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투자기업]주주배정 유증 추진 애니젠, '손바뀜' 병행되나최대주주 김재일 대표, 청약 미참여·지분율 하락 불가피
구혜린 기자공개 2023-10-24 09:30:22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0일 13: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의약품 펩타이드 소재사 애니젠이 최근 추진 중인 유상증자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최대주주인 김재일 애니젠 대표는 이번 유상증자에 기존 보유 지분을 매각하고 청약에 참여할 수 있단 단서를 달았다. 다만 매각차익에 대한 40%의 세금을 부담해야 하므로 이는 구조상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유상증자 후 지분율이 12%까지 하락함에 따라 제3자의 실권주 인수로 손바뀜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애니젠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181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발행신주는 총 141만주이며 예정 발행가액은 1만2820원이다. 구주주 청약은 12월 13일과 14일 양일간 진행되며 납입일은 같은 달 21일이다. 최종 실권주는 주관사인 신한투자증권이 모두 인수한다.
최대주주인 김재일 대표가 계획하고 있는 유상증자 참여율은 최대 50%로 기재됐다. 애니젠은 벤처캐피탈(VC)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최근 전환사채(CB)를 전환함에 따라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전환 이후 기준으로 김재일 대표의 보유주식 수는 94만2710주, 지분율은 15.90% 수준이다. 김 대표가 계획대로 청약에 참여한다면 유상증자 후 보유주식은 105만4837주로 늘어난다. 예정 발행가액 기준 약 14억원이 필요하다.
김 대표는 청약 참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단서도 달았다. 증권신고서에는 '최대주주의 청약 참여 자금은 기존 보유주식을 매각해 마련할 예정이며 현재로서는 매각할 주식의 수는 정해진 바 없다'고 기재돼 있다. 구주주 청약 일정이 다가오기 전 예상 신주발행가 대비 주가가 높은 상태라면, 해당 가격에 지분을 팔아 자금을 확보하고 약속대로 청약에 참여해 지금의 지배력을 지키겠단 얘기로 풀이된다.
다만 이는 구조상 불가능에 가깝다. 김 대표는 애니젠 설립과 동시에 1주당 500원에 지분을 취득했다. 최근 애니젠의 주가는 유상증자 계획 공시 이후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신주 예상 발행가 대비 훨씬 높은 1만5000원선을 형성한 상태다. 김 대표가 일부 지분을 이 가격에 매각한다면 대주주 양도소득세가 적용돼 매도차액인 1만4500원에 대한 40%를 세금으로 토해내야 한다. 김 대표가 세금도 납부하면서 넉넉히 차익을 확보하고 청약에 참여하려면 애니젠의 주가는 2만4000원 이상으로 형성돼야 한다.
김재일 대표의 이번 유상증자 참여율이 0%를 기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주관사인 신한투자증권이 유상증자 이후의 지분율 변동 시뮬레이션 표에 김 대표의 비청약을 가정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유상증자에 아예 참여하지 않을 경우 그의 지분율은 12.85% 수준으로 하락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애니젠의 최대주주 손바뀜이 정해진 수순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재일 대표를 제외하면 상당수의 신주를 배정받을 수 있는 기존 주주는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뿐이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최근 애니젠 기존 보유 물량도 매각해 10억원의 차익을 얻었으며 나머지 지분도 청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주주다. 신주 141만주가 일반공모 청약으로 넘어간다면 시장에서 이 지분의 상당수를 확보하는 주주는 단숨에 김 대표의 지분율을 위협할 위치에 오를 수 있다.
당초 인수인을 담당하는 주관사가 최대주주의 청약 참여가 지나치게 미온적인 증자 건을 맡았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단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최대주주의 지배력 약화 및 적대적 인수합병(M&A)가 예상될 경우 일반 청약은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유상증자가 흥행에 실패한다면 신한투자증권은 애니젠의 실권주를 모두 인수해야 한다. 이에 주관사는 기업실사 및 내부 위원회를 거쳐 투자위험을 검토하고 인수인을 맡는다.
올해들어 두 번째 경영권 분쟁이 불거짐에 따라 애니젠의 신주 발행가는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투자(IB) 업계 관계자는 "김재일 대표가 개인적인 자금난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회사와 주관사가 이를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유상증자 계획을 세웠다면 기대하고 있는 그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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