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계열 VC 톺아보기]'모험자본 출범 꼴찌' 우리금융의 선택은 '역사와 전통'①'1세대 벤처캐피탈' 우리벤처와 '민영화' 닮은꼴…임종룡, 초기 기업금융 강화 주문
양용비 기자공개 2023-10-25 08:09:37
[편집자주]
2017년까지만 해도 은행 계열 벤처캐피탈(VC)은 KB인베스트먼트 한 곳에 불과했다. 2018년부터 금융지주사가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VC를 신규로 설립하거나 M&A에 나섰다. 올해 우리금융지주가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하면서 주요 금융지주사는 모두 VC를 계열사로 거느리게 됐다. 금융지주 산하 VC는 은행이라는 강력한 계열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AUM을 키워나가며 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더벨은 약진하고 있는 은행 계열 VC의 성장 전략과 차별화 포인트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4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벤처파트너스는 올해 우리금융지주 계열로 편입했다. 5대 은행지주 벤처캐피탈(VC) 가운데 가장 늦게 출범한 곳이지만 출발 자체가 늦은 곳은 아니다. 우리벤처파트너스에는 ‘1세대 벤처캐피탈’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우리벤처파트너스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면 그 시작이 4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81년 공기업에서 시작한 이후 민영화를 거쳐 2010년 KTB네트워크로 꽃을 피웠다. 지난해 다올인베스트먼트로 간판을 바꿔단 이후 우리벤처파트너스로 거듭나는 동안 국내 벤처캐피탈업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120년 역사를 가진 우리금융지주는 40년 전통의 우리벤처파트너스를 품으면서 새로운 백년대계를 위한 엔진을 얻었다. 우리벤처파트너스를 통해 유망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해 초기 기업금융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124년+42년 역사 속 ‘민영화’ 교집합
124년 전통의 우리은행과 42년 세월의 우리벤처파트너스는 각각 국내 금융, 벤처캐피탈의 산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다 국내 금융업과 벤처캐피탈의 대표격이다. 우리은행과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역사 또한 많이 닮아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그 발자취에서 변화가 많았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특히 우리은행과 우리벤처파트너스 모두 민영화를 거쳤다는 공통 분모도 갖고 있다. 우리은행의 시작은 민간이었지만 1990년말 국영화되는 과정을 거쳤다.
우리은행의 시초는 1899년 1월 설립된 대한천일은행이다. 대한제국의 황실 자금과 조선 상인들의 자본으로 설립된 은행이다. 조선 상인들이 외세 자본에 대응하기 위해 고종 황제의 허락을 받아 출범했다.
대한천일은행은 경술국치 이후 조선상업은행으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엔 다시 한국상업은행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1999년에는 IMF 여파로 정부 주도하에 한일은행과 합병해 한빛은행이 되면서 국영화됐다.
2002년 평화은행과 합병하며 우리은행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17년 뒤인 2019년 예금보험공사가 가지고 있던 우리은행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우리은행은 다시 민영화됐다. 3세기 동안 대한민국 금융을 지탱한 우리은행은 민영기업으로 시작해 국영화, 민영화를 반복했다.
우리벤처파트너스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우리벤처파트너스는 공기업으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민간자금으로 출범한 우리은행과는 차이가 있다.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시초는 1981년 설립된 한국기술개발(KTB)이다.
한국기술개발은 당시 정부가 국내 기업의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기업이다. 과학기술처 산하 국영기업이었다. 1987년 신기술사업금융회사로 등록한 이후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성장 역사와 함께하며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축적했다.
한국기술개발은 1992년 한국종합기술금융으로 변경됐고 2000년에 KTB네트워크로 사명을 바꿨다. 2008년 금융위원회로부터 종합증권업 인가를 받고 KTB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벤처투자사업 부문과 기업구조조정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KTB캐피탈이 설립됐다.
KTB캐피탈은 다시 2010년 KTB네트워크로 변경됐다. 이듬해인 2011년 본격적인 투자를 위해 신기술사업금융업 면허를 반납하고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KTB네트워크는 지난해 다올인베스트먼트로 바뀌었고 우리금융지주에 편입되면서 현재 이름을 갖게 됐다.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전신인 한국기술개발이나 한국종합기술금융, KTB네트워크는 40년 역사를 거치면서 ‘VC 사관학교’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벤처캐피탈업계를 주름잡고 있는 대표 가운데 대다수가 한국기술개발, 한국종합기술금융, KTB네트워크를 거쳤다.
우리벤처파트너스를 이끌고 있는 김창규 대표는 1994년 한국종합기술금융으로 입사했다. 또 다른 은행 계열 벤처캐피탈인 KB인베스트먼트의 김종필 대표도 같은 DNA를 갖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공채 11기 출신이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을 맡았던 정성인 프리미어파트너스 대표가 바로 공채 1기다.
◇우리벤처, 우리금융 기업금융 선순환 ‘중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방문한 자회사가 우리벤처파트너스라는 점만 봐도 벤처캐피탈업에 거는 기대를 짐작할 수 있다. 방문 당시 임 회장은 은행, PE와의 협업으로 우리금융지주의 강점인 기업금융 가치 제고에 힘써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그가 언급한 은행, PE, 벤처캐피탈 연계 체계는 기업 성장 주기에 따른 구조다. 벤처캐피탈이 혁신 스타트업 등의 초기 기업들을 지원하고 PE에서 중기기업에 마중물을 붓는 형태다. 은행은 안정적으로 기업금융을 지원한다.
우리벤처파트너스가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하면 우리PE자산운용의 자금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올린다. 이후 우리은행이 안정적으로 지원한다는 이야기다. 이같은 구조 속에서 지주의 초기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존재감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우리금융지주의 그룹 순이익 중 우리은행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도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기준 우리은행의 그룹 순익 기여도는 80% 이상이다.
이는 은행의 경영 상황이 그룹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그칠 줄 모르고 올랐던 금리인상기가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은행의 입장에서도 금리 인하에 대한 대비책으로 벤처캐피탈과 PE, 은행으로 이어지는 기업금융 새 먹거리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우리벤처파트너스가 그룹 전체에 미치는 순익 기여도는 현저하게 낮겠지만 신성장동력을 활발하게 발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우리벤처파트너스 관계자는 “초기 기업금융이 활성화되면 성장 단계와 후기 단계까지 PE와 은행이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된다”며 “대기업 고객 유치는 한계가 있는 만큼 초기기업 금융을 활성화해 잠재고객을 확보한다는 측면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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