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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계열 VC 톺아보기]'해외 투자 35년' 우리벤처 , 동남아 영토 확장 '속도'⑤1988년 미국에 첫 거점 확보, 지주 글로벌 외연 확대 '중추' 역할 기대

양용비 기자공개 2023-11-01 08:29:49

[편집자주]

2017년까지만 해도 은행 계열 벤처캐피탈(VC)은 KB인베스트먼트 한 곳에 불과했다. 2018년부터 금융지주사가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VC를 신규로 설립하거나 M&A에 나섰다. 올해 우리금융지주가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하면서 주요 금융지주사는 모두 VC를 계열사로 거느리게 됐다. 금융지주 산하 VC는 은행이라는 강력한 계열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AUM을 키워나가며 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더벨은 약진하고 있는 은행 계열 VC의 성장 전략과 차별화 포인트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30일 14: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벤처파트너스는 최근 글로벌 투자 확대에 탄력을 가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를 통해 우리금융지주의 외연 확장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지주에서도 우리은행을 통해 출자하며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4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벤처파트너스는 국내 벤처캐피탈 가운데 가장 먼저 글로벌 투자를 시도했던 곳으로 꼽힌다. 과거 한국기술개발 시절인 198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 지역에 미주사무소를 개설하며 해외 투자에 나섰다.

이후 중국으로 투자 영역을 확장한 우리벤처파트너스는 최근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공략에 나섰다. 해외 투자를 위한 전용 펀드도 올해 내로 결성해 글로벌 투자 명가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투자 1세대, 유니콘 발굴 VC ‘정평’

우리벤처파트너스는 국내 벤처캐피탈 가운데 해외 투자 영역의 퍼스트무버로 꼽힌다. 벤처투자라는 개념 자체도 생소했던 1988년부터 해외 투자를 시작했다. 1988년 설립한 미주사무소는 정보기술(IT) 붐이 한창이던 2000년에 ‘KTB벤처스’라는 법인으로 전환했다.

이후 2006년에는 중국으로 투자 영역을 확대했다. 현지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상하이에 사무소를 열었다. 상하이 사무소 개소는 과감한 결정이었다는 평가다. 당시 큰 시장을 갖춘 중국에 대해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당시 중국에 직접 투자하는 곳이 거의 없었던 만큼 국내 벤처캐피탈이 진출하기엔 철저한 시장 파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무도 도전하지 않았던 해외 벤처 투자 시장을 빠르게 개척해 뚜렷한 성과를 내왔다.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발굴해 투자한 기업들 중에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으로 성장한 곳도 상당하다.

미국의 몰로코(애드테크)와 버클리라이츠(바이오 장비), 중국의 샤오펑모터스(전기차) 등이 우리벤처파트너스 해외 투자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3개 기업 모두 이미 유니콘 뿔을 단 기업들이다. 버클리라이츠와 샤오펑모터스는 미국 증시에 상장했고 몰로코도 나스닥 입성을 추진하고 있다.

버클리라이츠는 KTB네트워크 시절인 2018년 5월 522만달러(약 56억원)를 베팅한 기업이다. 2011년 설립된 버클리라이츠는 생물 세포에서 질병치료에 필요한 바이러스나 항체를 발견할 수 있도록 각종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한다. 투자 2년 후인 2020년 7월 나스닥 상장으로 110% 이상의 수익으로 엑시트에 성공했다.

중국 전기차 기업 샤오펑모터스도 잭팟을 터뜨린 글로벌 포트폴리오다. 2019년 471만달러(약 56억원)를 투자했다. 2020년 8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샤오펑모터스는 이후 니오, 리오토 등과 함께 ‘중국 전기차 3대장’으로 각광받았다. 상장 이후 샤오펑모터스에 투입된 원금 56억원은 약 4.9배나 불어서 우리벤처파트너스에 돌아왔다.

몰로코는 우리벤처파트너스 글로벌 투자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다. 몰로코는 유튜브, 구글 출신의 한국인 안익진 대표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2013년 창업한 애드테크 스타트업이다. 머신러닝 기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특화 광고 플랫폼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아마존, 틱톡, 메타 등이 주요 고객사다.

우리벤처파트너스가 초기에 43억원을 투자한 몰로코는 내년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상장을 하기 전이지만 회수를 진행하면서 30배가 넘는 차익을 남겼다. 구주 매각 당시 몰로코의 밸류에이션은 약 4조원 수준이었다.


◇웹3.0·딥테크·바이오·헬스케어 ‘겨냥’, 동남아도 정조준

우리벤처파트너스는 우리금융지주의 글로벌 외연 확장 과정에서 해외 투자 관련 협업에 참여한다. 이를 위해 최근 해외 투자에 방점을 찍을 펀드레이징에 착수했다. 결성 중인 조합은 글로벌 전략투자 펀드다.

글로벌 전략 투자 펀드는 우리금융지주 차원에서 주요 계열사들이 출자자로 참여한다. 이미 우리은행에서 5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지주와 사업적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해 결성하고 있다.

우리벤처파트너스는 올해 말까지 펀드를 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소 8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 규모로 만들 예정이다. 해당 재원으로 중점적으로 들여다 보려는 영역은 웹3.0와 딥테크, 바이오, 헬스케어 등 4개 영역이다.

최근 투자 보다는 회수에 집중하는 중국을 제외하고 북미나 동남아시아 유망 기업들을 발굴하겠다는 요량이다. 4개 분야의 글로벌 딜 소싱을 위해 이미 북미와 싱가포르 등 현지 투자사와 협업 채비도 마쳤다.

웹3.0 영역에서 글로벌 새싹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싱가포르 파트너인 블록체인 파운더스 펀드에 출자를 단행했다. 블록체인 파운더스 펀드는 싱가포르에 위치한 웹3.0 전문 벤처캐피탈이다. 미국의 딥테크,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펀드에도 출자자(LP)로 참여하면서 현지 유망기업들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에 이어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네시아 현지 벤처캐피탈과도 맞손을 잡았다. 현지 벤처캐피탈인 AC벤처스의 펀드에 출자해 현지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시장이 크고 인적 자원이 크다고 판단해 현지 벤처펀드에 출자하면서 동태를 파악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우리벤처파트너스는 이같은 네트워크를 통해 아시아 시장 전반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싱가포르, 인도, 타이완에서는 딥테크 기업을 두루 살펴보고 있다. 특히 타이완 지역에서는 반도체 관련 기업들을 주목하고 있다.

우리벤처파트너스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에 자본이 많이 몰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엑시트 시장이 약점인 만큼 큰 딜보단 작은 딜로 회전율을 높이고자 한다”며 “인도네시아의 경우 펀드레이징 기지로서 Co-GP 할만한 곳이 많아 전략적 가치가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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