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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2023]DB손보 베트남, 보험 불모지에서 현지화 성공PTI 이어 VNI·BSH 지분 인수 성공…자동차보험 진출까지 추진

하노이(베트남)=김형석 기자공개 2023-10-30 07: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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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사의 해외사업 전략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경영 트랜드도 크게 변화하는 모습이다. 은행과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해외시장에 이식해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각 지역별로 책임자를 세워 권한을 부여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더벨은 전략의 진화를 모색하고 있는 우리 금융사들의 해외사업을 집중 조명한다. 글로벌 확장을 시도하는 금융사들의 해외 사업장을 둘러보고 글로벌 전략과 경영 노하우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9일 11: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B손해보험은 현지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국내 손해보험사다. DB손보는 현지 보험사를 인수한 뒤 한국의 노하우를 접목시켜 성장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단순히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보험 영업에 치중하는 타 손보사와는 다른 전략이다.

DB손보는 베트남 진출은 2011년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현지에 진출했던 국내 대형 손보사보다 10년 이상 늦었다.

현지 진출 후발주자였던 DB손보는 적극적인 현지 손보사 인수 전략을 세웠다. 이는 당국으로부터 법인 설립 인가를 받기까지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을 보완할 수 있다. 다른 글로벌 보험사 대비 DB손해보험의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점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적합한 매물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현지 보험사를 인수한 사례가 없었던 데다 손해율 산정 등 기초적인 데이터도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2년여간 시장조사 후 선택한 보험사는 PTI(Post&Telecommunication Insurance)였다. PTI는 당시 업계 6위권으로 기존 최대주주는 베트남 정보통신부 산하 우체국(VNPT)이었다. PTI는 직원 약 2000여명과 베트남 전역에 47개 지점망을 갖추고 있었다. 부수적인 우체국 판매소를 합치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네트워크는 1만4000개에 달했다.

DB손보는 2년에 걸친 작업 끝에 2015년 PTI 지분 37.3%를 567억원에 인수했다. DB손보는 최대주주로 올라선 뒤 지분 확대를 통한 이사회 장악에 초점을 두지 않았다. 베트남에선 외국투자자들의 총 보유지분율을 49%이내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PTI가 베트남에서 갖고 있는 경쟁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집중했다. DB손보는 새 합작 브랜드 론칭은 지양하고 PTI 브랜드를 그대로 활용한 것도 이때문이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과 방카슈랑스 제휴를 맺으며 판로를 넓혔다. 이후 국내 대기업들의 고액 계약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을 폈다. 현지 국영보험사라는 안정감에 DB손보의 서포트를 바탕으로 중간단계인 보험중개 과정을 생략했다.

그 결과 PTI 실적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PTI의 올 1분기 순이익은 22억원이다. 2018년 1분기(14억원) 대비 5년 만에 57% 증가했다.

성장성과 건전성 역시 개선되고 있다. PTI의 올해 1분기 총자산은 4883억원으로, 2015년(2237억원)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보험사 수익성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인 손해율은 같은 기간 5%가량 떨어졌다.

DB손보의 지분 인수 전략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올해에만 현지 9·10위권 VNI와 BSH 2개 손보사에도 투자를 결정했다. DB손보는 2015년 손보사 PTI의 지분 37%를 인수한 후 베트남 손보업계 3위 기업으로 성장시킨 경험을 토대로 3개 손보사들의 사업 역량과 시너지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PTI의 시장 점유율(수입보험료 기준)은 9.1%다. BSH(4.4%)와 VNI(4.1%)의 점유율을 단순 합산하면 DB손보의 현지 시장점유율은 17.6%에 달한다. 이는 점유율 1위사인 PVI(14.5%)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DB손보가 현재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자동차보험이다. 베트남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자동차 보급수가 늘어나는 것을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자동차보험은 외형 성장 기여도가 크지만 돈이 되는 상품은 아니다. 특히 현지 은행은 자동차보험 판매 시 많게는 70%에 이르는 방카슈랑스 수수료를 떼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DB손보는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자동차보험(60%)과 기업재물보험(15%), 건강보험(25%) 등으로 균형을 맞출 계획이다. 현재는 자동차보험이 85%, 기업재물보험이 15% 정도다.

김강욱 DB손보 법인장은 "DB손보가 현지 보험사 인수 전략을 펼 수 있던 데에는 본사의 적극적인 지원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며 "향후에도 단순한 국내 기업보험 판매가 아닌 현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친 현지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베트남이 빠르게 경제성장을 하면서 자동차 보유대수도 늘어나고 있다"며 "자동차보험을 통해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다른 수익성 보험상품 판매에도 활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베트남 현지 PTI 영업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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