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계열 VC 톺아보기]CVC→신한금융 창투사, 전천후 투자사 변신 '현재진행형'④두산 신사업 발굴 첨병→토탈 투자 금융사…시너지본부, 계열사 인물 대거 합류 '눈길'
김진현 기자공개 2023-10-24 09:31:10
[편집자주]
2017년까지만 해도 은행 계열 벤처캐피탈(VC)은 KB인베스트먼트 한 곳에 불과했다. 2018년부터 금융지주사가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VC를 신규로 설립하거나 M&A에 나섰다. 올해 우리금융지주가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하면서 주요 금융지주사는 모두 VC를 계열사로 거느리게 됐다. 금융지주 산하 VC는 은행이라는 강력한 계열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AUM을 키워나가며 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더벨은 약진하고 있는 은행 계열 VC의 성장 전략과 차별화 포인트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9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벤처투자의 전신은 인수·합병(M&A) 전문회사로 설립된 네오플럭스다. 1998년 두산이 오비맥주를 1조원 가량에 매각한 뒤 신사업 발굴을 위해 2000년 네오플럭스를 설립했다. 네오플럭스는 2020년 신한금융그룹 품에 안긴 뒤 벤처생태계 육성에 초점을 두고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 색채가 더욱 짙어졌다.특히 그룹 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과의 연계를 통한 전략적 투자(SI) 목적의 펀드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신한금융그룹은 2015년 국내 은행권 최초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신한퓨처스랩'을 출범했다. 2020년에는 혁신생태 생태계 구축을 위한 '신한Triple-K Project'의 일환으로 혁신성장 플랫폼 지원 사업 '신한스퀘어브릿지'를 출범했다.
신한벤처투자는 올해 시너지투자본부라는 신설 조직을 설립하고 그룹 계열사 인력을 포진시켰다. 금융지주 산하 KB인베스트먼트, 하나인베스트먼트 등과 비교할 때 이러한 성격의 조직을 꾸린 곳은 신한벤처투자가 유일하다.
◇두산 '씽크탱크' 네오플럭스, 신한 그룹 품 안긴 후 SI 투자 '일원화'
신한금융그룹은 네오플럭스 인수 후 초기부터 후기까지 전생애주기(life cycle)를 아우를 수 있는 투자 밸류 체인을 완성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네오플럭스가 모험자본 투자 외에도 컨설팅, M&A,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주력으로 삼았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네오플럭스는 2000년 설립됐다. 당시 ㈜두산이 설립한 네오플럭스캐피탈이 전신이다. 당시 두산 대표이사였던 박용만 전 두산그룹회장의 주도로 설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대표와 네오플럭스 회장직을 겸하고 초대 대표로 기획예산처 국장 출신인 정지택 ㈜두산 사장과 맥킨지 출신 한국인 파트너였던 김용성 전 대표를 앉혀 네오플럭스를 출범했다.
자본금 100억원 규모로 설립된 네오플럭스캐피탈은 창업투자회사였으나 사실상 두산 그룹의 씽크탱크 역할을 했다. 초기부터 기업구조조정, M&A자문, 컨설팅 등에 강점이 있었다. 업계에서는 두산 그룹의 중대형 M&A 딜 막후에는 네오플럭스가 있었다고 말한다. 두산그룹이 한국중공업, 고려산업개발, 대우종합기계 등 인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네오플럭스 컨설팅 인력의 공로가 컸다고 한다.
네오플럭스의 성격이 변한건 2012년 이후다. 금산분리 작업의 일환으로 네오플럭스의 컨설팅 부문을 떼어내 네오밸류 신설법인을 설립하면서 네오플럭스는 순수한 의미의 창업투자회사가 됐다. 다만 여전히 VC 투자 보다는 PE 투자에 강점이 있는 하우스로 업계에 각인돼 있었다.
네오플럭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그 색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실제로 당시엔 펀드 사이즈도 PEF가 더 컸었다. 네오플럭스는 1800억원 규모의 'KTC NP Growth 2011의2호 사모투자전문회사', 2000억원 규모의 '네오플럭스제1호' 등 펀드를 운용하며 펌텍코리아, 코미코, 바디프랜드 등에 투자했다.
신한금융그룹은 네오플럭스를 인수한 지 3년이 됐다. 신한금융그룹이 VC를 인수한 목적이 가장 명확히 드러나는 조직이 신설된 시너지투자본부다. 신한금융그룹은 시너지투자본부를 통해 신한그룹 내 SI 투자 목적의 펀드를 결성, 운용할 방침이다.
