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DMO 전략 분석]'초격차 확장' 삼성바이오로직스, 100년 기업을 잡다전 세계 매출 4위, 캐파 1위 톱티어 우뚝…확장 본능에 기술력 더한다
차지현 기자공개 2023-11-08 10:57:17
[편집자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CPhI Worldwide 2023'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글로벌 제약사(빅파마)가 먼저 찾는 리더였다. 삼성그룹이 바이오 사업에 뛰어든지 10여년, 바이오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던 비결이 바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이었다. 자연스레 삼성을 잇는 국내 후발주자들이 대거 생겨났다. 전통 제약사는 물론 바이오텍, 대기업 등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든다. 더벨이 기업별 전략 및 차별점을 짚어 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6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1년 CDMO 사업을 시작할 땐 많은 해외 기업이 삼성을 TV나 핸드폰 만드는 브랜드 정도로만 봤다. 이젠 100년 넘은 기업들이 우리를 경쟁자로 인식한다."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CPhI Worldwide 2023에서 만난 존림 대표이사 사장은 세계 무대에서 달라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상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오히려 경쟁사보다 나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올해 대부분 CDMO 기업 성장률이 꺾였지만 우리만 안 꺾였다"면서 "실적 부진으로 인해 스위스 론자, 일본 후지필름 등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됐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비를 잘 넘기고 있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년 실적 신기록을 경신 중이다. 올 3분기 창립 이래 처음으로 연결 기준 분기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이상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31%에 가깝다. 글로벌 시장에선 전체 CDMO 기업 가운데 매출론 4위, 생산능력(캐파)으론 1위 차지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에 뛰어든 건 불과 12년 전. 바이오 불모지와 다름없던 국내에서 단기간에 126년 업력을 가진 론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과다. 이를 가능하게 만든 배경은 무엇일까.
◇12년 만에 캐파 세계 1위로, 8공장까지 확장 지속
처음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략은 '확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CDMO는 장치산업이다. 대규모 생산설비는 물론 균일한 품질의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 전 세계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제조 능력이 필요하다.
설립 4년 만에 인천 송도에 3공장까지 착공하며 빠른 속도로 캐파를 늘렸다. 지난 6월 4공장을 완공하면서 현재 1·2·3·4공장을 합해 총 60만4000리터의 캐파를 확보했다. 현재 2025년 4월 가동을 목표로 5공장도 건설 중인데 완공 시 78만4000리터의 캐파를 갖게 된다. 이에 더해 2027년까지 6공장을 짓고 2032년까지 8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빠른 캐파 확장은 글로벌 경쟁력의 기반이 됐다. 이번 CPhI에서도 림 사장은 글로벌 제약사(빅파마)로부터 잇단 수주를 따낼 수 있던 핵심 요소로 공장 공기 단축을 꼽았다. 그는 "제약사는 보통 공장 하나를 짓는 데 대략 4년이 걸린다"면서 "삼성은 (반도체 사업 등에서) 많이 해봤기 때문에 빨리 건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앞서 반도체 제조를 통해 보유한 공정 관리 노하우도 십분 활용했다. CDMO 속도와 수율(정상 제품 비율)을 대폭 끌어올렸다. 첨단 세포배양기술을 통해 생산 기간을 30%가량 단축했다. 수율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바이오의약품 1회분을 생산하는 단위인 배치(Batch) 성공률은 업계 평균 90%를 웃도는 98%에 달한다.
올해 들어선 브랜드 인지도를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국제 제약바이오 박람회나 콘퍼런스 등에서 메인 스폰서로 나서는 데서 나아가 빅파마와 신규 및 증액 계약을 지속해서 체결하고 있다는 걸 적극적으로 외부에 알리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CDMO 업계에선 비밀 유지 협약에 따라 계약 상대방을 공개하지 않는 게 일반적인데 고객사명을 공시하면서까지 브랜딩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트랙레코드가 중요한 CDMO 사업의 특성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CMO 사업의 경우 제품 생산 경험이 사업 확장에 핵심 영향을 미친다. 승인받은 제품 수주 이력이 레퍼런스로 작용, 새로운 수주로 이어진다. 기존 고객사의 증액·연장 등 추가 계약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새로운 빅파마를 유치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론자·우시 비해 부족한 CDO 역량, 차별화 관건
짧은 기간 글로벌 톱티어로 자리매김했지만 후발주자로서 한계도 명확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항체의약품만 생산할 수 있다. 신설하는 6~8공장도 항체의약품 생산 시설을 중심으로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글로벌 경쟁사가 일찍이 세포·유전자치료제(CGT), 항체-약물 접합체(ADC) 등으로 모달리티 포트폴리오를 넓혀 둔 것과 대조되는 지점이다.
이들을 따라잡기 위한 신무기로 ADC를 낙점했다. '항암 유도미사일'로 불리는 ADC는 암세포에 정확하게 도달해 공격하는 약물기술로 장기 성장성엔 이견이 없는 차세대 분야다. 삼성물산과 함께 조성한 삼성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국내외 ADC 개발 기업에 투자를 단행했고 내년 말까지 ADC 생산 시설 증설을 마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내놨다.
이와 관련해 림 사장은 "아직 ADC 시장 규모는 항체와 비교해 작지만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이 많은 만큼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라며 "14곳 빅파마 고객사 중 ADC 만드는 회사가 많아 기존 고객사만으로도 충분히 수월하게 선수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ADC는 이미 론자나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등이 선점한 영역이다. 론자는 2006년, 우시는 2019년부터 ADC CDMO 서비스를 시작했다. 특히 최근엔 단순히 캐파 확장에 그치지 않고 관련 기술 고도화를 위해 인수합병(M&A)에도 나선 상황이다. 론자는 지난 6월 링커와 페이로드에 특화한 ADC 개발 기업 시나픽스를 약 1407억원에 인수했다.
위탁개발(CDO) 역량 강화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CDO는 세포주나 생산 공정, 제형 및 분석법 개발 등 CMO 앞단의 연구개발(R&D) 영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모델이다. 대규모 수주가 가능한 CMO 사업과 비교할 때 수익이 큰 편이 아니지만 선제적으로 CMO 고객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CDO 고객사가 맡긴 후보물질의 임상개발에 성공하면 이후 상업화까지 그대로 맡길 가능성이 크다.
CDO에서 출발해 CMO로 사업을 확장한 우시나 론자와 달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8년 CDO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이후 자체 개발 플랫폼을 지속해서 출시하고 기술 개발을 위한 협업을 늘리는 추세다. 하지만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 가운데 CDO 비중은 8.5%(1344억원). 한 단계 성장하려면 CDO 분야에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림 사장은 "지금의 고객사와 비즈니스 성장을 위해서 CDO를 키우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두 달 전 삼성바이오에피스, 진스크립트 등을 거친 민호성 부사장을 CDO 센터장으로 영입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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