인먼트다. 휘성, 거미, 세븐, 악뮤 등 실력파 아티스트는 물론 2NE1, 빅뱅, 블랙핑크 등 ‘메가IP’를 배출해내며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와 어깨를 겨루는 강자로 거듭났다.
그러나 지금 YG엔터테인먼트는 강자로 남느냐, 밀려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글로벌 톱스타를 배출해냈지만 이들과 장기 계약이 불발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히 블랙핑크와 재계약 무산이 YG엔터테인먼트의 위기를 촉발한 트리거가 됐다. 엔터 명가로서 명맥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블랙핑크 재계약 불발 위기
YG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블랙핑크의 멤버들과 재계약 문제를 두 달째 논의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블랙핑크와 YG엔터테인먼트가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서로 협의 중”이라며 “블랙핑크 각 멤버의 계약 만료 시점 등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블랙핑크는 2016년 8월 YG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데뷔한 4인조 다국적 걸그룹이다. 올 8월 YG엔터테인먼트와 7년 전속계약이 만료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두 달이 넘도록 재계약 여부가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블랙핑크의 재계약 여부는 YG엔터테인먼트의 향후 실적 성장세를 가를 수 있는 핵심적 이슈다. 전체 실적에서 블랙핑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라서다.
블랙핑크의 저력이 가장 잘 드러난 게 올해 반기 실적이다. 블랙핑크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9월까지 한국과 일본, 미주, 유럽 등 전세계 24개 도시를 돌며 모두 66회의 공연을 진행했다. 블랙핑크가 콘서트로 동원한 관객은 전세계 180만명에 이른다.YG엔터테인먼트는 “블랙핑크가 K팝 걸그룹 사상 최대 규모의 월드투어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결과 YG엔터테인먼트의 콘서트공연매출은 올 상반기 717억원으로 2022년 연간 콘서트 공연수익 대비 315%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수 있었다.
눈에 띄는 점은 콘서트공연매출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해외에서 활동안 또다른 아티스트가 사실상 보이그룹 트레저뿐이며 트레저가 아시아 8개 도시에서 12회차 공연을 진행한 점을 고려하면 블랙핑크의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YG엔터테인먼트가 블랙핑크의 전원 재계약을 이루지 못한다면 대형 악재를 겪는 셈이 된다”며 “만일 멤버 3명이 재계약한다면 블랙핑크의 매출은 기존 70~80%로 유지되지만 재계약 멤버 수가 그보다 적다면 블랙핑크로 벌어들였던 매출이 반토막 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블랙핑크라는 팀은 존속시키는 데 합의하고 멤버들이 각자 다른 소속사로 떠나더라도 YG엔터테인먼트로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팀 활동보다 개인 활동이 우선시되는 데다 멤버 개인의 의사결정에 더 힘이 실려서다. 자칫 팀명만 남고 블랙핑크로서 활동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YG엔터테인먼트로서는 재계약에 거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있지만 그만큼 블랙핑크가 완전체로서 활동했을 때 벌어들일 수 있는 막대한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
◇메가IP 이탈 “또?”, YG엔터 "오해"
YG엔터테인먼트가 배출한 스타는 셀 수 없지만 그 중에서 메가IP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슈퍼스타는 손에 꼽힌다. 미국 음악잡지 빌보드에 기록을 남긴 아티스트는 2NE1, 빅뱅, 싸이, 블랙핑크, 악뮤 등이다.
그러나 지금 YG엔터테인먼트에 남아있는 메가IP급 아티스트는 거의 다 사라졌다. 2009년 데뷔해 국내 대중음악 시장의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받는 2NE1은 2016년 말 돌연 해체되어 각 멤버가 다른 소속사로 뿔뿔이 흩어졌다.
2010년 싸이가 YG엔터테인먼트에 몸담긴 했지만 2018년 떠나갔다. 싸이는 노래 ‘강남스타일’로 전세계적 명성을 떨친 뒤 미국 음반사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했을 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엔터사를 설립했다.
빅뱅이 YG엔터테인먼트에서 가장 오래 머물며 엔터 명가로서 면을 세워줬지만 지금은 아무도 남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2006년 데뷔한 빅뱅은 2021년 사업보고서까지만 해도 전속계약 현황 상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에는 지드래곤이라 불리는 권지용씨만 남았다. 그러다 올 상반기 보고서에는 그마저도 사라졌다.
다시 말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월드투어를 돌 만한, 이를 통해 YG엔터테인먼트가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며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도록 이끄는 강력한 아티스트가 크게 줄었다는 의미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YG엔터테인먼트가 신인그룹의 흥행 실패로 유의미한 라인업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메인 아티스트의 재계약 불발, 악성 이슈가 발생하며 고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YG엔터테인먼트는 주요 아티스트와 장기계약에 잇달에 고전하고 있다는 관측에 대해 선을 그었다. YG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2NE1은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이며 빅뱅은 아주 오랫동안 YG엔터테인먼트와 좋은 관계를 맺으며 협력해왔다”며 “YG엔터테인먼트가 메인 아티스트와 재계약에 잇달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관측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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