시너지투자본부는 신한캐피탈의 SI 투자 역할과 동일한 역할을 신한벤처투자 내에서 담당하는 조직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올해 초 신한캐피탈 운용 SI 펀드를 신한벤처투자로 이관하려 했다. 해당 펀드를 운용할 조직으로 시너지본부를 설립한 것이다.
펀드 이관 구상은 신한벤처투자의 운용자산(AUM) 규모를 키우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기본적으론 계열사간 업무 중복을 피하기 위한 선택으로로 해석된다. 창구를 통일해 벤처투자 전문 회사가 직접 딜을 검토하고 투자하도록 하게 한 것이다.
◇신한벤처, SI 펀드 운용 조직 구축 '눈길'
시너지투자본부는 은행 계열 VC 중 신한벤처투자만의 독특한 조직이다. 현재 4대 금융지주 계열 VC 중에선 신한벤처투자만 이러한 조직을 갖추고 있다. 지주 산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퓨처스랩과 신한스퀘어브릿지와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를 염두하고 조직을 꾸린 셈이다.
신한벤처투자의 시너지본부는 그룹 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뿐 아니라 신한은행, 신한투자증권, 신한캐피탈 및 GIB 사업부문 등 그룹의 주요 사업라인과 함께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도 방점을 찍고 펀드를 운용할 계획이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네오플럭스 인수 당시 "신한금융은 이번 인수를 통해 유망 벤처기업의 창업 초기부터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하는 전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토탈 투자금융 서비스 체계를 완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한벤처투자의 시너지투자본부는 신한은행 출신의 정학진 전무가 총괄하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인 그는 신한은행 중국 유한공사 총괄 등으로 재직하며 오랜 기간 중국에서 근무해온 '중국통'이다. 정 전무를 필두로 신한라이프, 신한캐피탈 출신의 이범수 부장과 신한카드, 신한캐피탈을 거친 이병곤 부장, 신한투자증권 출신의 김지원 차장이 계열사 인적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신한벤처투자에 합류했다.
이러한 조직 형태는 같은 은행 그룹 계열 VC인 KB인베스트먼트, 하나벤처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KB금융그룹은 1990년부터 KB인베스트먼트를 꾸려 벤처투자업을 해왔고 하나금융그룹 역시 2018년 하나벤처스를 설립해 처음부터 벤처 투자 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양사는 초기부터 증권사와 연계해 공동운용하는 형태로 SI 펀드를 운용해왔다.
따라서 별도의 조직 구성 없이 SI 펀드를 기존 조직 내 인력을 활용해 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KB인베스트먼트의 경우 KB증권과 공동운용(Co-GP) 하고 있는 2021년 결성된 3000억원 규모의 'KB 디지털 플랫폼 펀드'가 대표적이다. 하나벤처스의 경우에도 2021년 3000억원 규모의 SI펀드 '하나 비욘드 파이낸스 펀드'를 결성해 하나증권과 공동운용을 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네오플럭스 인수 전까지 벤처캐피탈이 없었기에 신한캐피탈을 앞세워 SI 투자 활동을 펼쳐왔다. 당시에도 신기술금융 라이선스가 있는 신한캐피탈로 SI 펀드 운용을 일원화했던 것이다. 이를 신한벤처투자 인수 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타 은행계 VC와 다른 독특한 조직 구성을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동현 신한벤처투자 대표는 "기존 네오플럭스 출신 인력과 심사역들은 주로 FI 성격의 투자를 해왔던 인물들이기 때문에 SI 성격의 투자를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우리가 가진 벤처투자 전문성과 연계할 수 있는 전문 인력들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신한벤처투자가 시너지본부를 꾸리면서 신한캐피탈의 신기술금융 사업 전략도 변화가 나타났다. 신한캐피탈은 종합여신전문금융회사로 기본적으로 여신 업무가 메인이다. 신기술금융 라이선스를 2000년대부터 보유해왔는데, 2020년 한해 동안 비약적으로 AUM이 증가했다. 신한캐피탈의 신기술금융자산 규모는 2019년 4425억원에서 2020년 5618억원, 2021년말에는 1조원을 돌파했다.
신한벤처투자가 시너지본부를 신설하고 신한캐피탈에 출자예정이던 SI펀드 예산 2700억원을 신한벤처투자로 이관하면서 신한캐피탈은 펀드 결성 전략을 외부 파트너와 공동운용(Co-GP)하는 쪽으로 변화를 줬다. 지난달 기준 신한캐피탈이 올해 결성한 Co-GP 펀드는 총 8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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