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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계열 VC 톺아보기]우리금융 다올인베 인수 노림수, '노하우·전문성' 흡수②몸값 보단 톱티어 하우스 명성 '우선 순위', '30년 한우물' 김창규 대표 '재신임' 승부수

양용비 기자공개 2023-10-26 08:23:01

[편집자주]

2017년까지만 해도 은행 계열 벤처캐피탈(VC)은 KB인베스트먼트 한 곳에 불과했다. 2018년부터 금융지주사가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VC를 신규로 설립하거나 M&A에 나섰다. 올해 우리금융지주가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하면서 주요 금융지주사는 모두 VC를 계열사로 거느리게 됐다. 금융지주 산하 VC는 은행이라는 강력한 계열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AUM을 키워나가며 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더벨은 약진하고 있는 은행 계열 VC의 성장 전략과 차별화 포인트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4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지주가 우리벤처파트너스 인수를 결정한 시기는 지난해 12월이다. 당시는 우리금융지주의 사령탑으로 손태승 전 회장(사진)이 재임하던 때였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벤처캐피탈이 없었던 만큼 손 전 회장의 인수 의지가 강했다.

벤처캐피탈이 없었던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이나 우리종금, 우리PE자산운용 등 계열사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벤처투자에 나섰다. 벤처캐피탈을 본격적인 계열사로 두고 관련 사업을 펼치겠다는 계획은 비교적 최근에 이뤄졌다.

다만 본격적인 벤처 투자를 위해서는 펀드 운용 노하우가 필요하고 전문 인력이 필요한 점을 벤처캐피탈 설립보다는 인수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벤처캐피탈 인수에 눈독을 들였던 우리금융지주는 과거 네오플럭스나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의 매각 과정에서도 잠재 인수 후보로 거론돼 왔다. 우리금융의 최종 선택은 한국 벤처캐피탈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다올인베스트였다. 우리금융은 왜 다올인베스트먼트에 베팅했을까.

◇'톱 VC' 눈독 들인 우리금융, '명가'에 과감한 베팅

지난해 40년 전통의 다올인베스트먼트가 매각을 타진한 건 당시 모회사였던 다올투자증권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증권업계 자금 경색이 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로 번지면서 다올투자증권이 핵심 자회사를 매각키로 한 것이다.

지난해 다올투자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불이행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다올투자증권은 부동산 PF 등 대체투자 분야의 금융주선 비증이 큰 증권사 가운데 한 곳으로 꼽혔다.

다올인베스트먼트가 매각을 추진하자 가장 신속하게 움직인 곳이 바로 우리금융지주였다. 2020년에도 다올인베스트먼트(당시 KTB네트워크) 인수를 타진했던 만큼 매력적인 매물이라고 판단했다. 당시에는 몸값에 대한 이견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 결국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초 경쟁자인 유진그룹을 제치고 다올인베스트먼트를 품는데 성공했다.

우리금융지주의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는 여러모로 의미가 컸다. 손 전 회장이 취임 이후 성장 동력 확대를 위해 강조해 왔던 증권사·벤처캐피탈 인수가 실현됐기 때문이다. 임기 만료가 임박했던 손 전 회장이 끝까지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를 주도한 것을 통해 우리금융지주의 벤처캐피탈을 품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다만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몸값 고평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우리금융지주가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지분 52%의 지분을 취득하면서 지불한 인수가는 2125억원이었다.

이 가격은 당시 다올인베스트먼트와 비슷한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상장 벤처캐피탈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의 가치와 비교하면 높다는 평가였다. 당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지분 52%의 가치는 각각 650억원, 1000억원 수준이었다.

이같은 몸값 고평가 논란에도 우리금융지주가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를 진행한 건 몸값보단 오랜 역사와 전통, VC 명가라는 점에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벤처캐피탈 인수를 주도했던 손 전 회장은 계열사 M&A의 키워드로 ‘중형 이상 매물’을 강조했다. 다올인베스트먼트가 1세대 벤처캐피탈로서 오랜 기간 '톱티어' 명성을 이어온 만큼 손 전 회장의 뜻과도 부합한 것으로 풀이된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는 다올인베스트먼트가 금융 공기업에서 출발한 운용사였던 만큼 금융 관련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가격보단 톱티어 벤처캐피탈이라는 점에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이 그대로 품은 자산, VC 안착의 '엔진'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3월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를 완료하면서 사명도 ‘우리벤처파트너스’로 변경했다. 올해 7월에는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지분 100%를 취득해 자회사로 편입하기도 했다.

우리벤처파트너스 운영을 본격화하면서 우리금융지주는 벤처캐피탈 시장에 진출해 빠르게 안착할 수 있게 됐다. 직접 설립하는 방식보다는 기존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을 택해 과거 다올인베스트먼트가 쌓아온 노하우와 자산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운용자산(AUM)은 1조4318억원이었다. 곧바로 투자할 수 있는 여력(드라이파우더)도 4200억원 규모였다. AUM과 드라이파우더 모두 국내 벤처캐피탈의 ‘톱10’ 수준이다.

무엇보다 벤처캐피탈업계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운용역의 고용을 그대로 승계해 투자 전문성과 노하우를 흡수했다는 점이 큰 강점으로 꼽힌다. 1994년부터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전신을 모두 경험한 김창규 대표(사진)를 포함해 KTB네트워크 시절부터 10년 이상 근무한 운용역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김 대표의 경우 1994년 한국종합기술금융으로 입사해 KTB네트워크,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시대를 모두 경험했다. 대표적인 트랙레코드는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다. KTB네트워크 재직 시절 약 22억원을 투자해 625억원을 회수했다.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5조원에 가까운 가격에 팔리면서 덩달아 27배에 달하는 투자 차익을 실현했다.

우리벤처파트너스가 출범 당시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사령탑이었던 김 대표를 재신임한 건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였다. 대주주가 변경에 따라 대표이사가 교체되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지주사 출범 이후 동양자산운용(현 우리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현 우리글로벌자산운용), 아주캐피탈(현 우리금융캐피탈), 아주저축은행(현 우리금융저축은행), 국제자산신탁(현 우리자산신탁) 등을 인수했다. 인수 이후 우리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은 각각 외부 출신 대표를 선임했다. 아주캐피탈도 지주 출신 인사를 대표로 발탁했다.

우리금융지주가 김 대표를 재신임한 건 노하우와 투자 전문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아한형제들 뿐 아니라 핀테크 기업 토스 등 유니콘 기업에 일찌감치 투자해 혜안을 입증해 왔기 때문이다.

총 6000억원에 달하는 벤처조합의 대표펀드매니저를 맡고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 펀드매니저를 변경하기 위해선 해당 펀드 출자자(LP)의 전원 동의가 필요하다. 그가 대표펀드매니저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주요 벤처조합은 △KTBN 7호 벤처투자조합(약정총액 682억원) △KTBN 14호 벤처투자조합(53억원) △KTBN 16호 벤처투자조합(1950억원) △다올 2022 스케일업 펀드(3030억) 등이다.

김 대표와 함께 10년 이상 호흡을 맞춘 운용역들도 우리벤처파트너스에서 지속적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승호 전무와 신태광 상무의 경우 김 대표와 15년째 활약 동고동락하고 있다. 박선배 전무를 비롯해 임동현 전무와 경국현 상무, 김재한 상무 등도 10년간 의기투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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