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 1년, 증권사 PF 전략은]현대차증권, '운용형 딜'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⑪부동산 PF 신용공여 축소, 시딩북 규모는 유지
이재빈 기자공개 2023-10-26 13:09:15
[편집자주]
레고랜드 사태가 발발한지 1년이 지났다. 최고 신용등급을 지닌 ABCP의 EOD 소식이 PF 시장의 침체를 야기한 트리거가 됐다. 유동화가 진척되지 않자 곳곳에서 프로젝트가 좌초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PF 시장의 큰손으로 통하는 증권사들은 리스크 관리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관리 측면에서 변화의 바람도 컸다. 사업·지역에 따라 별도 지침을 확립하고 제한된 선에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주요 증권사들의 PF 전략은 어떤 변화를 맞이했는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5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증권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에도 시딩북 규모는 유지했다. 아울러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운용형 딜' 비중을 확대한 게 눈에 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변동성 최소화에 힘을 쏟은 영향으로 보인다. 그에 걸맞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용공여 규모는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부동산 PF 업무 담당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3개 투자은행(IB) 본부가 수행한다. 다만 일부 관리자의 '급'을 높여 리스크 관리를 보다 강화한 모양새다. 특히 리스크 관리를 최고경영자(CEO) 직속 리스크관리실이 맡는다는 점이 주목된다. 리스크관리위원회에는 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참여한다.
◇시딩북 규모 유지 선택… PF 신용공여는 30% 가까이 축소
현대차증권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에도 PF 부문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시딩북 규모를 유지했다. 시장 환경이 비우호적이지만 우량한 딜 위주로 투자한다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 운용했다.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는 물류센터와 오피스 등 임대가능 자산 중심으로 구성되는 운용형 딜이 확대됐다. 운용형 딜은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한 미분양 리스크가 존재하는 분양형 딜과 달리 침체 국면에서도 실적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요 운용형 딜로는 서울 광화문 뉴국제호텔 리모델링 사업이 있다. GRE파트너스가 펀드를 조성해 뉴국제호텔을 매입한 후 오피스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리모델링 후 용적률은 993%다. 현대차증권은 GRE파트너스가 조성한 펀드에 출자했다.
서울 구로구 쌍용차 부지 매각도 주요 딜이다. 지식산업센터 개발을 추진하고 있던 PIA가 대륭그룹에 부지를 매각하면서 출자 및 브릿지론을 제공했던 현대차증권도 투자금을 회수하고 수익을 창출했다. 앞서 현대차증권은 2020년 구로역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의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에 직접 출자한 바 있다. 이후 2020년과 2021년 두차례에 걸쳐 각각 1800억원, 19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주선했다.
신용공여액은 레고랜드 이전 대비 감소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7729억원이었던 현대차증권의 부동산 PF 신용공여 규모는 올해 3분기말 5591억원을 기록했다. 1년새 신용공여 규모를 2138억원(27.66%)이나 줄였다.
9월말 기준으로 현대차 증권이 공여한 신용 가운데 30.35%에 해당하는 1697억원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사업지로 집계됐다. 기준을 확대해 보면 전체 신용공여 규모의 53.60%인 2997억원이 시평 30위 이내 시공사 사업지에 제공됐다. 시평 30위 밖 건설사 사업지에 투입된 신용은 2085억원, 시공사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업지는 509억원으로 나타났다.
◇PF 1·2·3본부 경쟁 체제…CEO 직속 리스크관리실이 사후관리
PF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로도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일부 담당자의 승진이 이뤄졌다. PF 1·2·3본부가 담당이다. 1본부는 부동산투자실장을 역임했던 김태산 전무가 본부장으로 승진해 총괄하고 있다. 2본부는 SF실장 출신 강덕범 전무가, 3본부는 투자금융실장을 지낸 정재필 전무가 수장을 맡았다. 2본부는 PF 업무와 함께 기업금융 업무도 겸업한다.
현대차증권 부동산 PF 부문의 특징은 대부분의 임원들이 10년 이상 손발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김 전무와 강 전무는 2010년부터, 정 전무는 2012년부터 현대차증권에서 근무하는 중이다. 이들과 손발을 맞추고 있는 상무급 임원들도 재직 기간이 10년을 상회한다. 박기석 프로젝트금융실장(상무)은 2012년, 노경선 SF실장(상무)은 2010년, 김경환 투자금융실장(상무)은 2013년 현대차증권에 합류했다. 상대적으로 합류 시점이 늦은 김태훈 구조화금융실장(상무)도 2018년 합류해 5년 이상 손발을 맞췄다.
리스크관리실은 CEO 직속으로 배치돼 독립적인 운용을 보장받는다. 구조화금융실장을 역임한 배해원 상무가 수장을 맡고 있다. 산하에는 리스크관리팀과 심사팀이 자리해 사전 및 사후 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이사회 산하 리스크 관련 조직으로는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자리한다. 최병철 대표를 비롯해 CFO를 맡고 있는 도신규 전무가 위원으로 참석한다. 위원회는 리스크에 대한 종합 정책수립과 리스크의 총괄적인 감독기능을 수행한다.
현대차증권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딜 참여 여부를 결정할 때 구조적 안정성을 중점적으로 검토했다. 주요 검토 항목은 시공사 시공능력 및 신용보강 여부와 시행주체의 사업추진 능력 및 자금 상황 등이다. 이를 통해 채권 보전 가능성이 높은 우량 딜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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