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투자풀 지각변동]기재부 24년만에 룰 변경 이유 '수의계약 리스크'①2012년 복수 주간사 도입 후 최초 동시 입찰…작년 수요예측 결과 '썰렁'
구혜린 기자공개 2025-05-15 14:46:42
[편집자주]
연기금투자풀 운용은 까다롭고 보수가 낮지만, 70조원 자금을 굴린다는 점에서 국내 자산운용사들에게 '명예의 전당'으로 인정된다. 올해로 '25돌'을 맞은 투자풀은 대변혁을 앞두고 있다. 그간 통합펀드를 운용하는 주간운용사 자격은 자산운용사에게만 주어졌으나, 증권사에게도 개방되면서다. 더벨은 연기금투자풀 제도의 변화 배경과 이를 둘러싼 업계의 다양한 이슈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08일 08시3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획재정부가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선정 룰에 변화를 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001년 실행 후 약 24년 만에 국내 자산운용사뿐만 아니라 증권사도 주간운용사가 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면서다. 그간 제도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지만 올해 제도 개편이 이뤄질 줄은 어느 사업자도 알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온다.배경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오가고 있으나, 2025년이 특수한 해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올해는 정부가 복수 주간운용사 체제를 도입한 이래 2곳 주간사를 동시에 입찰하는 최초의 해다. 종합자산운용사 OCIO 중에서는 삼성과 미래에셋에 맞설 만한 곳이 사실상 없기에 '수의계약 부담'을 덜고자 증권사를 경쟁구도에 포함했다는 분석이다.
◇주간운용사 제도, '삼성 독주' 속 두 번째 변화
연기금투자풀은 4대 연금을 제외한 나머지 연기금을 모아 운용하는 제도다. 지난 2000년 기획재정부는 62개 기금에 대한 운용 평가를 진행한 결과 자산운용 정책이 부재하고 담당인력의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점에 착안해 2001년 8월 연기금투자풀 제도를 도입했다. 다수의 기금들이 투자풀에 돈을 맡기면 이를 풀링(pooling)해 통합펀드로 운용, 규모의 경제 효과에 따른 기금 운용의 수익성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
연기금투자풀 도입 이후 주간운용사 선정 입찰은 총 9차례 진행됐다. 주간운용사는 투자풀에 포함된 100여개 기관들에 니즈를 파악하고 이에 맞춰 통합펀드를 운용하는 역할을 맡는다. MMF, 주식, 채권, 리츠 등 상품 운용에 강점을 지닌 다수의 개별운용사(하위운용사)에 자금을 분배해 펀드오브펀드 형태로 통합펀드를 운용한다. 삼성자산운용은 연기금투자풀 도입 후 현재까지 6연속 주간운용사 자리를 수성했다.
주간운용사 제도는 2012년 큰 변화를 맞았다. 삼성의 독주가 이어지던 가운데 정부가 복수 주간운용사 체제를 도입하면서다. 당시 감사원 감사에 따라 삼성자산운용이 연평균 5000여억원 규모를 하위운용사에 위탁하지 않고 직접 운용했으며 펀드간 자전거래를 한 점, 기재부가 직접운용 자산을 성과평가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단일 기관에 위탁을 맡기는 데 대한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는 또다른 이유로 주목받고 있다. 사업자 종류가 다양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정부는 지난 2월12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연기금투자풀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증권사도 자본시장법상 일반사모집합투자업 등록을 거친 경우 주간운용사로 참여 가능하게 개선한다는 내용이다. 증권사에 적용 가능한 정량평가 기준을 마련한 뒤 업계 구분 없이 상위 2개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톱2'에 맞설 운용사 전무…지원의사 밝힌 NH증권
기재부는 2025년 주간운용사 입찰을 두고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맡고 있는 2곳 주간운용사 자리를 동시에 재선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복수 주간운용사 체제를 도입한 2012년 이래 현재까지 2곳의 주간운용사를 동시에 입찰한 적은 한 차례도 없다. 2012년 삼성자산운용이 3연속 주간운용사로 선정된 직후 복수 체제가 도입됨에 따라 2곳 운용사 입찰 작업에는 약 1년간의 격차가 있었다.
운용업계 '톱2' 운용사가 수성하고 있는 가운데 도전장을 낼 만한 운용사가 있을까. 지난해 기재부는 일종의 수요예측을 위해 자산운용사들을를 대상으로 서베이를 실시했다. 결과는 기대보다도 처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제외한 종합자산운용사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으며 일부는 '전담운용인력 규모 조건을 완화해 줄 경우 지원하겠다'는 등의 조건부 응찰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단독응찰에 따른 수의계약은 기재부에 불편한 상황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만이 응찰해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으면 유찰 및 수의계약으로 이어진다. 연기금투자풀이 도입된 후 9차례 주간운용사 입찰이 진행됐으나,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러나 여러 차례 주간운용사 자리에 도전했던 신한, 한화, KB, 한국투자신탁운용이 OCIO 사업을 접거나 대폭 축소하면서 더는 경쟁구도가 성립되지 않게 된 형국이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무혈입성이 불보듯 뻔한 가운데 기재부에 접촉한 사업자가 있었다. NH투자증권이다. NH투자증권 OCIO 사업본부는 주택기금, 한국거래소기금 등 다수의 사업성 기금을 운용하면서 경쟁력을 키워왔다. 이를 기반으로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자리에도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은 증권사 중 OCIO 사업에 가장 의욕적으로 도전해온 곳"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의 지원 희망은 '수의계약 리스크' 부담을 지고 있던 기재부에 한 옵션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만약 이번 입찰에서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경쟁 없이 수의계약을 진행하게 된다면 향후 감사원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라며 "증권사도 꾸준히 지원의사를 밝혀온 상황에서 '기재부가 운용사 편만 들어줬다'는 비판을 받을 리스크도 염두에 뒀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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