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플래닛은 지금] SKT에서 독립 13년차, 철저한 비용관리로 만든 장마 뒤 맑음①적자 전환 이후 과감한 분사·영업비용 관리, 3년 연속 흑자로 재출발
이민우 기자공개 2023-10-27 13:07:34
[편집자주]
SK플래닛이 플랫폼 사업을 품고 SKT에서 독립한 지 어느덧 13년 차를 맞았다. 사업 규모와 구조는 병합과 분할, 재무개선을 거치며 초기 대비 크게 변화됐다. 하지만 출범 당시 내세웠던 중장기 사업성, 잠재력 발굴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는 여전하다. 플랫폼과 커머스를 거쳐 블록체인 등 웹3 산업에도 손을 뻗고 있는 SK플래닛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5일 0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플래닛은 출범 당시 모기업 SKT에서 진행했던 플랫폼과 각종 신사업 등을 자회사로 품고 나왔다. 경직된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높은 성장성을 가진 차세대 먹거리를 육성하고, 디지털 시장 변혁에 기민하게 대응하려는 의도였다. 장미빛 기대를 품고 출발했던 SK플래닛은 출범년도 포함 4연속 흑자를 거뒀으나, 지속적인 영업이익 축소를 겪었고 이내 5년 간 적자에 빠졌다.위기를 맞은 SK플래닛은 자구책으로 그간 막대했던 영업비용 덜어내기에 돌입했다. 비대했던 일부 사업을 매각했고, 이어 자산과 실적의 상당부분을 차지한 11번가도 인적분할해 분기점을 마련했다. 관련 합작법인까지 처리한 SK플래닛은 2020년 3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기업으로 재출발했다. 이후로도 철저한 영업비용 관리를 이어가며 3년 연속 흑자를 올리는 중이다.
◇기대 품고 독립한 ‘플랫폼·신사업 꿈’, 2015년부터 5년 적자 시작
SK플래닛은 SK커뮤니케이션즈와 11번가, T맵 등을 들고 2011년 SKT에서 분사했다. 출범 의도는 높은 잠재력을 평가 받은 플랫폼 사업을 독립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함이었다. 더불어 당시는 통신 사업 수익에 대한 불안감과 스마트폰 확산에 이은 인터넷 시장의 빠른 변혁이 대두됐었다. 이에 대응해 유연한 체계 아래서 신규 성장 동력을 발굴하려는 SKT, SK그룹의 복안도 포함돼 있었다.
출범 직후 SK플래닛은 2011년 포함 4년 연속 흑자를 거뒀다. 하지만 2015년부터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SK플래닛 영업손실에 대한 불안감은 흑자 시기에도 업계 내외서 고조됐던 문제였다. 매출은 늘었으나 SKT와의 연결을 제외하면 뚜렷하게 독립된 사업을 보여주지 못했고, 기대를 받았던 SK커뮤니케이션즈도 대표 서비스인 네이트온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메신저 시장의 중심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면서, 카카오톡 이용이 급상승해 네이트온이 점유율 상당부분을 깎아먹었다”며 “네이트온은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SKT의 문자 사업을 침해할 우려가 존재하다보니, 신속한 모바일 전환이 어려웠고 이에 성장에 정체를 겪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매출 증가보다 영업비용 규모가 더 늘며, SK플래닛의 영업손실은 현실화 됐다. 2012년 1조원이었던 SK플래닛의 연결기준 영업비용은 출범 초기 마지막 흑자를 봤던 2014년 1조5000억원 이상으로 불었다. 2015년에는 1조6300억원까지 늘었다. 핵심 사업체 중 하나인 이커머스 기업 11번가의 마케팅 비용 증가 등이 주요한 영업비용 확대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SK플래닛의 영업이익은 2012년 261억원에서 이듬해 130억원 수준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이후 2014년에는 87억원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일부 자회사들을 매각 등으로 정리하고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2016년에는 영업손실이 3650억원 이상 발생했다. 전년의 60억원 규모에서 60배 넘게 적자가 심화됐다.
◇11번가 분사 등으로 마련한 분기점, 최근 3개 사업년도 흑자 영업익 27억원까지 회복
SK플래닛은 실적 적자를 경험한 이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가장 집중했던 것은 영업비용의 축소였다. 영업손실이 모기업인 SKT에도 영향을 주고 있었던 만큼, 당장의 흑자전환은 무리여도 적자 수준을 줄이는 것이 시급했던 탓이다. 이를 위해 시럽애드 등 일부 사업을 떼어 시장에 매각했고, 방만했던 11번가의 고객 제공 쿠폰 발행비용 구조도 손봐 등 효율성에 개선에 집중했다.
이어 2018년 단행된 11번가 인적분할은 SK플래닛의 실적 구조와 영업비용을 크게 탈바꿈시키는 효과를 가져다 줬다. 인적분할은 신생 법인이 기존 법인의 자회사 형태로 탄생하는 물적 분할과 달리, 양 측이 각각 별도 법인으로 독립되게 된다. 신설 법인으로 탄생한 11번가의 최대주주는 SKT가 되는 만큼, SK플래닛 외형은 줄지만 덕분에 영업비용도 크게 덜어졌다.
11번가와 분리된 이후 SK플래닛의 총 자산은 2018년 말 7542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배 이상 줄었다. 같은 비교 기간 동안 매출과 영업비용은 각각 9916억원에서 2260억원으로, 1조2413억원에서 4186억원으로 감소했다. 기존 영업비용 중 66% 이상이 11번가 분사 이후 제거된 셈이다. 더군다나 이커머스는 사업 특성상 영업비용을 일정 수준까지 낮추긴 어렵다. 이를 고려하면 SK플래닛은 11번가 분리를 통해 단순 재무상 수치 이상으로 실적 개선에 큰 분기점을 마련하게 됐다.
이어 2019년에는 헬로네이처 보유 지분 전량인 약 28만주를 분사했던 11번가에 넘겼다. 헬로네이처는 BGF리테일과 합작해 세운 신선식품배송 법인이다. 사실상 직접적인 커머스 관련 사업에서 모두 손을 뗀 셈인데, 이런 시도를 통해 영업비용을 2019년 말 2999억원까지 낮추는데 성공했다. 1877억원에 이르렀던 막대한 용역원가를 430억원까지 줄인 것이 주효했다.
2019년을 끝으로 매출과 영업비용 간 균형이 맞춰지면서, SK플래닛은 5년만에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2020년 3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이 발생했고, 2021년에는 규모가 5억원으로 재차 늘었다. 지난해에는 27억원의 영업이익을 맛봤다. 흑자기간 동안 SK플래닛은 영업비용 규모를 2762억원, 2801억원, 2752억원으로 철저히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규모를 키웠던 지난해에는 300억원 가까이 줄인 철저한 지출 관리가 돋보인다. 2021년 181억원에 달했던 SK플래닛의 감가상각 및 무형자산상각비는 지난해 144억원으로 줄었다. 상품 등 구입비용 역시 같은 기간 41억원에서 25억원으로 감소했고, 용역원가도 500억원 수준에서 460억원으로 40억원 이상 덜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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